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록

일상의 기록 (feat. 혼자만의 시간)

Christi-Moon 2023. 6. 2. 20:56


혼자 있는 고독이 이제는 좋다. 여러 사람들이랑 있다 보면 피로도가 높고 자주 사람을 만나다 보면 에너지가 소진된다. 나이가 들어서 이런 변화가 찾아왔다. 이 변화가 있기 전에는 밤에 혼자 집에 있지도  잘 못했을 뿐만 아니라  비행기를 혼자 탄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그런 때가 있었다. 안용태의 <유쾌한 고독>에 나오는 글이다.

고독은 혼자일 때 찾아드는 감정이 아니라 혼자이고자 하는 자발적 태도이자 의지이다. 세상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혼자됨을 선택해 자신의 지친 마음과 영혼을 돌보는 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욕망이다. 

 
이제는 혼자 산책하고 혼자 책 보고  혼자 여행 다니고. 혼자 잘 논다. 주위에 나이가 들었어도 혼자 식당에 가서 밥 먹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누가 꼭 있어야 뭔가를 할 수 있다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행동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은 돈의 여유도 있어야 되지만 그렇다고 돈이 있다고 다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 여행 갈 사람을 주위에서 찾아야 하고 같이 동행하고 싶은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과 시간을 맞춰야 한다. 물론 패키지로 가면 여행지에서 혼자 지내지 않아도 되지만 이 또한 뭔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처음 혼자 여행 가기 전 까지는 용기가 필요했다. 혼자 여행 가기로 계획을 짰지만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두렵고 걱정이 컸다. 그런데 막상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그런 불안감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뭔가 뻥 뚫리는 느낌이랄까. 그때 느낀 자유를  이제는 포기하고 싶지 않다. 아마 그쯤부터 남을 의식하는 삶이 어떤 것이지, 얼마나 타인에 의존을 내가 많이 하고 살았는지 깨닫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은 스스로 만들어 나간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강제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중략... 어쩌면 우리의 욕망이라 믿었던 것은 철저히 세상의 욕망을 대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무조건 부모님의 욕망에 이끌려 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부모님이 살아가시는 삶의 가치관을 무조건 따르고 그것이 맞다 생각했고 의심 없이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의 노모는 한마디로 배려의 여왕이시다. 남한테 신세는 물론 형제한테도 신세 지면 안된고 신세를 졌으면 바로바로 갚아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다. 그리고 나도 그게 올바른 사람이고 올바른 행동이라고 믿고 살았다. 그런데 가끔은 내가 남한테 저렇게 까지 배려를 해야 되나 할 때가 있다. 상대방이 배려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나 또한 지나치게 남에게 배려받는 것이 때로는 불편할 때가 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배려도 적당히 해야 되는 것이지 지나치면 강박관념이 될 수 있고 배려를 원치 않은 사람에게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이 배려가 미덕이라고 착각하고 살았다는 것이다.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가치관들도 지나치면 욕망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또 간과하기 쉬운 사실은 자본주의의 욕망에 이끌려 살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접하는 마케팅과 광고는 기업의 이익 추구를 위한 욕망의 산실이다. 소비를 과도하게 부추길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인해 더 가져야 되고 보다 더 좋은 것을 사용해야 되고 더 맛좋은 음식을 먹어야  잘 산다고 착각한다. 얻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하면 뒤처지는 인간이 되는 거 같아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헤어케어 제품은 왜 이렇게 많은가 헤어샴푸 헤어린스 헤어에센스 헤어트리트먼트 헤어오일 헤어세럼 등등. 그런데 왠지 저것들을 골고루 다 사용해야 머릿결이 좋아질 거라고 착각한다. 과연 성분면에서 얼마나 큰 차이가 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머릿결이 좋아지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자본주의는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구매자들의  욕망을 끊임없이 부추긴다. 어쩌면 이런 욕망이 전부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욕망에 노예처럼 끌려 다니고 희생만 당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고독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하나의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끌려가지 않고 자발적으로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이런 거대한 욕망에 휩쓸려 가지 않게 될 가능성이 조금은 더 있다고 본다.
 

소진된 인간은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하는 자이다. 인간은 모든 가능성을 소진했을 때,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가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때 인간은 비로소 타인의 시선이 만들어낸 허상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눈을 돌리는 최초의 순간을 만난다. 소진된 인간은 모든 가능성의 허상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바로 그때 그 어떤 개념에도 구속받지 않는 순순한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다.

 
결국 고독을 택한다는 것은 세상의 욕망에  소진된 나를 돌아보면서,  왜 그토록 세상에 소진되어 살았는지 곰곰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것이다.  이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세상의 흐름과 다른 나만의 시간, 그리고 소진된 상처가 무엇인지 점검하고 그 상처를 어루만질 시간이 말이다.
 
에필로그: 감기가 걸려 3주 전에 고생했는데, 다시 감기에 걸려 이번 주 내내 고생했다, 어제 새벽에 감기의 고통이 최절정에 다다랐다. 그래서  계속 아프고 낫지 않으면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많이 좋아졌다. 감기에 이렇게 길게 걸려본 적도 없었고 이제껏 독감주사도 맞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왜  감기로 오랫동안 고생 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이 티스토리의 글을 쓰면서 커피만 마시고 물을 마시지 않았다. 글을 쓰는데 장시간 집중하면서 물 마시는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휴대폰으로 글을 작성하다 보니 눈도 건조해지고(폐도 건조해 짐) 목에 힘이 주어지니 몸에 무리가 온것 같다. 티스토리의 글을 매일 올리면서 규칙적인 내 루틴을 진행하는 시간들이 뒤 바뀌어 그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감기에 왜 걸렸는지 그 이유를 스스로 고민해 본 적도 이게 처음인 것 같다. 아마도 혼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들을 가지게 된 영향이 아닐까 싶다. 고독하게 지낼 수 있는 이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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