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의 여정 역시 미술관 투어는 뺄 수 없는 중요한 일정 중 하나이다. 2016년 지인과 함께 겨울 바르셀로나 여행 일정 중 며칠을 이곳 뮌헨에서 보낸 적이 있다. 그때는 휴가를 이용해 다녀왔기에 일정이 빡빡했고 미술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왔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던 도시 중에 하나였다. 이곳에 도착한 순간 같은 독일 내에 있는 도시라고 해도 베를린이나 프랑크프루트 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우선 도시가 상당히 깨끗한 편이다. 독일에서도 뮌헨이 잘 사는 도시이기도 하지만 나라가 넓으니 한 국가 안에서도 지역별 사람들의 특성이 더 뚜렷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뮌헨 일정을 짜면서 아쉬웠던 점은 노이에 피니코테크가 리모델링 중이라는 점이다. 다행히 노이에에 전시되어 있던 고흐(Vincent Van Gogh) 작품 몇 점과 마네의 작품등이 알테 피나코테크에 전시되어 있어서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고흐의 열렬한 팬이라 네덜란드 까지 다녀오고도 그의 걸작인 “해바라기”시리즈가 그때 마침 복원 진행 중이라 관람을 못했는데 이곳 알테에 그 시리즈 중 하나가 전시되어 있어서 좋았다.
해바라기는 물론이거니와 고흐가 죽기 1년 전 남긴 아를의 풍경을 그린(아래 사진) 작품도 좋았다. 고흐의 영혼을 마주 할 때 이유 없이 울컥 올라와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고흐의 삶을 생각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유독 고흐 작품 앞에 서면 그런 것 같다.
책으로만 보았던 고흐의 “직조공”(아래 사진)이 전시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이 “직조공”을 보고 있자니 고흐의 얼굴과 교차된다. 고흐 자신을 작품에 그려 넣은 것처럼 보인다. 직조공이지만 경건하고 고독해 보이며 뭔가 수행자의 모습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고흐의 초기 작업 작품으로 보인다. 고흐의 작품은 거의 그가 죽은 1890까지 20년의 시간 동안 그렸던 작품들이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그 이전의 작품을 보기는 어려운 듯하다.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폴 세잔(Paul Cezan)의 “자화상”에서는 화가 스스로 함부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반면에 그의 작품들에서 다소 느껴지는 딱딱함과는 좀 다른, '그래도 나는 여린 구석이 있는 남자다!'라고 말하며 관람자의 눈치를 살피는 경계 어린 눈 빛이 차갑다기보다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작품도 한 점 있었는데 여자 초상화를 그리는 데 그를 따라갈 화가가 없다는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강한 남성적인 면과 성적 어필 하는 여인의 모습을 묘사하는 능력은 여자관계 많았던 화가의 경험이 작품을 완성시키는 원천이 됐을 것이다. 강인하 지면 여성의 우아함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은 관람자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런 클림트도 멋지긴 하지만 역시 나의 취향은 에곤 쉴레(Egon Schiele)다. 거칠고 원초적인 냄새와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유약함은 에곤 쉴레만의 매력 포인트이다.
마네(Edouard Manet)의 작품도 두 점 있었다. 또 편 가르기 하게 되는데 모네의 작품도 섬세하고 아름답지만 마네의 에너지가 좋다.
다음은 오노레 도미에(Honore Daumier)의 ‘돈키호테’가 나를 반겼다. 돈키호테와 그의 애마 로시난테는 하나이다. 로시난테는 결의에 찬 돈키호테에게 유연함의 균형감을 잃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으며 지탱시켜 주고 있다. 산초가 몸을 사귈 때 로시난테는 돈키호테와 늘 함께였다.
스페인 출신 화가 고야(Goya y Lucientes)의 초상화는 한 인간의 지독한 외로움을 잘 담아내고 있다. 사진 보다 더 섬세한 정서가 잘 보이는 걸작 초상화이다. 이때 룸마다 관람자의 동태를 살피는 안내원이 독어로 뭐라고 나에게 접근하였다. 뭐라 뭐라 하며 범죄인을 보는 눈빛으로 다른 동료를 불러 사태가 심각하다는 듯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했다. 그런 날벼락만 안 당했다면 고야에게 더 집중했을 것이다. 결론은 내 손목에 찬 티켓을 미처 보지 못한 안내원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독일 사람들 모두 영어를 잘하는 것 같지 않다. 그녀에게 내가 What are you doing to me?라고 물어도 다짜고짜 독어로 지 말만 했다.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고 욕이 나오려 했지만 여행 중에 이런 사고는 액땜이다라고 생각하고 놀란 마음을 정했다. 이방인인 내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아무튼 다시 작품 이야기를 하자면 위에 작품들은 노이에 피나코테크에 전시되었던 작품을 그곳 공사 때문에 알테 피나코테크에 가져온 작품들이다. 다음은 알테 피나코테크 작품들을 살펴보자.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부흥시키는 것에 한몫을 해낸 13세기 이탈리아 화가 지오토(Giotto di Bondone)의 작품을 오랜만에 보니 감개무량하다. 그의 영혼을 보기 위해 이탈리아 파도바 성당에 직접가 그가 그린 프레스코화를 본 이후 거의 처음 그의 작품을 마주하는 듯하다. 그의 종교화는 13세기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생생하게 살아있다. 성스러운 장면이지만 무겁지 않으며 친근감 넘치고 위트가 번득인다. 성경의 이야기라고 관람자에게 엄숙함을 강제시키지 않는다. 편안히 보게 만들어 준다.
알테 피나코테크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독일의 대표 화가 알베르트 뒤러(Albrecht Dürer)의 작품들이다. 확실히 그의 작품은 개성이 뚜렷하고 오래 전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모던하다. 그의 자화상에서 보여주는 새침하면서도 대담해 보이는 작품 속 그의 자신감은 천재 화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보인다. 화가는 우아하고 정결하며, 에너지 흘러넘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임이 분명하다. 화가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높이 평가했다고 하는데 그럴만하다.
스페인 가서야 알게 된 에스파냐 화가 무리요(Esteba Murillo)의 작품들도 있었다. 따스하고 정감 넘쳐 보인다.
플랑드르 화가인 루벤스는 피카소처럼 다작 화가인가 보다. 루브르에도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도 그의 작품들은 넘쳐난다. 네덜란드 대표화가인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의 작품도 꽤 있었지만 루벤스의 명성에 가려진 느낌이다. 렘브란트 외 폴랑드르 화가 작품은 부곽 되어 전시되어 있지 않는 듯 보였다. 보스(Hieronymus Bosch), 얀 스틴(Jan Steen), 브뤼헐(Pieter Bruegel)등 뛰어난 폴랑드르 작가들의 작품들도 숨은 보석처럼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뒤러나 루벤스와 다르게 눈에 잘 안 띄기에 잘 살펴서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다시 한번 갈 때는 플랑드르 화가들을 중점적으로 염두에 두고 천천히 봐야겠다.
각 나라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화가들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책에서만 보던 작품들을 미술관에 방문해서 관람하는 것은 뭔가 색다른 경험이며 가슴 깊숙한 울림을 더해 준다. 무엇보다 오랜 역사가 실려있는 유럽 미술관의 분위기는 이질적인 공기와 더해져, 둔해진 감각이 깨어나도록 도와준다.
이 여정을 얼마간은 그만두지 못할 것 같다. 이런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축복이며 감사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 여정의 종착점이 소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것으로 확장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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