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21

영화 <더 스퀘어> (feat. 관계의 미학)

스웨덴 출신 루벤 외스틀룬드는 2017년 , 2022년 으로 황금 종려상을 두 번 수상한 세계적인 영화감독이다. 이 두 작품 모두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한 영화로, 를 보고 난 뒤, 흥미가 생겨 도 챙겨 보았다. 일단 두 영화의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 다큐보다 더 다큐 같은 느낌을 받았다. 거지역할을 맡은 단역부터,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는 작품의 몰입도를 상승시켰다. 이렇게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녹아, 조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는 전적으로 감독의 뛰어난 역량으로 보인다. 영화 초반부 주인공 크리스티안이 작품 "더 스퀘어' 전시 오픈 관련 연설 중에, 니콜라 부리오의 저서 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전시라고, 미술관에 모인 청중들에게 이야기한다. 니콜라 ..

영화 기록 2024.06.30

토마스 만 <선택받은 사람>

토마스 만의 후기 소설 은 독일의 시인 하르트만 폰 아우에 (Hartman von Aue 1165-1215)의 서사시 를 토대로 한 작품이다. 속죄와 구원의 여정 스토리는 이제껏 읽은 토마스 만의 작품과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친상간이라는 특별한 이야기라서가 아니다. 소재는 무겁지만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어두운 이야기지만 아름답게 흘러간다. 종교와 관련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다 보고 난 뒤에는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 세속에 가질 수 있는 모든 부와 권력을 가진 대공 부부에게 자식이 없었다. 그런 그들은 뒤늦게 쌍둥이 남매를 낳게 되는데, 빌리기스와 지빌라, 이 둘은 서로를 욕망하고 결국 근친의 선을 넘게 되는 행위를 하고, 지빌라는 오빠 빌리기의 아이를 가지게 ..

독서 기록 2024.04.07

자기 탐험 (feat. 변화를 위한 여정 )

초운 김승호 작가의 , 를 어제부터 오늘 새벽까지 다 읽었다. 지금은 을 읽고 있는데 그의 책은 기대했던 것보다 유익했다, 저자의 지적 깊이와 탐구의 내공은 한국 최고의 주역학자라는 타이틀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나 자신에 대한 것을 제대로 알고 싶을 때 내 삶을 변화시키고 싶을 때 운명에서 자유롭고 싶은 의지가 생길 때마다 꺼내서 읽어 보면 좋을 정신 계발서이다. 올해 들어 몇 가지 고쳐야겠다고 나와 약속을 했다. 가족이든 지인이든 제삼자에게 좋지 않은 얘기를 말하지 않기, 말 수를 줄이며, 커피를 끊고, 코 호흡에 늘 집중하고,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전 구본진 필적학자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글씨를 바꿔 보겠다는 것까지 추가했고 그저께 산책하면서 팔..

삶의 기록 2024.04.01

미카엘 하네케 <하얀 리본> (feat. 폭력성)

미카엘 하네케가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한 은 62회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67회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22회 유러피안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등을 수상한 2009년 작품이다. 독일의 시골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이 영화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세계 1차 대전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913년,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시작은, 예전 이 마을에서 일했던 선생님의 내레이션을 통해 전해준다. 이 마을 의사가 자신의 집 앞에 누군가 설치해 놓은 줄에 걸려 다치는 낙마 사고를 시작으로 이 고요한 마을에 원인 모를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그러나 이 사건들은 드러난 하나의 현상들이고 이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원인들이 이 영화 속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고 있음이 차츰 밝혀진다. 시골의..

영화 기록 2024.02.03

음식의 중요성 (feat. 내 몸이 최고의 의사다)

잘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해 본다면 어떤 답을 내릴 수 있을까? 물론 정답은 각자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호흡을 하고, 올바른 음식을 먹고, 올바른 생각을 하고, 올바른 행동을 하면서, 주어진 생명이 다할 때까지 사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이 '올바른'이라는 말도 사람마다 각자 그 뜻하는 것이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혹자는 막연하다 생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구체적인 기준을 나 나름대로 가지게 되었으며, 그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기준들을 공유하고 싶다. 어느 정도 이 길이 올바른 해답이 아닐까 확신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올바른 호흡을 하려면 코로 들이마시고 내 쉬는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좋은 호흡을 하면 복식호흡..

