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의 시립 미술관은 이번 여행의 미술 여정에서 좋았던 미술관이다. 이곳 렌바흐 시립 미술관은 건축가 가브리엘 폰 자이들(Gabriel von Seidle)이 화가 프란츠 폰 렌바흐를 위해 설계된 아틀리에였다고 한다.

렌바흐 사후 정부가 매입했고 바실리 칸딘스키의 연인이었던 화가 가브리엘 뮌터(Gabriele Munter)가 청기사파(Der Blaue Reiter)의 작품, 칸딘스키의 작품등을 상설 전시하면서 미술관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실내 장식은 화려하면서 심플하지만 모던하면서 분위기가 무엇보다 차분하다. 물론 평일 비 내리는 오전에 방문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청기사파는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를 중심으로 1909년 결성된 뮌헨 신미술관협회(Neue Kunstlervereinigung Munchen)에 속해 있었던 화가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단체이다. 뮌터, 야블렌스키(Alexej von Jawlensky), 프란츠 마크(Franz Marc), 마케(August Macke), 클레(Paul Klee) 그리고 작곡가 쉰베르크(Anold Schoenberg) 등과 의기투합하여 ‘청기사’라는 이름으로 첫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청기사파의 푸른색은 인간을 영혼을 끝없는 세계로 이끌고 물질의 세계를 반대하고 정신의 순수한 세계를 상징하는 색이라고 여겨서 창기사파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을 중심으로 한 활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 당시 대상의 묘사를 구체화시킨 것이 아닌 색채를 중심으로 한 추상에 가까운 작업은 관람자에게 설득력이 약했고 무엇보다 화가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나 마르크와 마케가 1차 세계대전을 통해 전사함으로써 잠정적으로 그들의 활동은 오래가지 못하고 끝이 나고 말았다고 한다.

원래 칸딘스키의 작품 속 색에 환호하는 편이었는데, 이곳이 와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 칸딘스키의 작품에 색이 지나치게 치장되어 치중되어 있고 자유로움이 있어 좋으나 그 자유로움이 오히려 그 자체를 구속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농축되어 있지 않고 산만하게 흘러갔다. 아마도 칸딘스키 작품을 이곳에서 한꺼번에 많아 봐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곳에서 그의 작품을 봤을 때 나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곳에서 새로 내게 다가왔던 청기사파 작가로는 아우구스트 마케이다. 그는 안타깝게도 1차 세계대전 중 27세라는 나이에 전쟁에서 삶을 마감했다. 천재 화가의 안타까운 운명이 그를 비켜 가지 않았나 보다. 그는 칸딘스키의 작품에서 보이는 비구상을 중심으로 하는 색채 중심과는 좀 달랐다. 그는 비구상보다는 구상을 중심으로 하면서 색채와 빛을 중요시한 듯하다. 그리고 서정적인 묘사와 더불어 따스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뭔가 따스하고 밝은 색감과 낮의 밝은 햇살이 느껴 자고 순수한 묘사가 색을 통해 발현된다. 하지만 그 색을 두드러지게 강조해 보이지 않는다. 색을 통해 빛을 시각화시켰으며, 화려함 보다는 순수함이 돋보인다. 하지만 가볍지 많은 않은 깊이가 느껴져 보이고 아이들은 진지한 깊은 상념에 빠져있다.

<Zoologocal Grarden 1>은 동물원 관람자를 동물이 보고 있는지 관람자가 동물이 보고 있는지 뒤 섞여 하나가 되어 있다. 오히려 동물들이 생기 넘쳐 보인다. 그의 작품 속 색채는 화사하나 두드러지게 어필하지 않는다. 나름 소박함이 전해진다.

<Still Life with Cat>렌바흐에서 전시된 마케 작품 중 가장 매력 있던 작품이었다. 이곳에 있는 마케의 작품들이 동물과 함께하는 풍경이 그려진 작품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마케가 동물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그림에서 주인공은 낙천적인 느낌의 미소 짓고 있는 고양이다. 그 고양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뭔가 마음이 즐거워지고 따뜻해진다. 또 작품 속 사물들이 각각 다르지만 생명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그렇다고 어우러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름 조화롭다. 색 또한 화려하지 않으며 소박하고 편안하다. 그래서 칸딘스키 작품 속 색의 향연 보다 마케의 소박함과 순수함이 내 마음이 더 끌렸던 것 같다.

창문 너머의 미술관 정원 또한 소박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청기사파인 파울 클레의 작품이 한 점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베를린 시립 미술관에는 파울 클레의 작품이 꽤 있었다. 파울의 작품이 많이 없어 아쉬웠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전시실을 나왔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렌바흐 미술관이 애정하는 작가 토마스 만이 공부한 뮌헨 공과대학과 가까이 있어 그곳에 잠시 머물러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토마스 만은 사진 속 공과대학 건물의 시계를 보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기에 시간에 대한 남다른 통찰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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