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뛰어난 거장들 중에 스페인 출신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벨라스케스, 고야, 피카소, 달리 호안미로. 특히 이들은 장수 화가들이다. 요절한 천재화가들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농축된 에너지도 좋지만, 오랜 작업기간 동안, 장수한 화가들의 작품을 시대별로 살펴보면, 그들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과 영혼의 성장이 느껴져, 또 다른 관점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난 달리로 태어난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달리로 살아갈 수 있어 행복하다.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얻어진 것은 없었다. 간섭하는 이들과 비난하는 이들에 갇혀 있었지만 그야말로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겨우 얻어낸 것들이다. 난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맞추지 않았고 내가 원하지 않는 일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하여 마침내 달리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난 그대에게 묻고 싶다. 나로 살아갈 수 없다면 그 삶은 대체 무엇인가. 우리는 오직 단 한 번만 살 수 있다. 그런데 더욱 두려운 건 이것이다. 우리에게 무한한 자유가 주어져 있다는 것. 어떤 삶을 살든 그건 내가 선택한 것이다. 시든 땅을 박차고 나오라... 그 어떤 어려움이라도 그 뒤에 숨지 말고 결국 그대 자신으로 살아보라. 그만큼의 힘은 그대 안에 있다. 그리하여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면서 밀려오는 행복감에 전율해 보라. 그게 삶이다."
-아트인문학 여행, 스페인 편/김대진 지음-
바르셀로나 근교에 위치한 피게레스(Figures)는 달리의 고향이다. 그는 피게레스 시립극장이었던 곳을 1960년대 초부터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10년 넘게 설계한끝에 1974년, 'Teatre-Museu Dali 달리극장'을 개관했다. 이곳을 방문한 날 유독 하늘이 푸르렀다. 조용한 동네에 달리극장이 있는 이곳 극장 앞 광장에는 관광객들이 넘쳐났다.
'달리'는 천재 중에 천재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엄청난 감각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림 솜씨도 뛰어나다. 보통 초현주의 화파나 비구상 미술을 하는 화가들을 보면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그림묘사까지 잘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달리 극장을 관람하면서 화가의 뛰어난 감각은 물론 그림 그리는 기술도 '달리'의 조상 '벨라스케스' 뺨칠 정도로 잘 그리는구나 라는 생각했다. 달리 스스로가 이렇게 말했다 하고 한다.
초현실주의자들과 나 사이에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그건 내가 유일한 초현실주의자라는 거야"
-아트 인문학 여행 참조-
그의 작품을 본 누구라도 이런 '달리'의 말을 부인할 수 없을 거 같다. '달리' 스스로를 자 아는 사람이다. 부럽게도 메타인지가 아주 높은 사람이다. 이곳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자꾸 내 마음속 이 말이 튀어나오려 했다 '달리, 당신은 똘 아이들 중에도, 아주 1등 똘 아이네요.‘ 라고. 대부분 그의 작품에서 이런 생각을 했지만, 몇몇 작품들은 특히 혀를 내두르게 하고, 기가 막히는 작품들이 있다. 와 참 어마무시한 상상력이구나! '달리'는 대체 생각을 외계어로 하나! '달리'에게는 세상이 달리 보이나! 그런 다른 세계를 보는 눈이 어디 그의 몸속에 장착되어 있나! 대단한 것은 그의 그림을 보면 언어로가 아닌 감각으로나 이해되는 그 무엇이 있다. 주제넘은 이야기지만 피카소의 작품은 언어로 정리가 안 되는 화가라고 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달리' 작품은 생각의 정리가 언어로 잘 안된다. 마음속 꿈틀 거리는 그 무엇을 건드려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고,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몽환적인 기분을 가지게 한다. 언어로 사고되는 생각의 논리가 해체되고 몸의 동물적 감각이 살아나는 듯하다. '달리'는 인간의 언어로 생각하는 세상을 시각화시켜, 관람자를 설득하지 않는다. 화가 자신의 원초적인 감각들을 불러일으켜, 그것을 시각화시킨 뒤, 잠자고 있던 관람자의 감각까지 깨어나게 하는 힘이 있다. 이것이 '달리'의 위대함이다.
피카소를 그린 '달리"의 작품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뱀 같은 혀 모양의 스푼은 무엇인가? 그 안에 담긴 것은 열쇠 혹은 악기인가? 왼쪽 아래 카네이션은 선배님에 대한 존경심의 상징인가? 자세히 보면 피카소 얼굴이랑 닮았다. 뭔가 구린 느낌이 난다. 사진으로 잘 안 보이지만 빰 부위에 그린 피카소 얼굴의 '털' 보고 전시룸에서 크게 웃을 뻔했다.
'달리'가 자신의 부인 ‘갈라’를 모델로 그리는 장면을 그렸다. 그림 속 화가의 얼굴 표정은 새로운 뭔가를 깨달은 듯 하지만 두려워하고 있고, 화가 부인은 그런 달리를 감시하는 듯 쳐다보고 있다. ’달리‘가 손에 쥔 그림 붓이 머리카락 자르는 가위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페인 여행 중 가장 비싼 음식값을 치렀던 구글 평점 높은 달리극장 인근 레스토랑의 디저트, 이뻐서 빨리 먹어치우기 아까웠다.
‘달리’는 살아생전에 피카소처럼 성공과 명성을 다 얻었다. 진정한 아티스라면 세속적인 성공의 안락을 넘어 지속적인 자신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아야 영원 불멸하리라 본다.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내면의 세계를 끌어내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아니 오래도록 그의 작품은 ‘달리’ 만의 색깔로 우리의 감각을 깨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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