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록

스톡홀름 여행기록(feat.공연)

Christi-Moon 2023. 5. 5. 19:51

스톡홀름에서 여행에서는 왕립연극 극장(Dramaten)에서 연극 세편, 스웨덴 왕립 오페라 극장 (Kungliga Operan)에서 무용극 한편을 관람했다.

*Kangliga Dramatiska Teatern


스웨덴 왕립연극극장은 내가 지낸 숙소와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어 공연 후 마음 편하게 돌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이 극장을 가면 거기를 지나치는 사람에게 웃음 짓고 인사할 수 있는 두 개의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스웨덴의 대표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August Strindberg 1849~1912)와 스웨덴 여배우 마르가레타 크로크(Margareta krook1925~2001), 조각상이다. 숙소에서 출발해서 미술관이나 그 밖의 관광지를 가려면 거의 ‘왕립연극극장'을 지나야 했는데, 이 위대한 두 예술가의 조각상은 낯선 여행자에게  등대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다.

*왕립연극극장,스트린드베르히 조각상

왕립연극 극장 정면을 찍기 위해서 뒤로 물러나다 보니 밑에서 스트린드베리가, “너 이제 왔냐? 내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니?"  이렇게 비웃듯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스톡홀름 오는 비행기 안에서  스트린드베리 극작, 리브 울만 감독 영화 <미스줄리>를 보고 스트린드베리에 대한 생각 많이 하면서 왔다. ‘스트린드베리 대단하다! 진짜 창의적이구나! 정말 섬세하구나!  미친 영혼들이 각 나라에 한 명씩은 있구나! ‘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던 차에, 비 내리는  여행 시작 첫날 아주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조금은 재미나게 보이는 그의 조각상을 만난 것이다. 극장 정면에 있었음에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마르가레타 크로크

처음에 마르가레타 크로크가 누구인지 모르고,  대체 사람들이 얼마나 배를 만졌길래 저 지경이 됐는지,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소박한 옷차림의 이 아줌마가 누구일까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스웨덴 ‘국민 여배우’였다.

*밤주막, 커튼 콜

첫 관람 작품은 러시아 극작가 막심 고리끼의 <밤 주막>. 옛날의 찬란한 영화를 상징하는 듯한 그리스도 신전 느낌 나는 무대가 멋졌다. 한때 화려했던 과거는 지나가고, 이제 그곳은 하층민이 모여사는 빛바랜 거주 공간이 되었다. 특이한 점은 원작과 달리 극 중 인물인 나스쨔가 아기를 낳는다. 탄생과 죽음이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무난한 공연이었다.

*태풍 커튼 콜

다음은 셰익스피어의 <태풍>.  영상을 이용한 시각적 재미가 잘 어우러지는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무대 세트는 강렬한 빨강에 알록달록 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 영상'과 우스꽝스러운 '비현실 공간인 무대'를 번갈아 오가며 극이 진행된다. 나중에는 '현실 영상 공간'이 비현실이 되고, '비현실 공간인 무대'가 현실이 되는, 결국 모든 것이 뒤 섞여  이 모두가 실제 삶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셰익스피어 태풍을 영감을 받아서 제목이 태풍이겠지만 원작 내용과는  많이 다른 듯했다. 영어 자막이 있었다면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그럼에서 불구하고,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효과가 뛰어난 공연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했다.

*태풍


마지막 연극 관람은 <멕베드> 로 원작과 배경은 같으나  원작에 없는 멕베드의 딸이 극의 핵심 인물로 나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멕베드 딸의 성장 스토리로 극을 풀어간 듯싶다.

*멕베드 커튼 콜


스웨덴 왕립 오페라 극장에서 본 발레 <Eskapist> 공연이 여행 기간에 관람한 것 중 제일 좋았다. 발레지만 춤적인 테크닉이 보이기보다, 무용수들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무용이라기보다는 퍼포먼스에 가까웠고, 1층 발코니석에서 관람하니 무용수들의 호흡소리가 생생하게 들려, 에너지의 흐름이 전달되고 역동성이 느껴졌다.

*스웨덴 왕립 오페라 극장
*Eskapist

북유럽만의 예술성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는 무대와 의상이 멋졌는데, 심플함 속에서도 화려함을 놓치지 않았다.무엇보다 무용수들의 연기와 무대, 의상, 조명, 음악등, 앙상블이 좋은 공연이라 외국인 관객인 내게도 <도피자>라는 제목에서 주는 메시지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Eskapist 커튼 콜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약 1주일가량은 여행 후유증을 겪는다. 여행하는 동안 쌓인 피로와 긴장감 해소, 그리고 시차 적응까지 약간의 우울감을 느낀다. 그러나 1주일 지나면 다시 활력이 생기고 하는 일에 집중력을 더 발휘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또 다른 여행을 위해 건강한 체력 유지는 필수. 또 다른 여정을 위해  하루에 두 시간 걷기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