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의 1순위는 미술관 관람이 되었다. 어느 날 문득 이 겁보가 혼자 여행이 가고 싶어 졌고, 여행지 미술관 관람의 시작은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읽게 되면서부터이다. 이 책에서 이탈리아 화가 조토의 그림을 보고 뭔가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을 받았고, 조토의 프레스코화를 보기 위해 이탈리아 파도바에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물론 몇 년 후 감사하게도 그곳에 직접 가서 조토의 프레스코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또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렘브란트 "자화상"을 보고 어느 순간 렘브란트의 영혼을 본 듯한 착각에 빠지고, 빈 센트 반 고흐를 사랑하게 되어, 이제는 여행지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미술관 관람이 되었다. 이렇게 여행, 미술 감상, 책 읽기는 지금까지 내 삶에 원천이 되었다. 역시 스톡홀름 여행지에서도 제일 먼저 했던 것은 미술관 관람이었다.
스톡홀름에서 받은 느낌은 오래된 것들을 그대로 간직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느껴진다. 미술관 또한 화려하기보다 소박하다. 그리고 다른 유럽지역과 다르게 미술관 룸에 배치된 보안 요원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빈, 처럼 미술관 규모가 크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숙소에서 미술관 걸어가는 길은 정말 예술이었다. 한 나라의 수도가 이런 바다와 함께 있으니, 도시가 아닌 휴양지에 온 듯한 낭만이 있었다. 그렇다고 자유로운 느낌이 과하게 넘쳐 나지도 않았다. 5월부터 가을까지 이 도시가 참 아름답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누군가 스톡홀름 여행을 계획한다면 따뜻한 계절에 오는 것을 추천드린다. 그 시기에 아름다운 스톡홀름의 모습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이 길고 혹독하게 춥다면 따뜻한 이곳 북유럽 쪽 여름은 서유럽의 뜨거운 햇빛과는 달리 관광하기 좋을 것이다.
구글 평점과 식당 음식의 맛이 제대로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다녀온 식당 모두 다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나올 수 있었다. 해안가라서 그런지 일식 초밥집이 많았다. 무엇보다 질이 좋고 한국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물론 나는 아보카도 초밥을 먹었다. 그리고 대부분 식당에는 채식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입맛에 잘 맞아 늘 기분 좋게 식당에서 나왔다.
발트해 연안을 바라보고 있는 리디아고 섬에 위치한 세계적인 스웨덴 조각가 칼 밀레스(CarlMilles1875~1955) 조각 공원 가는 날은 4월인데도 눈이 내렸다. 초록이 무성할 때 와도 좋았겠지만, 바다가 보이고 조각 공원은 눈이 내려 더 낭만적이었다. 특히 이곳에서 눈을 가장 머무르게 한 곳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Poseidon)이었다. 근육질 몸을 가진 이 신의 조각에 힘이 느껴지기도 하고, 갸름한 턱에, 뭔가를 고민하는 듯하면서 우수에 찬 얼굴을 살포시 내리고 있어, 뭔가 짠함이 전해졌다.
*포세이돈, 칼밀레스조각공원
이 스톡홀름 여행을 하면서 든 생각 중 하나가 이들은 굉장히 부자인데 전혀 티를 내지 않고 사는 느낌이 들었다. 과하지 않게 친절했고 질서 정연한 느낌이었다. 드러나게 화려한 부를 자랑하는 것을 지양하는, 진정한 부자 강국이 아닐까 싶다. 여행 전 스웨덴 관련 책에서 언급되었던 '라곰'과 ‘얀테의 법칙’을 실제로 실천하며 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라곰(Lagom) -과하지 않는(동양 철학의 중용과 비슷한)
*얀테의 법칙-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나 더 낫다고 생각해 서 안 되는.
스웨덴 국민들이 지향하는 생활 방식이며 철학이라고 한다. 이것이 그들에게 배어있구나라는 것이 직접 여행을 해보니 납득이 되었다. 나 스스로도 이 좋은 삶의 철학을 받아들이고 몸 소 실천하여 과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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