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한 나라의 수도지만 바다가 가까이 있어 그런지 휴양지 느낌이 들고 해안가의 여객선은 고풍스러운 건물과 어우러져 낭만적인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곳곳에 공원도 많다. 따뜻한 봄과 여름에는 나무들이 많아 젊음의 열기가 넘쳐 날 거 같고 가을에는 뭔가 센티 해지고 눈 덮인 도시의 겨울은 고요하지만 빛날 거 같다. 그리고 스톡홀름 사람들은 다른 어느 유럽 국가 보다도 상당히 친절했다. 뭔가 나라가 투명하게 운영되는 느낌이랄까. 프랑스 영국 독일과는 좀 다른 느낌의 찐 부자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호텔에서 조식을 먹다가 접시를 치우는 종업원에게 한국말로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분이 다시 오더니 한국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고 어디서 왔냐고 나도 물으니 필리핀 출신이며 한국의 k-pop 그리고 BTS 좋아한다고 말했다.
유럽 여행 다니면서 아시아인들을 마주치면 내심 한국 사람 만난 것처럼 반갑다. 예전 이탈리아 밀라노 여행 때는 그곳의 벼룩시장에서 딸에게 선물할 귀걸이를 사는데 두 개 덤으로 얹어주며 하는 말이, 우리 둘 다 아시아인이다. 너는 코리언이고 나는 말레지안이다 그래서 더 주고 싶다.라고 말하는데 순간 울컥했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에서도 호텔 조식 안내 담당분이 태국 사람이었다. 그 호텔에서 2주 정도 머물렀는데, 호텔에서 체크 아웃 하고 나올 때 그녀와 나는 서로 안고 눈물을 글썽였다. 뭔지 모를 유대감을 느낀 것이다. 그들이 터전이 같은 아시아도 아니고 유럽까지 와서 일을 할 때는 여러 가지 상황과 특별한 사연들이 있었을 것이다. 뭔가 모르게 짠하다. 그리고 마치 형제처럼 친절을 베푸는 아시안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서양인들의 종교 과학 예술등 이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가지고 학습하고 따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우리보다 더 대단해서 그렇다는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고, 심지어 우리 아시안인들은 열등하다는 자격지심까지 가지게 된다. 그런데 서양이 아시아 보다도 태생이 우월한 민족이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양 과학자인 아인쉬타인이나 데이비드 붐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만물의 원리와 우주의 이치에 대해서 기원전 불교, 도교 등 동양철학이 오랜 전부터 설명해주고 있다 말한다. 즉 예수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시아의 철학은 그야말로 전성기였다는 말이다. 만물이 상호 연관성에 의해서 움직이며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 좋고 나쁘고, 흑과 백 이분법으로 판단해서 안된다는 것을 우주의 원리가 그러함을 주역 불교경전 도교등에서는 이미 그 우주의 이치를 꿰뚫고 설명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나 역시 동양 철학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기 시작하게 됐다. 사실 주위 대부분이 중국이 미국을 못 이길 거라 생각하는데 나는 주역을 읽은 뒤부터 달라졌다. 미국은 감히 중국을 무시 못하겠구나,라고.
전 국민이 미국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애플에 환호한다(나도 애플 마니아). 미국의 부는 결국 우리나라와 상호 연관성을 가지며, 미국의 부를 지탱해 주는 일부가 우리나라라는 사실은 씁쓸하다. 그러나 우리 없이 미국의 부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역 배우가 필요 없고 하찮은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모두 다 주연 배우이면, 제대로 된 드라마나 영화가 만들어지겠는가! 주연만 있다면 주연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말이다. 우리가 주연이 아니라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양한 세상 속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듯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여행과 독서를 통해 믿게 됐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타인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이 곧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말씀은 나라에도 적용될 것이다. 세계는 갈등 속에서도 늘 화해를 도모하고 평화를 유지하려고 힘쓰니까 말이다. 그것이 결론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한 길이니까 말이다.
유럽 여행하면서 제일 부러웠던 나라 스웨덴의 도시 스톡홀름을 여행하면서 이 나라가 검소해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진정한 부자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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