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반야심경

Christi-Moon 2023. 4. 17. 06:25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업식, 고정관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안경을 통해 세상을 보듯이 저마다 자기 업식을 통해 세상을 보고 판단하면서도 자기는 실상을 보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중략... 이와 같이 우리가 경험적으로 아는 세계 속에서 진리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진리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경험한 사실. 내가 믿는 종교, 내가 사는 나라와 지역을 바탕으로 형성된 윤리나 도덕은 절대적인 진리일 수 없습니다. 지금과 여기 나의 생각과 경험을 떠나 다른 조건에서는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옳고 그름이 생겨날 수 있는 것입니다.

   
-법륜 스님의 반야심경 강의 중에서-

법륜 스님의 반야심경은 스님의 금강경 강의보다는 쉽게 읽혔다. 금강경 강의도 다시 읽어보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아직 하지 못했다. 이런 책은 늘 곁에 두고 뭔가 정신이 산란할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산책하면서


불교 철학은 "가장 중요한 본질"에 대해 일깨워주는 나에게 훌륭한 지침서다. 내 안경을 통해서 보는 세상이 다가 아니라는 자각이 들었고, 안경으로 보이는 틀을 벗어던져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살면서 당연시 여겼던 주위 것들에 대해서 의심하기 시작했다. 우선 생활 태도에서 부터 하지 않았도 되는 일에 의식 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일들이 많았다. 워낙 익숙하니 그것을 깨닫기 시작하는 것도 한 번에 되지 않았다. 차츰 알게 되었다.

화장품을 왜 스킨로션 에센스 크림 선크림을 다 발라야 하는가? 사실 화장품 사는데 여자들은 돈이 꽤나간다. 돈은 둘째치고 피부에 이렇게 다  발라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화장품 성분을 비교해 보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는 형태만 다르고 발라서 흡수되면 별 차이가 없을 거 같았다. 그래서 이제는 바디로션을 얼굴 포함 몸전체 바르고 외출할 때 썬 크림만 바른다. 얼굴도 바디 아닌가?

헤어용품도 화장품과 매 한 가지다. 샴푸와 린스를 하고 헹군 후 머리 말리면서 바르던 용품들을 바르지 않게 되었다. 파마를 안 하니 별 문제가 없었다. 아무리 머릿결에 좋다고 해도 화학약품인데... 글쎄 라는 의문이 든 것이다.

부엌에 식기도구도 매한가지다. 물론 요리를 좋아하고 그것을 업으로 사는 분들은 다르겠지만 쓰는 도구나 그릇에 한계가 있어 늘 쓰던 것들만 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릇 찻잔들 예뻐서 사놓고 보관만 하고, 쓰는 것은 익숙한 그릇에 늘 손이 가니 이것 또한 낭비라는 생각에 딸이 독립하여 분가하면 쓸 수 있도록 보관해두고 있다.

장기간 여행을 가기 위해 옷이 여러 벌 필요할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세탁기  때문에 아무래도 모아두었다가 세탁을 하니 옷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양말과 속옷이 필요했던 것이다. 여행지에서 샤워하며 그때그때 빨아 입으니 이것들이 생각만큼 필요 없었다. 아무튼 장기간 여행 후 옷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면서 처음에는 소스를 뿌려서 먹어야 맛있었다. 근데 이제는 그것들 없이 채소 그 자체 만으로도 좋다. 입에 맛있었던 것들이 진짜 맛있다는 기준이 있어서 맛있는 게 아니라 모두 다 습관이고 일종의 중독 현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필기도구도 서랍 안에 많다. 쓰는 것만 쓰고 모바일 사용으로 더욱더 그 도구들은 필요 없어지고 있다.

습관적으로 혹은 당연히 사야 되는 것인 줄 착각하며, 사서 쓰고 버리고 낭비한 세월을 생각하면 참 한심하다. 꼭 해야 되는 것인 줄 알고  이제껏 살았다는 것이 안타깝다. 반야심경뿐만 아니라 불교 철학은 이런 무지한 삶을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달라이 라마가 말씀하신 것 중에 세상이 원하는 관습과, 우주가 원하는 진리는 다르다고 했다. 이것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조화롭게 사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필요 이상의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 시스템만을 탓하고 싶지만은 않다. 그러나 관습과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세상, 우주가 원하는 세상이 다름을  직시하는 힘을 길러, 세상에 맞춰져 있는 거대한 틀 안에 함몰되지 않도록 경계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자신에게도 이롭고 바람직한 삶을 적극적으로 살다 보면, 세상도 함께 좋아질 것이다.  좋은씨앗이 될 수 있도록 나부터 실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