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 드라마였던 JTBC의 <부부의 세계>의ㅡ 원작 드라마, 영국 BBC <닥터포스터>를 보았다. 우리나라가 방연 한 김희애 주연의 <부부의 세계>는 뭔가 불륜에 드라마가 포커싱이 돼있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영국의 <닥터 포스터>는 한 여자가 가정을 이루고 애를 낳고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성장이야기로 여겨졌다. 남편의 외도, 이혼, 자식의 양육 문제 이것들은 드라마의 부수적인 소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각자의 안경을 끼고 그 안경을 통해서 본 세상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의 안경도 나와 같은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착각하고 세상을 살아간다.
기둥이 빨갛게 보이고 파랗게 보이는 것은 내 안경 색깔 때문입니다. 내 눈에 그렇게 보이고, 내가 그렇게 알고, 내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실제 기둥 색깔이 빨간지 파란지는 알 수 없습니다... 빨갛게 보이면 ‘지금 내 눈에 빨갛게 보이는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파랗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만나면 ‘저 사람 눈에는 파랗게 보이는구나’ 하고 인정하면 됩니다.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중-
우리는 스스로 완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고, 자신은 그래야만 한다고 착각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아니면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기가 참으로 어렵다. 스스로 안경을 끼고 그 안경을 통해서 바라본 세상이 전부라고 여기는데 젊었을 때 더 그러하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녹녹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괴로운 현실은 우리가 맺는 친밀한 관계에서부터 삶의 균열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에서 닥터 포스터의 미성숙한 삶을 자각하게 해 주고, 깨부수어 버리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부모, 남편, 자식, 친구, 동료들이다. 이들을 통해 죽음 갈등, 이별, 배신을경험한다. 내 삶은 산산조각이 나고, 급기야 이들은 남이 아니기에 더더욱 자신의 삶을 벼랑으로 몰아세운다. 순식간에 세상은 지옥이 된다. 결국 나 자신이 쓴 안경으로 바라본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깨우치게 된다. 보지 못하고 보지 않으려고 애써 외면했던 현실의 지옥을 고통스럽게 마주하고,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지옥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고 용기를 지니게 되며 스스로 반성하는 자세로, 주어진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적극적인 도전이 요구된다. 이것은 자신만이 할 수 있다. 누구도 지옥의 삶을 벗어나게 도와주지 못한다. 오직 내가 해야 한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은 아마 우리의 삶을 마칠 때까지 진행 중이지 아닐까 싶다. 자신의 삶에 깨어 있어야 한다. 삶에 파도는 예상치 않게 밀어닥치기도 하므로 거기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파도가 오더라도 기꺼이 타고 즐길 수 있는 지혜로운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닥터포스터>는 한 가정을 파괴시킨 남편의 불륜에 복수하는 우아하고 지적인 완벽한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남들이 부러워 하는 직업과 가정을 이루고, 스스로 다 가졌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던 한 여자가, 자신의 삶에 불어닥친 문제를 극복하고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해,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어른 성장 드라마’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