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은 수도 빈의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에 있으며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미술관이다. 미술관의 건물은 1891년에 건축되었다고 한다. 건물 내부는 상당히 화려하다.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는 정면에는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가 켄타우르스를 죽이는 장면의 조각상이 펼쳐져 있다. 웅장하다.
2층 올라가는 계단 위 아치 벽화는 클림트 작품이 있다. 그에게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의 소재, 우아하며 강인한 여인들이 그려져 있다.
빈 미술사 박물관은 두 번째 방문으로, 2016년 처음 여행을 혼자 시작해 온 첫 번째 미술관이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그림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가 별로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루벤스의 작품이 멋져 보였다.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에 루벤스 작품이 많으나 이제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플랑드르 화가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탈리아가 회화의 근원이 되는 나라이고 회화 역사상 중요한 거점이 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림을 자주 접하다 보니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nymus Bosch, 1450-1516)를 비롯해 플랑드르 화가들이 이탈리아 화가들 못지않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 미술사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플랑드르의 화가피터르 브뤼겔(Pieter Brugel theElder, 1528~1569)의 작품들이다.
광장에서 벌어지는 이 풍경을 보고 있자면 시끌벅적한 소리까지 전해지는 듯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마냥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다들 저마다 사연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전체 작품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역동적이고 유쾌하다. 우리 삶이 그렇지 않을까? 각자 저마다의 아픔이 있지만 각자 지니고 있던 삶의 무거움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꿈같고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한 가벼움으로 남지 않을까? 신이 인간들을 바라볼 때 그러할 것이다.
위의 작품 설명을 보면 230명 이상의 아이들과 83개의각기 다른 게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뭔가 전쟁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마냥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경쾌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인간의 집착에 따른 욕망, 자만의 상징 바벨탑은 웅장함 보다는 기괴하다. 곧 무너질 수 있다는 위태로움이 느껴지고, 땅 위에 견고하게 세워져 있지 않고 비대해 보인다.과욕이 앞서서 지어진 부실공사 느낌이라고 할까. 16세기나 21세기나 욕망과 자만으로부터 인간이 자유로워지기 힘든 것 같다.
왜 결혼 잔치에 신부만 앉아 있고 신랑이 없을까? 우리 삶이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삶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축복을 많이 받는 날 중 하나가 결혼식일 텐데 말이다. 화가는 작품 속에서 신랑을 찾으면서 이 작품을 꼼꼼하게 보게 만드는 트릭을 사용한 듯하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가 아니라 결혼 잔치에 초대된 손님이니까 말이다.
플랑드르 화가이며, 브뤼겔의 후배 화가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걸작 중에 걸작은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1632-1675)의 <The Art of Painting>이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의 자세가 놀랍다. 작품 속 화가는 모델도 보고 있고 자신이 그리는 캔버스에도 시선이 동시에 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빈 미술사에 전시된 이 작품 옆, 영문 설명 글이 이것을 뜻하고 있다.
The unit of the arts is reflectet in the sclupture model, skech-book and the work in progress on the easel.
플랑드르 화가들의 작품은 볼 수록 매력 있고 진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탈리아 바로크미술의 대표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의 작품 <가시 면류관>이다. 카라바조의 에너지를 따라갈 화가는 없는 듯하다. 그의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그 강렬함에 눈을 떼기 어렵다. 고통을 참아내는 예수님 얼굴 표정의 미세함이 사진 보다 더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배우가 저 장면을 맡아 예수님을 연기한다고 해도 저런 사실적인 표정을 하기 어려울 듯하다. 저 모습을 화가의 상상력으로 그렸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그림 보다가 잠깐 쉬어갈 겸 미술관 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처음에 종업원이 힐끗 보기만 하고 주문받으러 올 생각을 하지 않기에 뚫어지게 쳐다보니 주문을 그제야 받으러 왔다. 다 마신 후 팁을 주니 입에 발리게 인사한다. 아마 팁을 안 줄까 봐 동양인 아줌마를 반기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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