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최고의 책을 손꼽는다면 바로 돈키호테이다. 그 돈키호테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돈키호테가 산초에게 해준 말들을 골라서 읽어 보았다.
무얼 두려워하느냐, 비겁한 인간아? 무엇 때문에 우느냐, 이 심장이 물러터진 녀석아? 누가 너를 못살게 하느냐 아니면 귀찮게 하느냐, 집구석의 생쥐 같은 놈아? 아니면 무엇이 부족한 것이냐, 배가 불러터진 가난뱅이 녀석아? 네가 지금 리페이 산을 맨발로 걸어서 가기라도 하느냐? 대공이나 된 것처럼 널빤지 위에 앉아서 이 상쾌한 강의 조용한 흐름을 따라가면 잠시 후에는 광활한 바다로 나갈 텐데.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얼마나 '두려움'이라는 실체 없는 감정이 내 삶에 뿌리 박혀 있었던가. 더 큰 문제는 두려움이 있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 감정에 허우적거린다는 점이다. 두려움을 인식조차 못할 때 그것은 참으로 위험하다. 이 무의미한 실체가 쓰레기라는 것을 독서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감사하다.
그 현세의 명성이 아무리 오래 지속된다 하더라도 정해진 종말이 있는 이 세상과 함께 결국 끝나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결국 끝나게 되는 것... 우리는 거인들에게서 오만함을 앗아야 하며, 관대함과 선한 마음씨 속에서 시기심을 없애고 차분한 절제와 마음의 고요함 속에서 분노를 없애고 절식을 하고 밤샘을 하는 가운데 과식과 잠을 피하고... 우리를 그리스도교도이자 유명한 기사로 만들어줄 수 있는 기회를 찾아 이 세상 모든 곳을 편력하면서 나태함을 피해야 한다. 산초야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좋은 명성을 얻는 방법들을 너도 이제 알겠느냐.
자신이 원하던 목표를 이루고 걸맞은 명성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헌신해야 된다.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바가바드 기타>에서 말하는 제물이 요구된다 즉 희생양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절제"이다. 뭔가를 얻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의 것을 내어주어야 한다. 생각 없이 살면서 했던 나쁜 습관, 무의식 속에 의미 없이 떠다니는 감정들을 제거하고,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욕구를 인간만이 지닌 인식 능력을 통해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 음식을 절제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듯하다. 얻기 위해서 포기해야 되는 것들이 뒤 따름을 명심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
산초야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속에 지혜가 있으며 지혜로운 자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법이다. 둘째로 너 자신을 알고자 노력하면서, 네가 누구인지에 대해 눈을 떠야만 한다. 이것은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힘든 인식이지. 자기 자신을 안다면 개구리가 황소와 맞먹으려고 몸집을 부풀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 세상에 가장 어려운 일이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 모두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 같다. 나 조차도 말이다. 우습게도 타인을 통해서 나를 이해하게 되는 듯하다. 상대방이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느끼게 된다. 생각보다 자기 자신을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때 '아 나도 나 자신을 제대로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만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것인가? 타인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이것이 요즘 내 삶의 화두이다. 개구리인데 황소와 맞먹으려고 자신의 몸집을 부풀리고자 하는 욕망은 내려놓아야 한다.
산초 네가 통치하는 섬에 있을 때 친척들 중에 누군가 찾아오거든, 그를 쫓아버려서도 안되고 모욕을 주어서도 안된다. 그러기 전에 반갑게 맞이하고 숙소도 주며 선물도 주어라 그것이야말로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다. 하늘은 자신이 만든 것을 어느 누구도 깔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며 또한 아주 조화로운 자연에 네가 진 빚에 보답하는 일이 될 것이다.

독서 모임에서 읽은 <바보 빅터, 호아킴 데 포사다 저>는 학부모와 선생들이 우선적으로 읽어야 되는 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은 내용이었다. 그런데 책 속 내용 중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 주인공 로라가 웨이트리스를 하고 주인공 빅터를 고등학교 시절 바보라고 왕따 시킨 더프가 빅터가 채용된 회사 경비를 하는 것에 대해 빅터와 비교하며 열등의식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왜 경비를 하면서 웨이트리스를 하면서 열등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모든 사람이 변호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 대통령이 된다면 세상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시스템 안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 우리는 철저한 분업이 필요하다. 막말로 쓰레기 치우는 일을 누군가 해주지 않았다면 대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공부 잘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돈 잘 버는 직업을 택해야 잘 사는 것이라고, 착각을 심어주는 게 지금 학교 교육의 현실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세뇌당하고 산다. 세상이 작동되는 방식과 다르게 살고 싶다는 열망의 시작은 <돈키호테>를 읽고서부터이다. 감사하다.
돈키호테는 문학 속 주인공 중 사랑스러운 인물 중 한 명이다. 둘치아네를 사랑하는 돈키호테는 한결같은 마음을 지녔고 그의 지적 소양은 크며 몸을 사리지 않고 불의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 정신을 지닌 인물이다. 또 산초를 성장시킨 영적 스승이면서 그는 구도자이다. 때로는 인간적인 면모에 모성애를 자극시키는 짠한 마음을 자아내는 돈키호테는 매력 덩어리 내 마음 속 연인이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위대한 문학의 선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동시에 자기 계발의 보고다. 소설 안에는 새겨들을만한 주옥같은 말들이 넘쳐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본질은 변함없기에, 고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강한 긍정이 드는 책이 돈키호테이다. 돈키호테와 산초가 함께한 여정을 다시 꼼꼼하게 읽고 그의 말들을 마음에 새겨 지혜롭게 살아가고자 한다. 이런 성찰할 수 있는 마음과 시간적 여유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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