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 6

뮌헨 5 (feat.여행을 마치며)

처음 여행을 혼자 갔을 때는 지금 여행하는 것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그 당시 출국하기 1주일 전 남겨두고 그냥 가지 말까 하고 갈등하기도 했다. 낯선 공간에 혼자 있다는 상상을 하니 두렵고 공포심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여행지 숙소에 도착하고 나니 그런 감정은 온 데 간데없고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졌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두려움과 무서움이 작지 않았었고 혼자 남겨진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낯선 곳에 홀로 남겨진 것이 처음이었던 그 순간, 어떤 희열과 해방감 같은 것이 올라왔다. 자유로웠다. 몇 번의 여행을 혼자 한 지금도 가기 직전 약간의 두려움은 늘 올라온다. 도착하면 그것이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였다는 것을 어김없이 알게 되지만 말이다. 지금은 그런 두려움의 크기와 강도가 줄어..

여행 기록 2023.11.12

뮌헨3 (feat.렌바흐하우스-시립 미술관)

뮌헨의 시립 미술관은 이번 여행의 미술 여정에서 좋았던 미술관이다. 이곳 렌바흐 시립 미술관은 건축가 가브리엘 폰 자이들(Gabriel von Seidle)이 화가 프란츠 폰 렌바흐를 위해 설계된 아틀리에였다고 한다. 렌바흐 사후 정부가 매입했고 바실리 칸딘스키의 연인이었던 화가 가브리엘 뮌터(Gabriele Munter)가 청기사파(Der Blaue Reiter)의 작품, 칸딘스키의 작품등을 상설 전시하면서 미술관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실내 장식은 화려하면서 심플하지만 모던하면서 분위기가 무엇보다 차분하다. 물론 평일 비 내리는 오전에 방문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청기사파는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를 중심으로 1909년 결성된 뮌헨 신미술관협회(Neue ..

여행 기록 2023.10.28

뮌헨 2 (feat. 영국식 정원)

토마스 만이 말한 대로 시간의 개념은 느끼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반대로 짧게 느껴지기도 하다. 그의 생각이 참으로 정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뮌헨여정의 삼분의 이가 끝나고 있다. 뮌헨에 도착한 지가 어느덧 2주가 흘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 온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느낌이다. 딱히 너무 재미있다거나 흥분된다거나 가슴 설레었던 여정이었다기보다는 좀 안정적인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 유럽에 여러 곳을 그간 다녀 본 결과,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짜여 있고, 구글맵이 상당히 디테일하기에 교통편을 검색만 할 수 있다면 거의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다. 타국에서 긴장감을 가지고 움직이지만 한국에서도 길을 잃기도 하니까 말이다. 여행을 하면 조바심이 생기곤 한다..

여행 기록 2023.10.22

스페인여행기록 (feat벨라스케스, 시녀들)

작년 가을 장기간 스페인 여행을 결정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프라도 미술관 방문하는 것이었다. 1년 미술관 무제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구매해 20일 정도 마드리드에 머무는 동안 프라도 미술관을 9번 정도 다녀왔다. 유럽의 대도시 국립 미술관은 대체로 넓기에 첫 관람 하는 날, 길치 이방인은 늘 미술관에서 화장실을 찾거나 엘리베이터 서는 곳 등을 찾느라 길을 헤매다가 관람시관을 뺏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프라도 미술관 여러 번 방문하면서 좋은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기회가 주어져 감사했다.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의 대표작은, 그 당시 화가들이 선망하는 직위였던 궁정화가 직책을 가진 벨라스케스 (Don Diego Rodriguez da Silva y Velasquez 15..

여행 기록 2023.04.23

스톡홀름 여행 기록

내 여행의 1순위는 미술관 관람이 되었다. 어느 날 문득 이 겁보가 혼자 여행이 가고 싶어 졌고, 여행지 미술관 관람의 시작은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읽게 되면서부터이다. 이 책에서 이탈리아 화가 조토의 그림을 보고 뭔가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을 받았고, 조토의 프레스코화를 보기 위해 이탈리아 파도바에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물론 몇 년 후 감사하게도 그곳에 직접 가서 조토의 프레스코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또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렘브란트 "자화상"을 보고 어느 순간 렘브란트의 영혼을 본 듯한 착각에 빠지고, 빈 센트 반 고흐를 사랑하게 되어, 이제는 여행지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미술관 관람이 되었다. 이렇게 여행, 미술 감상, 책 읽기는 지금까지 내 삶에 원천이 되었다. 역시 스톡홀..

여행 기록 2023.04.15

스페인 여행 기록

돈키호테를 5년 전쯤에 읽고 세르반테스의 영혼을 사랑하게 되었다. 지금은 영문본 돈키호테를 매일 한 장씩 읽고 있다. 매일 한 장씩만 읽으니 지금껏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아직 읽고 있다.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는 다 읽을 수 있을 거라 예상된다. 2022년 가을 40일간 스페인 여행을 혼자 다녀왔다. 스페인 여행을 결심하게 된 여러 이유 중의 하나가 돈키호테의 나라이기도했고 마드리드 에스파냐 광장에 있는 돈키호테 동상을 보고 싶었다. 돈키호테와 산쵸 세르반테스 조각상 사진을 찍고 한참을 조각상 앞에 서있었다. 돈키호테의 갑옷은 낡아 돈키호테의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 돈키호테가 타고 있는 말 로시난테는 돈키로테와 한 몸이다. 무서워서 달아나고 때로는 무참히 상처 입는 로시난테는 조각상에서도 짠함이 ..

여행 기록 2023.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