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티스토리에 쓴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 1599~1660)의 <시녀들> 편에 이어 프라도 미술관에서 관람한 벨라스케스의 또 다른 작품을 이야기해 보고 싶다. 벨라스케스의 초상화들을 보고 있자면 인물 내면의 감정 묘사가 참으로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빨려 들어갈 거 같다. 그 묘사가 단지 멋있는 초상화 그 이상의 우아하고 아주 품격 있는 인간의 고귀함을 드러내 주고 있다는 점이다. 벨라스케의 작품은 그 어떤 화가 보다 한마디로 품위가 있다. 귀족적인 세련됨과 화려함에서 전해지는 품위를 넘어 인간 존중에서 우러나오는 품위라고 말하고 싶다
벨라스케스는 당대 최고의 화가였지만, 화가라는 직업은 그 당시에 다른 궁정 하인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처지였다... 벨라스케스에게는 왕족에서부터 궁정의 광대들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이들이 예술의 원천이었다. 그는 개방적인 시각으로 개개인의 다양한 삶의 들여다보았으며 놀라운 관찰력으로 인물들의 심리를 간파한 초상화를 그렸다. 벨라스케스는 왕이든 난쟁이든 간에 똑같이 그들의 깊은 내면세계를 보여조려고 했다... 왕의 슬픔과 고뇌를 초상화로 그려냈고, 난쟁이나 궁정 광대에 대해서도 생각과 분노가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관 중에서-
중세 시대부터 유럽 왕족들은 궁정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처럼, 난쟁이를 두는 것이 인기였다고 한다. 그래서 궁정화가인 벨라스케스에게 난쟁이의 초상화 연작을 그리라고 명령했다고 한다(뜻밖의 미술관 참조). 프라도에 전시되어 있는 벨라스케스의 난쟁이 초상화를 보고 있으면 남 다른 포스가 느껴진다.
필립 4세의 초상화에서는 왕의 포스보다는 유약함과 무능력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너무 사실적이어서 소름 끼친다. 왕의 체구가 앞에 난쟁이와는 다르게 건강하고 힘이 있어 보이지만 외모에서 풍기는 기운은 몸과 언발란스하다. 조물주가 말하는 난쟁이는 누구일까...
벨라스케스가 스페인에서 제일 뛰어난 화가인 이유는 벨라스케스만의 느낌을 지니고는 있지만 <시녀들>이나 말년에 그린 아라크네의 고전 신화를 그린 <실잣는 사람들, The Spinners, or the Fable of Arachne >을 보면 화가의 끊임없는 화가의 도전 정신이 엿보인다. 위의 <Head of a Deer>도 사슴이라기보다는 인간 냄새가 난다. 중성 느낌이 나면서도 강인함과 순수함 그리고 야생에서 사는 사슴이지만 기품 있고 우아하다.
개인적으로 벨라스케스의 작품 중에 <불카누스의 대장간, The Forge of Vulcan>을 제일 좋아한다. 작품 속 드라마의 상황은 좀 심각해서 짠하기도 하지만 웃기고 재미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과 대장간의 신 인 불카누스”가 작품 속 왼쪽에 있는 “아폴로“로부터 불카누스의 아내 비너스가 마르스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는 장면이다. 허리가 휘어진 ”대장장이 신 불카누스“가 작품 속 남자들과 비교해서 제일 거시기해 보인다. 대장장이 남자들은 그야말로 건강해 보이며 몸이 좋아 보인다. 불편한 소식에 놀라면서 믿지 못하겠다는 볼카누스의 의심하는 표정과 아폴로의 소식에 주변 사내들이 각자 다르게 반응하는 순간의 포착은, 벨라스케스의 대단한 상상력과 호흡하는 인간에 대한 뛰어난 관찰력이 녹아져 있다.
프라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지 않지만 벨라스케스 대표 초상화 중 <이노켄티우스 10세 Innocent X>는 세계에서 가장 잘 그린 초상화가 아닐까 싶다. 신경질적이고 야비해 보이는 교황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는지, 사진 보다 더 디테일하게, 한 인간의 성격을 시각화시켜 묘사해 주고 있다. 벨라스케스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아니 유럽 회화를 대표하는 초상화 화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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