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베니스에서의 죽음

Christi-Moon 2023. 4. 10. 09:58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구스타프 말러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토마스 만은  자신의 죽음 가까이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성찰하며  쓴 글이라고 여겨진다. 토마스 만의 단편 소솔 <토니오 크뢰거>, <어릿광대>, <트리스탄>, <행복에의 의지>에서  일관되게 자신의 예술적 기질과 성향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한다. 작가로서의 명성이 주는 대가 다움에 대한 기쁨에 만족하지 않고 늘 결핍을 느낀 듯하다.  토마스 만은 내면 깊이 간직하고 있던 ‘타락한 정신’ ‘보헤미안 기질’을 표출하고 싶은 예술가로서의 간절한 열망을 늘 갈망한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주인공 구스타프 아센바흐는 베니스로 여행을 떠난다.

"탈출하고자 하는 충동. 미지의 새로움을 동경하고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하면서 모든 짐을 덜고 모든 걸 망각하고자 하는 충동... 중략... 그를 마비시킨 것은 불쾌함에서 오는 일종의 회의스런 감정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더 이상 무엇에도 만족할 수 없을듯한 불만감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자신의 작품에는 열렬한 유희적 흥취가 결여된 듯 느껴졌다. 기쁨의 산물이자 내면에 숨겨진 깊은 진실 이상인 그 어떤 것,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면서 세상의 삶을 향유하는 기쁨을 만들어주는 그런 것 말이다... 어떤 활력소가 필요했다. 순간순간의 즐거움과 느긋한 여유, 이국의 바람과 새로운 피를 솟구치게 할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여행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베니스 여행은 아센바흐의 죽음에 이르는 여정이다. 작품 곳곳에 베니스에 도착하는 그 길은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베니스 여정에서 마주친  미소년 '타치오'를 사랑하게 된다. 타치 오는 아센바흐 즉 토마스 만이 꿈꾸던 "다시 태어난 자유분방성의 기적"의 상징이며 타락의 상징이다. 아센바흐는 타락을 갈망한다. 예술가의 명성과 지위는 웃기는 것이며 교육자로서의 자격은 걸맞지 않으며, 타락 즉 에로스야 말로 예술가의 열정이며 그들이 고양시켜야 할 안내자이며 길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전염병으로 인해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베니스와 마찬 가지로 아센바흐에게 쇠락과 생명이 곧 사라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바닷가에  타치오를 보며 아센바흐는 '영혼의 인도자'에 이끌려 죽어간다. 타치 오는 아센바흐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인도자였으며 순수하고 내밀한 열정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가 아센바흐 자신이기도 했다.

 

 

예술가들의 창작에 대한 욕망과 욕구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인 것 같다. 위험도 불사하지 않으며, 자기 고행을 자처하고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어린 왕자>의 생턱쥐베리는 그 당시 위험한 비행 조정일을 하면서 글을 썼고,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은 결핵이라는 지병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형수들의 유배지인 사할린 섬을 다녀온 후 체험의 글을 쓴다. 창작은 고통 없이 불가능하며 영감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주위를 환기시키고 변화를 도모해야만 하나 보다. 토마스 만의 글들을 읽으면서 이런 디테일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일상의 지속적인  관찰을 놓치지 않고 늘 새롭게 주위를 인식하고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들에 대한 다른 관점과 시각을 유지하며 살지 않고는 불가능한 삶이었으리라.




'독서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스로의 혁명  (1) 2023.04.20
가장 중요한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feat 호흡)  (0) 2023.04.19
반야심경  (0) 2023.04.17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0) 2023.04.16
변화를 위한 진통 (feat 마의 산)  (0) 202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