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6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기

구순 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급히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내려왔다. 아버지께서 다행히 정신은 맑으시지만 연세가 적지 않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구십 평생 단 한 번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으실 정도로 건강하셨던 분이라 얼마나 아프시고 불편할지 생각해 보면 자식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결국 인생은 혼자 가는 거고 누구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는 말을 병원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보니 실감했다. 당신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그 고통을 나눠가질 수 없는 노릇이다. 아버지께서 평생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말씀을 어머니께 하셨다고 한다. “여보 미안하오...” 아마 이 말은 지금 당신이 아파서 엄마가 힘들까 봐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60 평생 같이한 배우자에게 자존심 때문에 하지 못하고..

삶의 기록 2024.11.11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feat. 조국애에 대한 환상)

영화 은 영국의 켄 로치 감독이 2006년 칸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은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의 분쟁을 그린 영화이다. 에서 10년 뒤 다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켄 로치 감독은 대영제국 훈장 수훈자로 지명되었으나 이를 고사했다고 한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과 그 세상을 바꾸고 싶은 그의 신념과 철학에 대한 확고함이 엿보이는 상황이다. 그의 영화에서는 주로 노동자 빈민 노숙자 등 사회에 소외된 이들이 나온다. 우리는 인터넷이나 매체, SNS등 부와 명성을 거머쥔 사람들에게 주목하며 그들에게 관심일 쏠리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이야기는 실제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미카엘 하네케, 다르데 형제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드러내어 세상을 제대로 볼수 있는 눈을 키워주게 ..

영화 기록 2024.11.03

런던 여정을 마치며

이번 여행이 나에게 준 의미는 여행에 대한 앞으로의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을 거라는 점에서 보람 있다 하겠다. 더 이상 앞으로 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나에게 여행을 가지 못해서 오는 번뇌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과연 나는 괴롭지 않고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이번 런던 이후 또 다른 여행을 하는 기회가 감사하게 주어진다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고 한편으로 여행에 대한 갈망을 내려놓을 수 있겠다는 여유도 가지게 되었다.우선 오랫동안 비슷한 패턴으로 경험한 여행에(물론 조금씩은 변화가 있긴 있었지만)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여행하는 몇 년간 미술관 가는 것에 흥미가 생겨 그림 관련 책을 읽게 되고 우리나..

여행 기록 2024.10.26

일상의 기록 (feat. 스승의 날)

선생이랍시고 가르친 지도 20년이 되어간다. 오늘 스승이라고 시간 내서 연락 주고 말 걸어준 제자들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바빠서 연락하지 못한 친구들도 문득 어느 날 나를 생각해 준다면 그 또한 감사하고 감사하다. 나도 이 만큼 성장하기까지 도와준 스쳐간 많은 스승들에게 인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유독 학생들에게 예술활동 하는 것을 권장하셨다. 그래서 학예회 때 의상 구해서 입고 연극했던 기억이 난다. 그 추억은 사춘기 때 남들처럼 공부해서 점수에 맞는 전공을 택하는 것이 싫어 연극 영화과 가겠다는 것까지 이어진다. 고등학교 입학해서 연극반에 못 들어가게 말린 엄마 때문에 하고 싶었던것을 하지 못했던 아쉬움과 반항심도 컸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누..

삶의 기록 2023.05.15

독서를 하면서 드는 생각들

2017년쯤부터 시작해 오던 독서지만 초반에는 읽는데 급급해서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독서량만을 따지면 적은 분량은 아닐 듯한데 그때마다 기록을 해놓지 않아 읽었던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내가 읽은 지도 모르고 그 책을 검색한 적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기록을 하려고 하는데 읽고 싶은 게 많아, 읽는 속도가 느려지니 그것 또한 속상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욕심, 집착, 내려놓아야 한다.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얼마간은 기록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삶이 달라졌다. 만약에 책이 없었다면 삶을 지금처럼 긍정적이고 반성하고 때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현재의 삶이 있지 않았을 것이다. 살면서 실제로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이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하다...

삶의 기록 2023.05.09

일상의 기록 (feat 도심 공원)

2019년 독일 베를린 여행때 도심 공원 숲을 산책하면서 숲 근처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속으로 바란 것뿐인데 2019년 코로나 터지기 직전 예상치 않게 이사를 하게 되었다. 운 좋게도 아파트 주변에 숲이 있는 공원이 있어서 거의 매일 산책을 하고 있다. 도시 여행을 하면서 빼놓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도심 속 숲이 있는 공원을 가보는 것이다. 도심의 공원은 시민들 뿐 만 아니라 낯선 여행자에게도 좋은 안식처이기도 하다. 따스한 햇살과 함께 새소리 들으며 현지인처럼 돗자리 깔아놓고 커피 마시며 책도 읽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아니면 가벼운 조깅이라도 하면, 좋을 것이다. 숲이 있는 동네 공원길을 산..

삶의 기록 2023.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