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0일 아버지 90살 생일잔치가 있어 조촐한 가족모임을 가졌다. 지금은 아버지가 집안에 가장 연세 많은 어른이시다.
아버지는 30년 이상 공직에 근무하시고 퇴직하셨다. 고위직 공무원은 아니셨지만 우리 가족이 이렇게 안정된 삶을 사는 것은 아버지 덕분이기에, 감사하다. 어렸을 때는 한 직장에서 30년 이상 일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보니, 불평 한마디 없이 한 직장을 출근하며, 꾸준히 다닌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알게 됐다. 박봉으로 가족이 풍족한 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자식 셋을 대학공부 시키고 결혼시켜 출가시킬 때까지 가장으로서 당신은 늘 책임감 강한 가장이셨다. 더욱 감사한 사실은 당신 스스로 건강관리를 잘하셔서 90살 되실 때까지 병원 한번 입원한 적 없으셨다. 자식에게 큰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능력 있는 부모는 아니지만 건강하신 그 자체만으로 자신들에게 큰 안정감을 주고 계시다. 게다가 퇴직하신 후 당신 고향으로 귀향하셔서 30년간 텃밭 가꾸는 일을 하신 덕분에 우리 가족들은 건강한 야채와 과일을 오랫동안 먹고 있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젊었을 때는 각자 대단한 포부를 가지고 남다르고 특별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알았다. 그런데 점점 나이 들면서 생각이 변하게 되었다. 젊은 시절, 좋은 부모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한마디로 이런 사람들을 팔자 좋은 사람이라고 일반적으로 말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젊은 시절 부와 명예를 가진 지인들 중에, 나이 들어 건강을 잃고 병원을 자주 드나드시거나, 치매로 고생하시며 말년을 보내는 분들이 계시다. 정말 죽을 때까지 우리가 어떤 삶을 살다가 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누구도 자신의 삶에 대해서 감사함을 가질 수는 있으나 잘 산다고 함부로 장담할 수 없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우리 삶이다. 자신의 삶이 지금 물질적으로 풍족하다고 타인의 삶을 이러쿵 저러쿵 판단해서도 안되고, 남들보다 스스로 특별하다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서 충고하거나 간섭해서도 안된다. 지금 내 삶도 어찌 될지 모르는데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자만이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 돈키호테가 산초에게 말한다.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어려우며,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그런 것 같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기 절제와 자기 조절 능력을 가진 자야 말로 진정으로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지 않다. 우리는 커피든 술이든 담배든 설탕이든 음식에서부터 자기 절제가 어렵다. 운동도 말이 쉽지 그것을 꾸준하게 실천하는 사람이 주위를 둘러봐도 생각만큼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살면서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고 꾸준한 운동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이 단순한 삶부터 실천이 어렵다면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가 과식하는 모습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늘 일정한 양을 드시고 맛있다고 특정한 음식을 더 드시지도 않는다. 30년 이상을 직장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다니셨고, 30년 이상을 일정한 식사와 텃밭을 가꾸시며 규칙적인 하루를 보내셨다. 누가 보면 너무나도 평범하고 소박한 삶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보니 알 거 같다. 단순하고 평범하지만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야 말로 가장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90년의 삶을 건강하게 한결같은 삶의 자세와 태도로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시는 아버지 삶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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