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그림이 보인다

Christi-Moon 2023. 5. 31. 19:05

리즈 리딜의 <그림이 보인다>를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독일 화가 오토 딕스(OTTODIX,1891~1969)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오토는 격동의 시기를 반영한 사회 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들을 제작했다. 그래서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받았던 상처가 자신의 미술에 영향을 끼쳐, 전쟁이 끝난 뒤 독일에 짙게 드리워진 체념과 냉소를 반영한 신즉물주의(Neue Sachlichkeit) 운동의 주창자가 되었다. 그 후 나치의 박해까지 받았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종교적 주제와 표현주의 양식의 작업을 주로 다루었다고 한다. (501 위대한 화가 참조)

미술가들은 진실을 수정하거나 개선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저 실체를 보여주어야만 한다.

          -오토 딕스-

*오토 딕스

예사롭지 않은 화가의 기운이 전해진다. 심각하다는 느낌으로 정면을 쏘아보는 눈과 냉소를 머금고 있는 듯한 얼굴에서 화가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작품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미술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흡사한 것을 물감으로 창조하여 감정과 상황,  삶을 해석하고 싶다는 자극과 영감을 받기 때문이다.

      -리즈리딜의 <그림이 보인다> 중에서-


오토 딕스의 작품들을 찾아보니 우리에게 둘러 쌓인 사회의 어두운 곳, 드러나지 않고 썩어가는 세상, 인간의 끝도 없는 욕망을 노골적이고 과감하게 그려내 관람자의 시선을 머물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 오토 딕스, 저널리스트 실비아 폰 하루덴의 초상


<그림이 보인다>에 실린 “저널리스트 실비아 폰 하루덴의 초상“ 을 보면 심플해 보이지만 저널리스트 실비아의 모습이 현실 있는 그대로 잘 묘사되어 있는 듯하다. 그녀가 입은 원피스로 봐서, 꽤 도발적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정숙하려는 이중성과 틀속에 돌아가는 세상이 답답하여 자유롭고자 하는 갈망이 한쪽 허벅지 아래로 내려온 그녀의 스타킹에서 느껴진다. 또 그녀의 턱과 입의 느낌은 세상이 신경질 나는 것 투성이지만 잘 참고 있는 듯이 보인다. 반항하고픈 욕구를 지그시 억누르고 있는 손, 나이 든 기 센 여자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여자임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그녀 앞 분홍빛 술잔에 투영된다. 그녀의 외알 안경으로 보는 세상과 끼지 않는 눈으로 보는 세상, 세상을 하나의 시선, 혹은 하나의 시각으로 보려 하지 않는 저널리스트의 연륜이 묻어나, 결코 쪼그라들어 사그라들지 않을 에너지와 욕구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재미난 것은 위 오토 딕스의 사진과 그가 그린 실비아의 초상이 겹쳐져 보인다는 점이다.

파리 퐁피듀 센터를 관람하고도 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책을 읽고 지금 화가의 존재를 알았으니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독일 슈트가르트 “Kunstmuseum”에 오토 딕스의 여러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오토 딕스로 인하여 슈트가르트로 여행하는 것이 나의 버킷 리스트가 하나 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