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학자 고미숙 선생님의 유튜브 강의를 보고 알게 된 양자물리학자 데이비드봄(David Bohm1917~1992>은 20세기 최고 물리학자이다. 얼마전 부터 그가 쓴 <봄의 창의성>을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다. 몇 년 전에는 그 내용 모두가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했었는데, 그간의 독서량 때문에 그런지 그전에 이해되지 않던 내용이 읽히기 시작했다. 양자 역학에 관심이 있다는 의사이며 자칭 의료 인문학자인 이하영이 쓴 <더 바이브>를 읽으면서 데이비드 봄이 생각이 났고 몰랐었던 부분에 호기심이 생겼다. <봄의 창의성>을 처음 읽을때는 양자역학에 대한 내용이 이해 안 되어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때 이해 안 된 부분들이 시간이 지난 지금, 읽히는 것을 보면 꾸준한 독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비드 봄은 다른 과학자들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위대한 사상가이며 철학자이며, 무엇보다 인류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유태인 부모밑에서 자랐지만 십 대에 이미 불가지론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이론과 신념을 거부한 미국 물리학계는 그를 밀어냈고, 공산주의 옹호자로 몰려 교수직을 박탈당했다. 그 후 미국을 떠나 브라질 그리고 영국에 정착하게 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과학 연구를 넘어 종교 예술 과학이 서로 분리되어 다루어지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끊임없이 세상에 전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를 통해 인류의 행복과 평화가 이룰 수 있는 사상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애썼다. 의지와 철학이 남다른 데이비드 봄의 이론과 사상을 다룬 2편의 다큐 영상을 보고 난 뒤 내 마음은 숙연해져 옴을 느꼈다. 봄에 대한 존경심과 그가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한 노력이 좌절되었을 때 어떠했을까, 상상해 보니 그의 힘든 심정이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다큐 영상과 관련하여 봄의 사상적 철학과 이론을, 정리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고자 한다.
데이비드 봄은 우리 모두를 포함해 세상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탐구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의 다큐 영상 속 과거 여정을 따라가 보면 결국 과학도 영성을 통해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언어적 사고를 가지고 탐구로 해석되는 것에 대한 한계가 얼마나 큰지, 자각해야 하는 것이 시급함을 이야기한다. 언어로 인한 분리된 사고가 인간의 생각을 얼마느 편협하게 만드는지 또 그로 인해 소통의 단절이 인간과 세상을 얼마나 멍들게 하는지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말과 행동에 담긴 뜻과 의미를 깊게 숙고해야 되며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런 말과 행동의 의미들이 우주 전체에게 영향을 준다는 의식적 혁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성찰이 요구됨을 데이비드 봄은 강조한다.
아주 오래전 우리 조상들은 모든 만물 안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고 이 영혼이 곧 만물의 근원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때는 과학과 예술, 종교가 한데 어우러진 감각을 지녔고 그것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인류는 시간이 흐를수록 전체로 통합되었던 감각이, 차츰 분리되어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집단 내 돈의 숭배로 인한 개인의 소유욕은 점점 비대해지고 있다. 돈의 가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를 가지게 되고 그 기준이 당연시 받아들여지고 있다.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것이 다인 세상 말이다. 과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전 물리학조차도 표피적으로 드러나서 예측되고 조절 가능한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만을 하고 있었다. 시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 순으로 흐른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으며, 감각으로 느껴지는 경험만이 실제 존재하는 것이라고 믿고 살아왔다. 이것은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실재의 본성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과는 다른 결과를 초래해 인류의 행복은 물론 개인의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고 봄은 지적한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며 실재하는지, 밝혀내려 했고, 또 개별적 실재가 전체에 영향을 주고 다시 받으며, 전체 안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길이 구원의 길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를 위해 그의 삶 전부를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양자 물리학 같은 과학은 실제 내 삶의 본질과 별개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데이비드 봄이 세상을 향해 던진 질문은 나 같은 개인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법론적 모색과, 우리가 지구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러기 위해 타인과 어떤 의식을 가지고 소통해 나가야 하는지, 인간의 활동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힘주어 말한다. 혁명적 힘과 다를 바 없는 데이비드 봄의 사상과 철학은 삶을 지혜롭고 자유롭게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삼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봄의 인류애는 달라이 라마 같은 종교 지도자들 못지않게 인간을 향한 연민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보석인지 아닌지의 구별은 소수의 사람만이 그 가치를 구별할 수 있다. 쉽게 누구나 알아보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대중적인 가치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소수의 귀중한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세상이 이 정도 유지되는 것은 어쩌면 데이비드 봄 같은 일부 지성인들이 인류를 구원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우리는 이런 소중한 분의 생각들을 올바르게 알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개개인이 실천의 의지를 가지고 그 가치를 후대 세대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소명 의식을 장착해야 할 것이다. 봄의 이론과 사상 철학, 의식적 탐구가 여러 사람에게 퍼져나가기를 소망해 본다.
데이비드 봄의 다큐는 나의 올바른 인식과 삶의 태도가 다른 곳에 미치는 파장을 상상하며, 스스로 잘 살고 있는지 점검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할 필요할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이제 나는알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부터 왔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세상과 공존하며 숨 쉬고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지녀야 됨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봄의 영혼은 아직도 살아 숨 쉬며 인류 구원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 끈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고미숙 선생님에게 감사하다. 다큐 댓글을 보면 고미숙 선생님 영상을 보고 데이비드 봄을 알게 됐다는 글이 꽤 있었다. 나 또한 그러했다. 데이비드 봄의 파장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 얼마나 위대한가! 그리고 얼마나 소중한가!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봄의 파장을 늘 잊지 않고 살아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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