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6

영화 <팔마> (feat. 둥이를 기리며)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끝없이 흘린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는 가슴 아픈 영화였다. 마지막이 해피 엔딩인지 알면서도 다음 날 다시 보는데도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반려견 "팔마“가 자신을 놔둔 채 비행기 타고 떠난 주인을 기다리며 비행장 근처에서 주인이 자신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비행기가 멀리서 착륙하는 신호가 느껴지면 활주로를 미친 듯이 달리던 장면은 가슴이 미어진다. 얼마나 절박했을까, 얼마나 그리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지만 팔마에게 주인을 향한 원망은 없다. 오직 팔마에게는 주인을 다시 만날 것이라는 믿음만 있었다. 프라하로 가기 위해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한 폴스키는 자칭 여자친구 반려견 '알마'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려 하지만 검역 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거..

영화 기록 2025.05.21

영화 여덟개의 산 (feat.여덟개의 삶)

영화 은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아름답고 먹먹한 느낌을 주면서 힐링되는 영화였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산의 위엄, 산과 닮아있는 인간의 삶, 그 삶 속에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교감, 사랑, 고립, 고독, 변화, 죽음을 따스한 감각으로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 2023년 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작품으로, 왜 황금 종려상을 받지 못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 영화 중 하나가 되었고 러닝 타임이 길지만 계속 돌려 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피에트로는 도시에 살지만 방학을 이용해서 알프스 산 근처 부모님이 빌린 집에 함께 오곤 한다. 그 동네 자신의 또래 친구인 브루노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삼촌 가족과 살면서 삼촌의 일을 도와주지만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산..

영화 기록 2025.04.09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feat.죄와벌)

은 폴란드출신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작품이다. 성경의 십계명을 주제로 제작된 10부작 TV 드라마 중 5번째 이야기를, 극장에 상영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라고 한다. 얼마 전 블로그에 글을 올린 도 이 10부작 중에 하나인데, 이 두 영화 모두 크쥐시토프 감독이 성경의 십계명에 대한 해석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왔다.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에 대한 연민이 생기고, 그에게 사형이 주어지는 게 마땅한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두침침한 도시 속 배경으로 세명의 남자가 나온다. 한 명은 능력 있는 변호사를 꿈꾸는 피토르, 그는 법조인이 되기 위한 시험을 준비 중이다. 젊은 남자 야체크는 길거리를 배회한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단절되고 스스로 고립되길 원하는..

영화 기록 2025.03.23

영화 세 가지색: 화이트 (feat. 평등의 실체)

영화 는 폴란드 출신 감독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가 감독한 영화로 프랑스 국기를 구성하는 세 가지 색 블루 화이트 레드를 모티브로 제작한 두 번째 작품이다. 프랑스 국기의 세 가지 색을 상징하는 자유(블루), 평등(화이트), 박애(레드)의 아름다운 정신을 크쥐시토프 감독이 어떻게 자신의 작품 속에 녹여냈는지 호기심이 일어 이 세 가지 시리즈를 보게 되었다. 에서 크쥐시토프 감독의 시각이 남다름을 이미 느꼈던 터라 기대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감독의 예리한 시각과 통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처음 볼 때는 난해했지만 반복해서 보면서 되새겨보니 감독의 의도가 점점 더 느껴졌다. 세 가지 시리즈 중 개인적으로 를 제일 인상 깊게 보았는데 카롤 역을 맡은 폴란드 출신 배우 즈비그니에프 자마호브스키의 매력은 상..

영화 기록 2025.02.23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feat. 함께하는 사랑)

은 폴란드 출신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1988년 작품이다. 세계적인 거장 감독이 생각하는 사랑이 어떤 것일까 호기심이 생겨 검색해 보면서 번번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었다. '관음', 이 영화의 소재가 이것인가 보다 하고 보기 시작했지만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은 결코 단순한 '관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아원 출신인 토메크는 친한 친구가 여행 간 사이, 그 친구의 하숙집에 주인 아주머니와 살고 있다. 토메크의 친구는 자신의 집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망원경으로 관음하고 있었다. 도메크 역시 친구가 쓰던 방에서 마리아를 1년 동안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녀가 보고 싶어 일부러 우체국 까지 오게끔 거짓 서류도 작성하고 마리아를 위해 새벽에 힘든 ..

