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여행동안 뮤지컬 공연 관람 계획은 없었다. 비엔나 국립 오페라 <라트라비아티>를 보러 가기 위해 지나가다 우연히 레베카 포스터를 봤다. 운 좋은 날이었다.
레베카는 영국 소설가 대프니 듀 모리에가 1939년 발표한 장편 소설이 원작이며 오스트리아가 제작한 뮤지컬이다. 공연을 보면서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와 비슷한 극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 주인공 “로체스터”와 레베카의 남자 주인공인 ‘미스터 윈터’가 전 부인들로 부터 받은 고통을 지닌 채 살아가지만, 두 소설의 여주인공들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난간을 극복하게 된다. 또 이 두 스토리의 여주인공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기 위해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게다가 두 이야기 모두 극적갈등의 해소는 대저택의 화재로 끝나게 된다.
'맨덜리(Manderley) 저택’의 주인인 ‘미스터 윈터‘는 전 부인 ‘레베카’의 의문의 죽음에 대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중 나(Ich)’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다시 결혼하게 된다. ’나(Ich)’는 남편이 된 ‘미스터 윈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맨덜리 주택’의 새 안주인이 된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실제 없는 두려움으로 늘 자신감이 없다. 이런 새 안주인 ‘나(Ich)'를 전 안주인인 레베카와 비교하며 괴롭히는 '댄포스 부인’. 은 맨덜리 주택의 집사이다. ‘댄포스 부인’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나(Ich)'는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 미스터 윈터’를 도와 실체 없는 과거의 심연으로부터 빠져나온다.
이 작품에서 ‘댄포스 부인’이 레베카의 분신처럼 행동하고 ‘나’를 괴롭히는 악인으로 나오지만, 주인공 ’나‘와 ‘미스터 윈터‘ 내면에 두려움을 시각화하기 위한 상징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 내면의 두려움은 과거의 상처에 벗어나지 못하게 발목을 잡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을 방해한다.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는 새로운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두 남녀 주인공들의 용기와 도전으로 연결된다.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고통을 이겨내야 하고 그 과정이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것을 이 극에서 말해주고 있다.
무대에 설치된 구부러진 계단은 그들이 처한 삶을 상징해주고 있다. 극 전반부 주인공들은 지나간 과거에 끌려가듯 계단 아래로만 내려오는 장면이 많고 그 과거를 뚫고 인물들이 올라가는 것은 후반부에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댄포스 부인’은 과거를 상징하는 ‘맨덜리 저택’에 불을 지르고 ‘레베카의 드레스’를 계단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린다. 그리고 자신도 불 속으로 사라진다. 이제 과거(레베카)는 실제 하지 않게 된다.
더 이상 실제 하지 않는 과거나 미래를 (레베카)를 스스로 만들어, 두려움을 지닌 채 현재를 소모할 때가 많지 않은가. 자신이 움켜잡고 있음에도 의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위대한 영혼들이 자신들의 작품 속에 얘기하는 것 중 하나가 이것이다.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스스로 생각 속에 만들어 낸 것일 뿐 실체가 없는 거라고,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2023년 내가 태어나서 해보지 못한 일을 해야 된다. 두렵다 사실. 내 안의 레베카를 불태워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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