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61

불멸 6 (feat. 문자반)

이 글로 밀란 쿤데라의 에 관한 글을 마무리할 것이다. 불멸을 2번 읽으면서 그의 초기작인 도 함께 읽었다. 많은 작가들이 다들 그렇겠지만 밀란 쿤데라 역시 세상을 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 , 이 세 작품에 관통하는 작가의 철학은 세상이 우리가 늘 보는 방식이 아닌, 또 다른 시각과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 이것이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무거운 삶의 무게를 덜어, 삶의 균형 감각을 찾고, 진정한 삶의 행복을 얻기 위함인 듯하다. 제대로 된 행복을 이해하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통찰을 힘을 우리에게 키워주기 위한 작가의 의지가 느껴져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의 6부 문자반에서 쿤데라는 삶은 재현된다고. 동일한 물결이 우리 삶을 관통한다는 것을 직시하라고 알려준다..

독서 기록 2024.10.06

<불멸>5 (feat. 우연은 없다)

소설 5부 “우연”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 우연은 없다."라고 밀란 쿤데라는 이야기한다. 미카엘 하네케 영화 을 보면 한 마을에, 원인 모르게 일어나는 일들은 다 그 원인이 있음을 말해준다. 영화 전면에 인물 내면의 욕망이나 억압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처음 볼 때는 내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화 속 마을 아이들은 자신들이 자신의 부모에게서 받은 억압과 폭력성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그 폭력성을 외부로 표출한다. 그 마을 내 각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성은 마을 전체에서 일어나는 범죄 사건으로 이어지고 이 불안이 사회를 교란시키고 결국 전쟁까지 일어나게 하는 원인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영화에서 경고한다. 미카엘 하네케 영화 속 전쟁 또한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이 원인이 아니라 더 뿌리 깊숙하게 ..

독서 기록 2024.09.29

<불멸>3 (feat. 무의식에서 발현되는 욕망)

밀란 쿤데라의 소설 속 3부는 2부의 베니타의 이야기에 이어 로라가 주인공이다. 베티나처럼 로라 또한 자신의 불멸을 위해 투쟁한다. 2부에서 밀란 쿤데라가 큰 불멸이 있고 작은 불멸이 있다고 언급한 것처럼, 괴테를 향한 베티나의 불멸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이 오래도록 불멸하기를 원했다면, 로라는 자신 주위에 인물들에게 자신을 영원히 각인시키기 위한 불멸을 꿈꾼다. 접근이 다를 뿐 불멸하고자 하는 욕망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이 불멸에 대한 욕망이, 뭔가 큰 것 남다른 것을 얻으려는 욕심으로 특별한 사람만이 가지는 감정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욕망은 인간이면 누구나 다 있는 것이다. 소소한 것에서도 이 불멸에 대한 욕망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남들에게 인식시키고자 하는..

독서 기록 2024.09.15

밀란 쿤데라의 <불멸>2 (feat. 불멸의 속성)

밀란 쿤데라의 소설 은 전체 7부로 쓰여 있다. 1부 얼굴, 2부 불멸, 3부 투쟁, 4부 호모센티멘탈리스, 5부 우연, 6부 문자반, 7부 축복으로 나뉜다. 오늘 살펴볼 챕터는 2부 불멸이다. 1부가 아녜스의 이야기였다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독일의 대문호 괴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괴테 작품은 을 몇 년 전에 읽었지만 최근 를 읽다가 내공이 아직 부족한지 끝까지 읽지 못했다. 괴테에 대한 밀란 쿤데라에 대한 견해가 에 암시적으로 깔려 있는 것 같아, 괴테에 대한 작품들을 읽고, 괴테에 대한 나 나름의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 소설을 읽을 때 참고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이 소설 속 베티나는 괴테가 쓴 소설 의 여주인공 샤를로테의 딸로 나온다. 베네타는 어린 시절 그녀의 어머니..

독서 기록 2024.09.08

<불멸>1 (feat. 모든 인간은 불멸한다)

밀란 쿤데라의 을 다시 읽어 보고 있다. 문학이나 좋은 영화 같은 경우, 한 번 읽고, 봐서는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일부만 이해하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책이 좋아서 읽기 시작했던 시기에는 새로운 내용에 대한 궁금증과 더 많이 읽고 싶은 갈망에 기록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다. 책 안의 정수를 기록하지 않으면 내 것으로 소화해 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이가 들어 금방 잊어버리는 것은 물론이요. 심지어 이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확인해 보는 경우도 있었다. 불멸을 챕터 별로 읽으면서 기록하고, 내용을 깊이 성찰할 시간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새로운 책을 보고 싶은 욕망의 속도를 늦춰야겠다. 의 1부 "얼굴"을 다시 읽어보고 '불멸'에 대한 생각의 오류를 수정하게 되었다. 밀란 ..

