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그릇에 물을 담고 싶을 때 물이 많아 넘치려고 한다면 그 물을 좀 버려야 한다. 그릇에 딱 맞게 물을 채울 수 없다. 물이 담기려면 그릇보다 작게 물을 담아야 한다. 우리 삶도 그런 것 같다. 다 가지고, 다 되고, 다 안되고, 다 나쁘고, 다 좋고... 이런 것은 없다. 우리는 인식상 완벽한 그 무엇이 있다고 착각한다. 진정한 ‘Perfect'는 그릇에 맞는 적당한 양의 물을 담는 것이 완전한 것이다. 꽉 채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여유가 있어야 안정감이 더 있고 자연스럽다.
우리는 삶에서 늘 부족함을 느낀다. 뭔가 꼭 채워진 삶을 살기를 원하고 그리고 그 삶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넘치는 삶을 살려고 하면 탈 나기가 쉽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정도를 지나치면 아니한 것만 못하게 된다. 예전에는 ‘열심히’라는 말이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티칭을 업으로 하면서 학생들에게 ‘열심히 해라’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열심히’가 마냥 좋은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티칭의 경험상, 열심히 한다고 초반에 열정을 가지는 사람이 오히려 빨리 지치고, 하고자 하는 것들을 빨리 놔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열심히’는 집착을 낳는다. 갈망이 생기고 열심히 한만큼 그것에 상응하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열심히 한다고 모든 일이 다 잘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하고자 하는 일이 잘되려면, 열심히 보다는 적절하게 해야 한다. 애씀 없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해 나가는 것, 즉 그릇에 물을 채우되 넘쳐도 안되고 반대로 비어져 부족해도 안된다. 과하면 넘쳐서 저절로 흘러가버린다. 내 의지로 막기 어려운 상태다. 그리고 부족하면 그릇이 낭비되기에 적절한 균형감을 가질 때까지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부어 넣어야 한다. 좀 더 노력해야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적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완전함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은, 무작정 쏟아 부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적절함을 유지하며 하는 것이다. 즉 ‘완전함’이란 어느 정도 비어있는 상태 즉 부족함이 남아있는 것이 완전한 것이다.
물을 돈으로 생각해 보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많이 벌어서 돈이 넘친다면, 그릇에 넘치는 물처럼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돈 모은다고 건강이 나빠져 결국 번 돈이 병원비로 쓰이게 되는 일을 주위에서 보지 않는가. 모은 돈이 병원비로 흘러 나가는 것이다. 과한 것은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의 섭리가 다 알아서 조절해 주고 균형을 유지시켜 준다. 그게 이치이다 무한정 담을 수 없다.
우선 내 그릇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결국 나 자신을 잘 아는 것이야 말로 지혜로운 삶을 사는데 필수 조건다. 내 그릇의 크기가 어떤지 알아야, 적절하게 조절하고 균형감을 가지며 살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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