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만 22

뒤바뀐 몸과 머리 (feat.욕망을 인식하는 힘)

토마스 만의 이 중세의 서사시 원제 그대로 제목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마스만이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메시지들 중 한 가지가, 하나의 현상을 이분법으로 분리시키는 사고에 대해 긴장감을 가져야 됨을 자신의 작품 속에서 늘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메시지 또한 그러하다. 머리와 몸을 분리시켜 생각했던 세 사람의 욕망이 궁극적으로 파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번역자가 원제목을 고려하지 않고, 임의대로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친절은 베풀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독서를 하면서 중요한 소득 중 한 가지가 '욕망'이란 것을 스스로 인식할 줄 아는 힘이 생겼다는 점이다. 뭔가 집착하는 생각들이 올라오면 이것이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단점은 다른 사람의 욕망..

독서 기록 2024.07.14

기만 (feat. 자연이 들려주는 이중주 )

토마스만의 중장편 소설 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앞서 읽은 이 미완성으로 끝나, 이 이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완결시킨 작품이기 때문이다. 토마스 만의 인간에 대한 통찰은 이전 글들도 그랬지만 은 더 날카롭고 함축적으로 파고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목부터가 그러하다. "기만"은 남을 속여 넘기는 의미를 뜻하지만 이 작품에서 "기만"은 타인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속이는 기만', '자연을 기만하는 인간'에 대한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1920년 라인강 변의 아름다운 녹지가 많은 뒤셀도르프, 십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한 로잘리 폰 튀믈러 부인은 그녀의 딸 안나, 아들 에두아르트가 살고 있었다. 십 년 전 죽은 로잘리의 남편 폰 튀믈러 중령은 바람을 피우고 다녔고, 남편의..

독서 기록 2024.07.06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 (feat. 자아)

은 토마스 만의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마지막 작품이다. 다 읽고 난 후 토마스 만이 이 뒤를 어떻게 마무리했을까,라는 호기심과 아쉬움이 남긴 했다. 읽고 난 뒤 미완성이 토마스 만의 의도이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 시절 펠릭스 크롤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고 어른들을 속이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집안 파산으로 대부 쉼멜프레스터의 도움을 받아 펠릭스는 이런 어린 시절을 보내고, 파리의 한 호텔에서 일하기 위해 파리로 가는 도중, 자신도 모르게 어느 우플레 부인의 보석이 든 상자가 그의 트렁크에 우연히 섞여 들어온다. 엘리베이터로 일하던 호텔에서 펠릭스는 부인과 다시 만나 관계를 맺고 우플레 부인은 그에게 나머지 보석도 선물로 주고 이것으로 펠릭스는 많을 돈을 가지게 된다. 이후 펠릭스..

독서 기록 2024.06.23

대화란 무엇인가 (feat. 요셉의 자기 수용 감각)

의 저자 데이비드 봄은 1917년 유태인 부모밑에 태어나 아인슈타인과도 친밀하게 학문적 교류를 가지기도 한 현대 물리학에 한 획을 긋는 과학자이다. 양자 역학을 통한 그의 뛰어난 통찰은 종교, 심리, 사회과학, 정치등 세상의 모든 학문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입증하려 애썼고 인간이 가장 본질적으로 인식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을 명쾌하게 제시해 주었다. 그것을 위해 여러 종교 지도자와 만나 교류하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힘썼고, 인류가 하나라는 연대의식을 지니며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랐다. 데이비드 봄의 책을 읽으면서 "지식인의 책무"를 지니고 살아간 "성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벨 물리학상을 넘어 노벨 평화상을 그가 받지 못했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다. 인간세상에서 주..

독서 기록 2024.04.13

토마스 만 <선택받은 사람>

토마스 만의 후기 소설 은 독일의 시인 하르트만 폰 아우에 (Hartman von Aue 1165-1215)의 서사시 를 토대로 한 작품이다. 속죄와 구원의 여정 스토리는 이제껏 읽은 토마스 만의 작품과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친상간이라는 특별한 이야기라서가 아니다. 소재는 무겁지만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어두운 이야기지만 아름답게 흘러간다. 종교와 관련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다 보고 난 뒤에는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 세속에 가질 수 있는 모든 부와 권력을 가진 대공 부부에게 자식이 없었다. 그런 그들은 뒤늦게 쌍둥이 남매를 낳게 되는데, 빌리기스와 지빌라, 이 둘은 서로를 욕망하고 결국 근친의 선을 넘게 되는 행위를 하고, 지빌라는 오빠 빌리기의 아이를 가지게 ..