독서 기록 2024.09.01

밀란 쿤데라의 <불멸> (feat. 감정의 노예)

다음으로 읽기 시작한 소설 밀란 쿤데라의 은, 아녜스 로라 자매, 베티나와 괴테의 이야기를 통해 챕터 별로 평행 교차하며 구성된 작품이다. 이 인물들의 삶과 생각들을 작가가 직접 화자로 나와 이들의 삶을 구성하는 형식으로 짜여 있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며 매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밀란 쿤데라가 이 작품에서 베티니와 로라가 그토록 추구하는 '불멸'의 진정한 당사자는 결국 이 소설을 만들어낸 작가 즉 밀란 쿤데라가 아닐까 싶었다. 밀란 쿤데라 본인은 잘 알고 있지 않았을까? 지구가 망하지 않는 한 그는 작가로서 불멸할 것이다. 밀란 쿤데라는 자신의 불멸을 인지하고 있었을까? 알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 속 베니타는 당대 명성 있는 작가 괴테를 등에 업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자신의 이름이..

독서 기록 2024.08.25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는(Milan Kundera 1929~2023)는 체코의 소설가이다. 은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자유화 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체코 국민들은 '프라하의 봄'이라 하고 공산주의 체제로부터 탈출하기를 갈망했다. 공산체제의 강대국이었던 소련은 이 운동이 다른 동유럽 공산 국가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불법으로 무력 침공 하였다. 이 사태를 배경으로 한 은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 이 네 인물의 사랑과 관계 속에서,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그들이 느끼는 각자의 시선을 통해, 삶의 무게를 이분법적 관점으로 구속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의식을 고양시켜 주는 철학적 깊이가 있는 작품이다. 2020년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난해했던 내용들이 지..

독서 기록 2024.08.03

기만 (feat. 자연이 들려주는 이중주 )

토마스만의 중장편 소설 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앞서 읽은 이 미완성으로 끝나, 이 이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완결시킨 작품이기 때문이다. 토마스 만의 인간에 대한 통찰은 이전 글들도 그랬지만 은 더 날카롭고 함축적으로 파고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목부터가 그러하다. "기만"은 남을 속여 넘기는 의미를 뜻하지만 이 작품에서 "기만"은 타인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속이는 기만', '자연을 기만하는 인간'에 대한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1920년 라인강 변의 아름다운 녹지가 많은 뒤셀도르프, 십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한 로잘리 폰 튀믈러 부인은 그녀의 딸 안나, 아들 에두아르트가 살고 있었다. 십 년 전 죽은 로잘리의 남편 폰 튀믈러 중령은 바람을 피우고 다녔고, 남편의..

독서 기록 2024.07.06

환상의 빛 (feat.욕망에 대한 환상)

영화 은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을 원작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감독하고 1995년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를 본 후 바로 원작 소설을 사서 읽어보았다. 여 주인공 유미코가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담담한 서간문 형식의 소설이었다. 영화도 원작과 다르지 않게 보는 내내 차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영화를 볼 때보다 소설이 더 구체적으로 내용이 다가오긴 했지만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주제를 고레에다 감독은 시각적 영상을 통해 전달해 주는 명장면이 있었다. 달리는 기차가 오는 신호를 표해주는 차단봉을 무시하고 훔친 자전거를 탄 이쿠오가 기차가 지나가는 옆에서 달리는 기차와 경쟁하듯 자전거 페달을 밟는 장면이다. 이쿠오는 더 전진하지 않고 오던 방향으로 다시 되돌아간다...

영화 기록 2024.05.26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 (feat. 데이비드 봄의 "On Dialogue")

"인간은 생각할 때 자유롭게 생각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사용하여 판에 박힌 틀과 고정틀에 들어있는 생각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소설 에 나오는 토마스 만의 통찰이다. 이 통찰은 디팩 초프라, 데이비드 봄, 크리슈나무르티가 가장 핵심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이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고 굳게 믿고 있는 것들이 알고 보면 사실이 아니고 이 사실이야 말로 사실을 방해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감심을 가져야 한다고 그들은 말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감독한 영화 에서 괴물은 바로 자신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로 보는 편견과 선입관이 얼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문제를 일으키고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것이야말로 실체가 없어 파괴력 강한 괴물임을 미나토와 요리, 두 어린 소년의 순수하고 마음 아픈 사..

영화 기록 2024.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