영화 기록 2025.02.02

영화 <지미스 홀> (feat.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에서 느껴진 켄 로치 감독의 내공은 에서도 이어졌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배경에 산과 초록으로 둘러싸인 좁은 길에 등장인물들이 지나가는 장면이 곳곳에 나온다. 아일랜드라는 나라가 섬이고 그 안에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나라가 아닌가 싶었다. 초록으로 둘러싸인 산 길을 지미가 지나가는 영화 속 첫 장면을 보면서, 외부의 침입이 쉬운 섬나라이기에 이 산에 둘러 쌓여 외부의 영향력을 받고 싶지 않고자 하는 아일랜드인의 의지가 이해되었다. 아마도 개방성과 폐쇄성이 공존하는 나라이기에 자국민 사이에 갈등도 그런 영향을 받아서 잦았을 것이라 보인다. 경제 부흥기를 거쳐 대 공황에 빠져있던 미국 뉴욕에서 도피 생활을 하던 지미는 거의 10년 만에 고국 아일랜드로 돌아온다, 그의 귀향을 환영하는 혈기 넘치는 젊은 친구들은..

영화 기록 2025.01.12

이처럼 사소한 것들 (feat. 네 이웃을 가족처럼 사랑하라)

킬리언 머피 제작 주연으로 지금 상영되고 있는 영화 은 아일랜드 출신 작가 클레어 키건(1968~)의 단편 소설이다. 그녀의 다른 소설인 도 좋았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제작된 "말없는 소녀"는 소설과 조금은 다른 시각이었다. 감독의 시각이 나쁘지 않았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책을 먼저 읽고 지난 주 영화를 관람했는데, 전작과는 다르게 영화는 상당히 원작에 충실한 것이 느껴졌다. 전체적인 영화의 템포감이 빠르지 않아 지루할 수도 있었지만, 주인공 빌 펄롱을 연기한 킬리언의 명연기 덕분에 영화 보는 내내 집중하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고 다시 소설을 읽으니 처음 읽었을 때 놓치고 간 부분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장편 소설이 아님에도 이렇게 강한 메시지를 집약적으로 소설에서 보여준 클레어 키건의 ..

독서 기록 2024.12.29

영화 <더 길티> (feat. 편견)

영화 는 스웨덴 출신 젊은 영화감독인 구스타브 몰로 작품이다. 한 시간반이 안 되는 러닝 타임인 이 영화는 에서 걸려온 의문의 전화를 받고 아스가르라는 경찰이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긴박감 넘치게 보여주는 영화이다. 참신한 소재와 아스가르 역을 맡은 스웨덴 출신 배우 야곱 세데르그렌의 에너지 넘치고 섬세한 연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다음 날 자신의 재판이 열릴 예정인 경찰관 아스가르 흘름은 이 일로 경질되어 긴급신고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업무가 끝나 퇴근 시간이 되어 갈 무렵 이벤이라는 여자의 다급한 전화가 아스가르에게 걸려온다. 횡설수설하는 여자의 말에 아스게르는 그녀가 납치되었음을 감지한다. 다음 날 진행될 자신의 재판에 대한 걱정으로 일에 집중하지 못하던 그는 ..

영화 기록 2024.12.01

영화 <원스> (feat. 영혼을 공유하는 사랑)

영화 원스는 아일랜드 출신 존 카니가 감독한 영화이다. 작품 속 아름다운 음악은 남녀 주연배우인 글렌 핸사드와 마르케다 이글로바가 직접 불렀다는데, 이 매력적인 음악들은 두 남녀의 사랑에 대한 메시지가 구구절절이 녹아있다. 한 시간 반이 안 되는 영화는 극적 긴장감도 없고 화려한 사랑 이야기도 없다. 10년쯤 개봉 당시 관람했던 기억의 잔상은 잔잔한 영화의 묘한 매력에 빨려 들어갔던 거 같다. 10년이 지나 영화를 다시 보면 어떤 점이 다르게 보일까 라는 호기심이 생겨서 챙겨 보게 되었다. 10년 전 관람 때는 이 둘의 사랑이 이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었다면 지금은 이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사랑의 깊이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점이 더 좋아 보였다. 이별의 아픔이 10년 전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면 지금..

영화 기록 2024.11.25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feat. 조국애에 대한 환상)

영화 은 영국의 켄 로치 감독이 2006년 칸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은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의 분쟁을 그린 영화이다. 에서 10년 뒤 다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켄 로치 감독은 대영제국 훈장 수훈자로 지명되었으나 이를 고사했다고 한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과 그 세상을 바꾸고 싶은 그의 신념과 철학에 대한 확고함이 엿보이는 상황이다. 그의 영화에서는 주로 노동자 빈민 노숙자 등 사회에 소외된 이들이 나온다. 우리는 인터넷이나 매체, SNS등 부와 명성을 거머쥔 사람들에게 주목하며 그들에게 관심일 쏠리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이야기는 실제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미카엘 하네케, 다르데 형제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드러내어 세상을 제대로 볼수 있는 눈을 키워주게 ..

영화 기록 2024.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