독서 기록 2024.01.27

<요셉과 그 형제들> 4 (feat. 교만)

거의 두 달 만에 쓰는 토마스만의 이다. 살림 출판사 6권짜리 이 장편 소설 중 1권 2권을 두 번씩 읽었고, 현재 3권 '이집트에서의 요셉 상'편을 읽고 있는 중이다. 독서를 하다 보면 한 권의 책에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분야의 책을 함께 읽게 된다. 10월 11월 홍신자 무용가님의 수필 와, 제임스 네스터가 쓴 이라는 책을 읽었다. 홍신자 선생님의 글은 오래전 을 감명 깊게 읽은 기억이 있어 세월이 지난 지금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뮌헨에서 입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았다. 그리고 은, 호흡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된 이후 호흡에 대해 매일 의식하며 생활 하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올바른 호흡에 대해서 다시 재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호흡이 얼마나..

독서 기록 2023.12.03

뮌헨3 (feat.렌바흐하우스-시립 미술관)

뮌헨의 시립 미술관은 이번 여행의 미술 여정에서 좋았던 미술관이다. 이곳 렌바흐 시립 미술관은 건축가 가브리엘 폰 자이들(Gabriel von Seidle)이 화가 프란츠 폰 렌바흐를 위해 설계된 아틀리에였다고 한다. 렌바흐 사후 정부가 매입했고 바실리 칸딘스키의 연인이었던 화가 가브리엘 뮌터(Gabriele Munter)가 청기사파(Der Blaue Reiter)의 작품, 칸딘스키의 작품등을 상설 전시하면서 미술관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실내 장식은 화려하면서 심플하지만 모던하면서 분위기가 무엇보다 차분하다. 물론 평일 비 내리는 오전에 방문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청기사파는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를 중심으로 1909년 결성된 뮌헨 신미술관협회(Neue ..

여행 기록 2023.10.28

뮌헨 1 (feat. Alte Pinakothek)

뮌헨의 여정 역시 미술관 투어는 뺄 수 없는 중요한 일정 중 하나이다. 2016년 지인과 함께 겨울 바르셀로나 여행 일정 중 며칠을 이곳 뮌헨에서 보낸 적이 있다. 그때는 휴가를 이용해 다녀왔기에 일정이 빡빡했고 미술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왔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던 도시 중에 하나였다. 이곳에 도착한 순간 같은 독일 내에 있는 도시라고 해도 베를린이나 프랑크프루트 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우선 도시가 상당히 깨끗한 편이다. 독일에서도 뮌헨이 잘 사는 도시이기도 하지만 나라가 넓으니 한 국가 안에서도 지역별 사람들의 특성이 더 뚜렷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뮌헨 일정을 짜면서 아쉬웠던 점은 노이에 피니코테크가 리모델링 중이라는 점이다. 다행히 노이에에 전시되어 있던 고흐(Vinc..

여행 기록 2023.10.14

파우스트 박사 15

다독을 하기보다는 한 권이라도 정독을 해야 된다는 독서가들의 말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새로운 책의 내용에 호기심이 생겨 한 번 읽고 마친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렇게 실천한 것은 실제로 몇 권 없다. 토마스 만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러지 않기로 결심했으나 다른 글을 읽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단 그 충동과 새로운 책에 대한 호기심을 자제하고, 파우스트 박사 34장까지 두 번 읽고 있다. 역시나 처음 읽을 때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을 다시 깨닫게 되고 앞부분의 내용이 뒷부분과 연관되어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 34장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앞의 글에서 밝힌 바 있다. 세 부분으로 나뉜 34장의 맺음 부분은 아드리안이 완성한 에 대한 내용으로 아드리안이 펼치는 음악 ..

독서 기록 2023.07.24

미카엘 하네케의 <퍼니게임>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를 여러 편 보니 처음 봤을 때 보다 그의 작품 세계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이해가 잘 되기 시작했다. 2010년에 제작한 이 보다는 뒤에 제작된 영화이지만 비슷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 어렸을 때 받았던 억압과 폭력성이, 성인이 된 후 결국은 폭력의 형태로 발현되는 과정으로 이어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에서 파울과 피터가 낀 하얀 장갑은 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 부모가 자식들에게 가한 폭력성의 상징이며, 가해를 당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 그 폭력에 대한 억압을 분출해 자신도 폭력적인 인물이 되는 하나의 표식으로 보인다. 게오르그 가족은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해 자동차에 요트를 싣고 가는 중이다. 함께 휴가를 즐길 이웃인 프레도, 에바 부..

영화 기록 2023.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