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록

영화 <원스> (feat. 영혼을 공유하는 사랑)

Christi-Luna 2024. 11. 25. 04:16

영화 원스는 아일랜드 출신 존 카니가 감독한 영화이다. 작품 속 아름다운 음악은 남녀 주연배우인 글렌 핸사드와 마르케다 이글로바가 직접 불렀다는데, 이 매력적인 음악들은 두 남녀의 사랑에 대한 메시지가 구구절절이 녹아있다. 한 시간 반이 안 되는 영화는 극적 긴장감도 없고 화려한 사랑 이야기도 없다. 10년쯤 개봉 당시 관람했던 기억의 잔상은 잔잔한 영화의 묘한 매력에 빨려 들어갔던 거 같다. 10년이 지나 영화를 다시 보면 어떤 점이 다르게 보일까 라는 호기심이 생겨서 챙겨 보게 되었다.

10년 전 관람 때는 이 둘의 사랑이 이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었다면 지금은 이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사랑의 깊이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점이 더 좋아 보였다. 이별의 아픔이 10년 전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면 지금 이 영화에서 강하게 다가오는 점은,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연결되어, 연인 관계를 초월한 영혼을 공유한 인간적 사랑을 느껴져 좋았다. 이 두 사람은 스스로 채우기 어려운 것을 상대방에게 기꺼이 내어 준다. 두 사람은 음악을 통해 물질적 육체적 사랑의 관능을 넘어 순수한 영혼의 접촉을 한다.

사랑의 실연으로 상처가 깊은 ‘그’는 아버지를 도와 청소기 수리를 하며 틈틈이 길에서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부르며 생활한다. 그것이 자신의 음악을 향한 열정의 돌파구이다. 어느 날 그의 노래를 좋아해 매일 들으며 길에서, 꽃과 잡지를 팔았던 체코에서 이민 온 ‘그녀’는 그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보고 그에게 관심을 가진다. 음악을 사랑했던 ’그녀‘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그녀에서 피아노를 사주지만 이민온 지금은 피아노가 없다. 그녀는 늘 친한 악기 판매상에게 부탁하여 피아노를 칠 정도로 피아노를 사랑한다. 여기서 그녀의 피아노 연주 들은 그는,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그녀와 함께 공유하며 음악을 향한 서로의 열정을 확인하게 되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녀는 남자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보고 그의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위한 음반 작업을 도와준다. 이런 그녀가 자신의 음악을 진심으로 도와준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녀는 딸까지 있는 유부녀였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한다. 그녀 또한 그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상황 때문에   그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오디션 음반이 완성되자, 그는 그녀에게 런던으로 같이 가자는 제안을 거절한다. 런던으로 떠나기 직전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집을 구하라고 준 돈으로, 그녀에게 피아노를 선물하고 런던으로 떠난다.

*영화 Once


스케일이 큰 영화는 아니지만 사랑의 깊이는 작지 않다. 두 사람은 무엇보다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대가 없이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랑했던 여인과 헤어져 상실감에 빠진 그에게 용기를 주고 그의 음악 활동을 진심으로 도와준다. 흔한 연인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이 두 사람은 서로에게 보통 인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 연결고리는 서로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이다. 짙은 사랑의 표현은 없지만 음악을 통해서 그들의 사랑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데, 직접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음악을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이것이 너무 아름답다. 직접적으로 건네는 백 마디 말보다. 선율을 통한 음악이 더 감동적이고 감수성을 자극한다. 반면에 이 음악들은 충동적 감정에서 오는 생각의 유혹을 차단해 주고 스스로를 객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실어 준다. 음악은 일종의 거리두기 효과를 주는 것 같다. 직접적인 말은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시키지만, 음악은 간접적인 언어이며, 충동적 행동을 방어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준다. 영화 속 인물들이 모두 음악을 사랑하는데, 음악을 통해 인간적 화합이 이루어진다. 음악을 매개로 따뜻한 인간의 사랑을 구현해 낸다.

그가 그녀에게 선물한 피아노는  이별 선물이 아니라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몸은 비록 떨어져 있지만 그의 영혼은 그녀에게 선물한 피아노를 통해 남겨 두었다. 그 둘의 음악적 결속은 이 피아노를 통해 이어진다. 또 그가 런던 활동을 위해 그녀가 도와준 음반 역시 두 사랑의 결실로 맺은 열매이다. 이 두 사람이 낳은 자식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본질은 같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고 안타까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10년 세월이 지나 알게 되었다.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아일랜드라는 나라에 호기심이 생겼다. 영국과 비슷하지만 보헤미안적 기질과 예술적 감수성이 더 강하고, 다소 원초적인 성향을 지닌 나라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