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다카시의 <60대를 위한 논어>는 60대가 멀지 않은 이들에게 앞으로 잘 살아가기 위한 지침서, 가이드 북이다. 저자인 사이토 다카시의 자기 계발서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많은 독서량을 지닌 저자의 지적인 사고와 실행력은 편안하게 다가온다. 저자의 책들에서 읽혀지는 내용은 어렵지 않게 누구나 실천할 수 것들이다.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독서력> 같은 그의 책은 독서를 지금처럼 습관화시키는데 도움을 준 책이었고 <50부터 인생관을 바꿔야 산다>는 50대에 들어서는 나에게 새롭게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사이토 다카시가 쓴 책을 찾아보니 읽고 싶은 내용의 책들이 더 있었다. 우선 이 <60대를 위한 논어>는 논어에서 얻을 수 있는 핵심을 요약한 책이라, 곁에 두고 두고되새기며 보기 좋은 책이다. 빠르게 읽히지만 내용은 깊다. 다행인 것은 이 공자가 <논어>에서 말하는 것들을 나름 실행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위안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난 뒤 지금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 중에 보완해야 될 것들을 생각해 보고 그것들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글로 정리하며 마음을 다져보려고 한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면서 멈춰 서게 됐을 때 나는 <논어>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공자의 말을 통해 지금까지의 인생을 뒤돌아 보면 새로운 인생의 여정이 보일 것이다...덕이 높고 훌륭한 인물이 되기 위해 인격을 성숙시켜 가는 일 자체를 삶의 즐거움으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향상심을 가지고 있으면 교양을 쌓는 일이 즐거워지고, 젊은 세대를 이끌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게 풍요로운 삶이라는 것을 예순 살 정도가 되면 저절로 깨닫게 된다.
죽음이 다가온다는 사실은 마음을 다잡게 된다. 예전의 삶과는 다르게 앞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계기가 된 것은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읽고 나서다. 이 희곡의 극 중 등장인물들은 세월이 지나 외적으로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틀 안에 갇혀 유사한 방식의 삶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작품 속에 이것이 드러나지 않게 묘사되어 있기에 이를 간파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의 삶과 주위 사람들의 삶을 비추어 보니 틀리지 않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를 반성하고 다른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갈매기> 여주인공 니나처럼 고난을 이기며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관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신이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남자 주인공 트레쁠레프 처럼 자신을 죽여서라도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부활'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죽을 각오를 하고 말이다. 늘 하던 방식대로 사고하고 익숙해서 고정 돼버린 삶의 패턴을 다른 패턴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것다. 그야말로 성경에서 말하는 '신의 축복'을 받아야 그런 기회와 의지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나는 더이상 지난 과거의 삶을 답습하고 싶지 않았고 변화시키고 싶었다. 감정에 매몰되어 생기는 충동적인 행동, 예전 같지 않은 건강, 지인들의 죽음, 하던 일로 돈을 더 이상 벌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등, 이런 삶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나로부터의 혁신이 필요했다. 이 혁신에 불을 붙인 것은 "독서"이다. 독서를 하면서 다른 세상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중요한 본질을 꿰뚫는 능력을 예전보다 가지게 되었다. 독서를 통해서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몸으로 직접 경험하고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독서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면서 이해되지 못하고 무의식으로 잠재되어 있던 것들이 언어로 구체화되고 맥락으로 사고하는 방식의 힘을 장착하게 된 것이다. 나이가 들어 이제는 많은 것을 알았다고 독서를 멈춘다면 빠르게 퇴화하고 말 것이다.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죽을 때까지 지속성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 독서라 생각한다. 다행히 책을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읽지 않으면 찝찝할 정도로 습관화시켰다. 독서를 안 하고 하루를 보내면 양치질 안 하고 잔 기분이다.
군자는 진중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배워야 고루하지 않게 된다...60대 부터의 독서는 유연해지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야 한다. 독서의 영역 또한 마음껏 넓혀 볼 일이다. 그런 독서는 '마음을 젊게 하는 배움' 이기도 하다.
건강을 지키는 것은 독서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보니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야말로 알고 있을 뿐일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쌓인 습관은 그렇게 쉽게 변화시킬 수 없다.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병원 진단을 받지 않는 이상 식습관을 바꾸고 삶의 패턴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심각한 진단을 받더라도 약에 의지하기만 할 뿐 자신 스스로 개선할 의지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병원에 진심으로 가기 싫은 사람인 나는 어느 정도 예민함을 가지고는 있다. 하루를 보내며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집착과 싸우고 맛있는 음식 앞에 과식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반성하고 개선하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몸의 퇴화를 받아들이고 욕망을 조절하여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몸이 가벼워지고 더불어 정신도 맑아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돈에 대한 욕망을 경계하라는 말은 많이들 한다. 그런데 음식에 집착하는 것을 욕망이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몸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규격화시켜 치료하는 의료기술이 완벽하다고 믿고 신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챙기고 성찰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몸 챙김이라고 생각한다.
군자는 먹는데 탐욕을 부리지 않고 사는 곳에 집착하지 않는다...가령 식사는 음주의 경우, '이렇게 마시다간 건강을 해치겠지. 그렇다고 너무 절제하면 욕구불만을 짜증이 날 거야. 딱 좋은 건 이 정도지' 하는 지점을 스스로 찾아낼 줄 안다. 일과 가정에서도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이 모두 기분 좋게 지낼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게 가능하다.
세상에 몸을 맡겨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야만 한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안 되는 마음 상태이다. 지금도 이 두려움이 올라오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두려움이 해결도 안 되고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라는 것을 안다. 두려움이 올라오면 이 놈에 두려움이 또 슬금슬금 올라오는구나 하고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면 그 두려운 마음이 어느 순간 사라진다. 이것을 잊고 살기 위한 방법은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한다.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초나라 섭공이 자로에게 공자의 인품에 관해 물었으나 자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안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어째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그는 학문에 몰두하여 먹는 것도 잊고 도를 즐기느라 근심을 잊은 채 늙어 간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그런 인물이라고... 일이 아니더라도 이른바 예순의 배움으로써 새로운 취미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무언가에 열중하게 되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솟아나, 마음을 덮치는 불안의 비중을 줄일 수 있다.
누가 20대나 3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No'라고 할 것이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 세상의 고뇌는 다 짊어진 듯 괴로워하고, 들끓는 에너지를 주체 못 해 방황 하고,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절망의 늪 속에 스스로를 빠뜨려, 불행을 혼자 떠안은 듯 슬픔을 품고 살았던 것이다. 또 세상의 불공평에 불만을 드러내어 내가 특별해지기를 갈구했다. 지금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고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없고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세상과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죽을때까지 모르고 남과 세상 탓을 하고 살았으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육십갑자를 한번 돌고 다시 태어난 해의 간지로 되돌아오는 것이 60살부터 라고 한다. 그것 때문에 ’ 환갑‘ 잔치가 있는 것이다. 60살이 멀지 않은 지금 어떻게 남은 삶을 제대로 잘 살지에 대해서 정리해 보고 싶었다. 남아있는 삶의 시간을 예측을 할 수 없지만, 의식이 남은 상태로 죽음을 직면했을 때 기꺼이 죽음을 맞을 수 있는 용기를가지고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는 마음으로 떠나고 싶다. <60대를 위한 논어>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살아야 할지 간략적으로 보기 쉽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가까이 두고 생각나면 부담 없이 꺼내 읽을만한 책이라 여겨진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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