10월 말이 되어가는 베를린에도 가을이 울긋불긋 깊어간다. 바람 소리, 잔잔한 빗소리가 들리는 새벽은 고요하다.나 홀로 떨어져 있는 이 고요함에 깊은 고독이 스며든다. 나는 이 깊은 고독을 즐긴다. 어쩌면 이런 고요함을 찾아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지도 모르겠다. 두렵고 이질적인 환경에 나를 내맡겨, 나를 더 고독하게 몰아본다. 내가 묻고 홀로 답하는 이방인이 된 듯한 소외감이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 한다.예전에는 여행이 주는 설렘을 즐겼다. 그런 설렘 없는 이제는 낯선 곳에서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는 일상이 좋다. 얼마간은 이렇게 지낼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자유다.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고, 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꼭 해야 할 이유는 없다. 계획 없이 그날그날 하고 싶은 것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