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돈키호테 2

Christi-Moon 2023. 5. 26. 16:16

돈키호테는 문학작품에서 가장 매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섬세하고 지조 있고 강하지만 부러지지 않은 유연함과 천진난만한 순수함 그리고 인간적인 빈구석이 있어 슈퍼맨처럼 부담스럽지 않다. 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장형 마인드의 재기 발랄함까지 지닌  돈키호테는 문학 속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돈키호테 1부에  "아마디스 데 가룰라(기사 소설의 원조로 아굴라는 돈키호테가 가장 신봉하는 기사이다)가 돈키호테 데 라만차에게" 바치는 "소네트(16세기 이탈리아에서 스페인으로 처음 들어와 크게 유행한 시)"가 나오는데,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는 자신이 창조한 인물 돈키호테가 영원불멸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페냐 포브레의 커다란 언덕에서 세상을 등지고
버림받고 즐거움을 버리고 고행하는
내 가엾은 인생을 흉내 내고 있는 그대.

두 눈에서 흘러넘치는 짜디짠 눈물로 목을 축이고
은, 주석, 구리 식기 하나 없이
땅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는 그대.

적어도, 금발의 아폴론이 하늘 높이
말을 재촉하여 달려가는 동안에는
필경 영생을 얻으리라.

그대의 용맹스러운 이름은 널리 퍼질 것이고 
그대의 조국은 모든 나라 가운데 최고가 될 것이며 
그대의 해박한 작가, 이 세상에 독보적 존재가 되리라.        

 
돈키호테의 공감능력은 상당하다. 독서를 이 정도로 해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기사에 관한 책을 읽은 후 그는 실행에 옮기는데 그의 공감능은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 이상이다. 아래의 글을 읽으면서 돈키호테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돈키호테는 기사(knight) 책을 읽는데 빠져들었다. 읽는 책 속 문장들을 이해하려 온 노력을 기울였으며, 책의 지닌 의미를 파악하는 데 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환생해도, 이렇게 까지 하지 않았을 정도로,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집중해서 파고들었다. 책 속의 '기사 돈 벨리아니스'가 받은 수많은 상처는 심지어, 돈키호테 자신이 받은 상처처럼 마음 아파했다. 세상에 가장 뛰어난 의사가 치료한다 해도, 돈 벨리아니스가 받은 상처가 매우 깊었을 것이니, 완전히 치료되는 것은 역부족이었을 거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돈키호테의 행복한 마음까지 빼앗아 갔다.

 

*Ismael Smith, Head of Donquixote or Cervantes

 

처음에 상당한 분량의 한글 번역서도 된 돈키호테를 읽다가 포기해 버렸다. 다른 역자의 번역서도 다시 사서 읽어 보았지만 그 역시 놔 버렸다. 대충 이해되는 그 느낌이 실었고, 작가 세르반테스가 말하려는 의도가, 글 자체에 드러나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엄청난 상징과 역설이 내재되어 있을 거 같은데, 내 지적 소양이 짧아서 그렇겠지만, 한글 번역서만 가지고는 작가의 의도와 생각을 온전히 이해하며, 읽어내는 것이 어려울 거라 판단했다. 돈키호테 스스로 '편력기사'가 되어 세상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모험을 나선 것처럼, 나도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 내 나름의 모험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스페인 문학을 스페인어로 읽어내고 싶은 마음 굴뚝같으나, 영어 번역과 한글 번역을 비교해 가며 읽어내는 것도 나에게 인내심이 필요한 큰 도전이라 생각 들었다. 그러나 한번 해보기로 했다. 1000페이지 분량이고 한 페이지씩 읽기 시작해서 이제  3년이 넘어간다. 아마도 올해 영문본을 읽는 것이 끝날 수 있을 거 같다.

Be a father to virtue and a stepfather to vice. Do not always be severe, or always mild, but choose the middle way between two extreames: herein lies the the essence of wisdom.

       Donquixote , penguin classics (p835)
 
돈키호테가 섬을 통치하러 간 산초에게 보낸 편지인데,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중용(中庸)‘을 지키라는 내용이다. 살아가면서 인간이 지켜나가야 할 지혜는 예나 지금이나 장소 불문하고 하나로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하지만 위대한 그 진리를 삶에 적용시키는 일은 과거나 현재나 어려운 일이다. 돈키호테를 읽다 보면 이런 주옥같은 삶의 지혜를 전달해 주는 내용이 많이 있다. 읽다 보면  크리스천인 세르반테스가 이슬람교나 불교도 섭렵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돈키호테 2부에서는 '인간의 삶은 꿈과 같다' 즉 동양에서 말하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키호테와 같은 위대한 문학은 지혜로운 삶의 방향성을 깨우쳐주고  동시에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돈키호테가 읽은  책 속의 기사 '돈 벨리아니스'가 입은 상처에  마음 아파한 것처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보물이며 본받고 싶은 영웅 같은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