독서 기록 2024.04.07

요셉과 그 형제들 깊이 읽기 (feat. 지식인의 책무)

작년 9월쯤부터 읽기 시작한 토마스 만의 장편 소설 6권(살림출판사 기준), 을 6개월에 걸쳐 두 번씩 모두 읽었다. 다시 1권부터 한번 더 읽을 예정이다. 토마스 만은 독일 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작가라고 평한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의 처녀작인 에서 대를 이어져 내려오는 가문 안에서 벌어지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그의 첫 장편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깊이가 상당했다. 그 외의 그의 단편들과 를 읽으면서, 방대한 그의 지식에 한번 놀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드러내서 글로 풀어주는 예리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아직 한국에서 번역된 그의 작품을 다 읽어보지는 않아서, 올 한 해도 토마스만의 작품을 위주로 읽으려고 한다. 은 토마스만이 거의 16년에 걸쳐 써진 작품이다. 창세기 27장에서 50장..

독서 기록 2024.03.10

미카엘 하네케 <피아니스트> (feat. 토마스 만)

미카엘 하네케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 하나는 독일 작가 토마스 만과 어딘가 닮아 있다는 것이다. 그 둘의 공통점은 독일 출신이라는 것 외에도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세상을 통찰하는 대단한 능력자들이며, 그 두 대가의 영상과 글들은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내재되어 있는 에너지는 폭발적이나 그 에너지가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져 있다는 것 또한 두 사람의 매력이다. 드라마 구성이 논리적이고 빈틈없이 짜 맞춰져 있는 느낌을 받지만 반대로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감각으로 느껴지는 것들도 있다. 이 두 대가는 무의식의 세계를 중요시하고 재생과 반복되는 패턴의 연속적인 삶을 알고 그 안에서 인간의 삶을 통찰한다. 두 사람 모두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연민의 정을 지닌 따뜻..

영화 기록 2024.02.11

<요셉과 그 형제들> 4 (feat. 교만)

거의 두 달 만에 쓰는 토마스만의 이다. 살림 출판사 6권짜리 이 장편 소설 중 1권 2권을 두 번씩 읽었고, 현재 3권 '이집트에서의 요셉 상'편을 읽고 있는 중이다. 독서를 하다 보면 한 권의 책에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분야의 책을 함께 읽게 된다. 10월 11월 홍신자 무용가님의 수필 와, 제임스 네스터가 쓴 이라는 책을 읽었다. 홍신자 선생님의 글은 오래전 을 감명 깊게 읽은 기억이 있어 세월이 지난 지금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뮌헨에서 입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았다. 그리고 은, 호흡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된 이후 호흡에 대해 매일 의식하며 생활 하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올바른 호흡에 대해서 다시 재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호흡이 얼마나..

독서 기록 2023.12.03

뮌헨3 (feat.렌바흐하우스-시립 미술관)

뮌헨의 시립 미술관은 이번 여행의 미술 여정에서 좋았던 미술관이다. 이곳 렌바흐 시립 미술관은 건축가 가브리엘 폰 자이들(Gabriel von Seidle)이 화가 프란츠 폰 렌바흐를 위해 설계된 아틀리에였다고 한다. 렌바흐 사후 정부가 매입했고 바실리 칸딘스키의 연인이었던 화가 가브리엘 뮌터(Gabriele Munter)가 청기사파(Der Blaue Reiter)의 작품, 칸딘스키의 작품등을 상설 전시하면서 미술관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실내 장식은 화려하면서 심플하지만 모던하면서 분위기가 무엇보다 차분하다. 물론 평일 비 내리는 오전에 방문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청기사파는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를 중심으로 1909년 결성된 뮌헨 신미술관협회(Neue ..

여행 기록 2023.10.28

파우스트 박사 15

다독을 하기보다는 한 권이라도 정독을 해야 된다는 독서가들의 말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새로운 책의 내용에 호기심이 생겨 한 번 읽고 마친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렇게 실천한 것은 실제로 몇 권 없다. 토마스 만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러지 않기로 결심했으나 다른 글을 읽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단 그 충동과 새로운 책에 대한 호기심을 자제하고, 파우스트 박사 34장까지 두 번 읽고 있다. 역시나 처음 읽을 때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을 다시 깨닫게 되고 앞부분의 내용이 뒷부분과 연관되어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 34장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앞의 글에서 밝힌 바 있다. 세 부분으로 나뉜 34장의 맺음 부분은 아드리안이 완성한 에 대한 내용으로 아드리안이 펼치는 음악 ..

독서 기록 2023.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