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근처에 법륜스님이 쓰신 금강경 강의와 반야심경을 놓고 새벽에 일어나 조금씩 읽기로 했다. 금강경이나 반야심경을 보면 불교가 과학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에 백번 공감하다. 부처님의 말씀은 참으로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부처님의 주옥같은 말씀은 삶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고 일상을 좀 더 지혜롭게 사는 안내서라고 여겨진다. 비록 종교 활동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고 있지만 부처님의 말씀은 진리이다. 많은 자기 계발서는 부처님의 말씀으로부터 나왔고 이것을 바탕으로 문학도 쓰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성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성경에 관해 불경 보다 더 모르지만 성경의 말씀 또한 삶의 기본 지침이고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 철학이며 근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철학이라는 것은 종교와 연결되며 이 철학이 종교를 기본으로 해서 나온 것이고, 문학은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결국 하나로 다 연결된 것이다.
금강경에서 오늘 읽은 화무소화분(化無所化分)에 나오는 내용이다 늘 말조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천이 잘 안 된다. 충동적으로 나온 말에 곧 후회가 앞선다. 고치고 싶다. 사람 말이 얼마나 무서운 힘을 가졌는지 느끼면서 이런 실수를 반복하니 참으로 어리석다.
사람들은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상대가 들으려 하지 않으니 실컷 털어놓지 못해서 아쉬워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내 뜻과 내 마음과 내 주장과 내 처지를 이해받으려는 생각에 하고 싶은 말이 끝도 없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세상 누구에게도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어떤 사람이 찾아와 자기 괴로움을 호소하면 그가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보여주었을 뿐입니다.
이 글을 읽고 반성했다. 늘 다하지 못한 말을 곱씹는 나로서는 귀감이 되는 내용이다. 다행히도 나 자신을 성찰할 시간과 성찰을 해야 된다는 자각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깊이 뿌리 박힌 무의식은 충동적으로 불쑥불쑥 일어나기에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말이 튀어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충동적으로 그 말이 튀어나왔구나를 조금 지나서 알았다는 것 만으로 긍정적이긴 하다. 예전에는 뭐가 충동적으로 나온 것인지 천지분간도 못할 정도로 무지했으니까 말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다가 힘든 고비를 만나면 '내가 어쩌다 이런 일을 겪게 됐을까' 하고 한탄합니다. 이런 생각의 밑바닥에는 내가 이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억울함과 원망이 깔려 있습니다. 인연과를 믿는다면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식으로든 나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그 일이 일어난 원인을 찾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금강경의 화무소화분(化無所化分)을 읽으면서 도스토옙스키가 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내용이 떠올랐다. 이 작품 속 인물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는 자신이 뿌린 욕망의 씨가 원인이 되어 고통의 열매를 맺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 열매는 자신과 아들들이 겪는 고통의 대가로 발현된다. 표도르의 큰 아들 드미트리 표도로비치는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았지만 늘 아버지를 죽일 것처럼 말을 하고 살인을 할 수도 있다는 행동을 떠벌리고 다녔다. 결국 그는 아버지를 살인했다는 살인자의 누명을 벗지 못했다. 자신의 말이 씨앗이 되어 결국 살인 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말로써 살인을 한 거나 다름없기에 그 말의 씨앗이 살인자라는 열매를 맺은 것이다. 둘째 아들 이반은 드미트리처럼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반 또한 아버지를 살해한 스메르쟈코프의 살인 행위를 속으로 바랬고 살인 행위를 묵인했다. 그 이후 이반은 정신병에 걸린다. 이 또한 살인의 씨앗을 뿌려서 돌려받은 거나 마찬가지이다. 결국 표도르는 자신이 강간을 해서 낳은 아들 스메르쟈코프에게 살해당했고 이것은 표도르 자신이 뿌린 씨앗의 결과물인 것이다. 뿌려진 씨앗이 원인이 되어 그 결과가 열매를 맺게 된다는 그 확실한 예를 단지 드라마에서 나오는 일이라고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문학은 종교와 관련되어 삶의 예시를 확실하게 들어주고 있다.
나중에 참회만 하면 모든 일의 원인과 결과가 다 소멸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일어난 일의 원인과 결과는 참회한다고 바뀌거나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인연과의 법칙을 외면하고 억울해하고 원망만 하고 있다면 이 순간 미래의 고통이 되는 원인의 씨앗을 계속 뿌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뿌려진 씨앗의 결과는 받아들이되 다시는 그런 씨앗을 뿌리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세상을 만만하게 보고 살다가는 안 될 듯하다. 우리는 들리고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도 분명 존재하고 있음에 대해 의식 못하고 살아간다. 우리가 드러나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우주는 알고 있기에 생각조차 함부로 해서는 안되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이제껏 저지른 어리석은 행동들과 충동적으로 불쑥 나오는 말을 수도 없이 저지르고 살아왔다. 수습이 되기 쉽지는 않겠지만 내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지속적인 성찰과 과거의 반성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사는 요즘이다. 진심으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개혁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정신이 번쩍 드는 이 부처님의 말씀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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