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길티>는 스웨덴 출신 젊은 영화감독인 구스타브 몰로 작품이다. 한 시간반이 안 되는 러닝 타임인 이 영화는 <긴급신고센터>에서 걸려온 의문의 전화를 받고 아스가르라는 경찰이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긴박감 넘치게 보여주는 영화이다. 참신한 소재와 아스가르 역을 맡은 스웨덴 출신 배우 야곱 세데르그렌의 에너지 넘치고 섬세한 연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다음 날 자신의 재판이 열릴 예정인 경찰관 아스가르 흘름은 이 일로 경질되어 긴급신고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업무가 끝나 퇴근 시간이 되어 갈 무렵 이벤이라는 여자의 다급한 전화가 아스가르에게 걸려온다. 횡설수설하는 여자의 말에 아스게르는 그녀가 납치되었음을 감지한다. 다음 날 진행될 자신의 재판에 대한 걱정으로 일에 집중하지 못하던 그는 이벤을 구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그녀를 납치한 사람이 그녀의 남편 미카엘이라고 확신한 아스게르는 그를 조회해 본 뒤 전화를 걸어 자수하라고 설득한다. 근무시간이 지난 것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고 이벤의 사건을 해결하려고 아스가르는 고전분투한다. 다음날 있을 아스게르의 재판에 증인이 되어줄 자신의 가장 친한 동료 라쉬드에게 까지, 부탁해 이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라쉬드와의 대화 과정에서 아스게르의 재판이 한 소년을 사살한 이유와 연관된 일임이 밝혀진다. 또 납치 사건이 아니라 이벤의 남편이 아들을 살해한 부인인 이벤의 정신병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데려가던 중이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예감이 틀렸음을 안 아스가르는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데, 범인으로 예상했던 미카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결국 자신의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정신질환 상태에서 아들을 살해한 이벤이 괴로운 나머지 자살을 시도하려 들자, 아스가르는 업무 중 자신이 사살한 소년 이야기를 그녀에게 들려주며 출동하는 경찰들이 이벤을 구출하도록 시간을 끌어준다.

긴급센터에 걸려온 인물들의 목소리와 아스가르의 대화가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저예산 영화로 보이지만 극 구성은 풍성하다. 우선 아스가르 역을 밑은 야곱 세데르그렌의 전화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대해 미세하게 반응하는 연기는 작품의 몰입도를 최강으로 이끈다. 내용 또한 단순해 보이지만 보는 내내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작품 속 아스가르와 이벤은 사람을 죽였다는 동일한 맥락선상에 있다. 고의로 그렇게 행동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본질은 다르지 않다. 아스가르는 아마도 업무를 수행하는 도중 19살 비행소년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것으로 보인다. 영화 중간중간에 아스가르의 오른손이 자주 비치는데 그 손은 불안정하다. 약지는 상처가 밴드가 붙여져 있고 손도 떤다. 명확하게 언급되지 않지만 아스가르가 제압과정에서 총을 쏠 때 그 불안정한 오른손이 그 소년을 죽음으로 까지 몰고 간 것처럼 보였다. 이벤 또한 자신의 어린 아들의 배를 가른 이유는 잔인하지만 뱃속에 뱀이 들어있다고 정신착란 증상을 일으켜 살인을 하게 된다. 아스가르의 불안정한 손과 이벤의 불안정한 정신으로 인한 과실은 계획된 살인의 의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아스가르와 이벤의 남편 미카엘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는 이중 구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스가르는 부인인 패트리샤와 헤어졌지만 구조센터 동료들은 아스가르가 낀 결혼반지만으로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 미카엘 또한 폭력 전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납치범과 살인자로 오해받게 된다. 주위 사람 누구도 미카엘의 결백을 들으려 하지 않았기에 그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다.
우리가 늘 생각하는 방식대로 사물을 보고 현상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 감독은 일침을 가한다. 인간의 편견은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힘을 방해한다. 자신의 경험치 안에서 보고 듣고 아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개인이 지닌 믿음과 신념이 때로는 진실과는 거리가 멀게 되고, 심지어 편견은 사회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생길 수 있음에 경각심을 지녀야 할 것이다. 영화 속 아스가르도 자신의 신념과 판단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주어진 일에 그 순간 집중하고 몰입하면 결국 인간은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아스가르 자신의 치명적인 실수가 결국 한 인간의 자살을 막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이벤을 구하는 과정에서 아스가르는 자신의 실수에 대한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결국 자신의 직업과 주어진 일에 대한 소명 의식은 자신의 성장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고 나아가 사회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그것이 인간으로 태어나, 할 도리를 하고 사는 것이리라. 그 점에서 영화 속 아스가르는 경찰관으로서의 소명 의식이 뚜렷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결국 사회를 세상을 지탱해주고 있는 것이다. 명성 성공 부와는 거리가 먼 경찰관이지만, 아스가르는 틀림없는 영웅이다. 구스타브 몰로 감독의 신작 <아들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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