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오델로>를 보면 이아고의 간괴에 넘어가오델로는 자신이 너무도 사랑하는 데스데모나를 죽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박사과정 동기들과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독일 배우들이 공연한 <오델로>를 예술의 전당에서 본 적이 있다. 그때 그 공연 속 이아고의 연기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관람은 이아고가 데스데모나를 음해하는 나쁜 인물이라는 인상을 가졌던 이분법식 한계의 틀을 부수는 시발점이 되었다.
이아고의 역할을 맡은 배우가 연기를 잘하기도 했지만 악의 탈을 쓴 인물이 아니라, 이아고는 작품 속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람으로 보였다. 그래서 오델로는 이아고가 하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누구도 이아고처럼 친절하고 따뜻하게 말했다면, 누구라도 의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이아고가 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다른 사람을 음해하려는 의도를 지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비록 내 말이 그 순간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던진 말이 상대방의 삶의 방향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장담하는 것은 오만 일 것이다.
요즘 좋고 나쁨에 대한 나의 판단이 얼마나 덧없고 무지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리고 반성하고 있다. 오랜 기간 함께 해온 친구들 지인 혹은 가족까지, 그들에 대한 판단과 감정의 희비일비가 얼마나 쓸데없는 에너지였는지, 사람에 대한 내 편 네 편이 그 순간일 뿐 시간이 지나고 여러 일을 겪어 보았다면 사람으로부터 받은 희비일비 했던 에너지가 얼마나 무의미했음을 알게 됐다.
우리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한다. 물론 칭찬도 하지만 대부분 섭섭함에서부터 미움 혹은 무의식 속 시기질투의 발현까지. 그 순간 나는 이아고가 되고 상대방은 오델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델로는 자신이 믿는 이아고로 인해 잘못된 판단과 편견이 커지고 무지가 극에 달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 들어 돌이켜 보면 친한 이들이 한없이 좋다가도 그 섭섭함이 치밀어 올라 감정의 파도에 휩쓸릴 때가 많았었다. 잘 늙어가고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내 안의 이아고와 오델로가 되는 것을 경계하며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살기로 다짐하고 이 글을 씀으로써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더 애써야겠다.
#오델로 #이아고 #성숙한 인간 #삶의여정을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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