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시작한 지 3년이 넘었다. 뭔가 급한 일이 생겨 빠진 날도 많았고 어느 날은 모르고 넘어간 날도 있었다. 처음에 무엇보다 명상할 때 온갖 망상이 밀려온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웠다. 생각의 쓰레기에서 살고 있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던 나 자신을 발견하고 말이다. 이래서 나이 들어 치매가 걸리는 거 아닌가도 싶었다. 내가 명상을 시작한 이유는 워낙 감정이 기복이 큰 나를 조절하고 싶었다. 지금도 마음 챙김이 쉽게 되지 않는 나에 대해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변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 나에게 시간을 주려고 한다.
디팩 초프라의 <메타휴먼>은 마음 챙김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와 그 방법론에 대해 설득력 있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말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접근해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삶에 집착하고 가시적인 목표 성취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진정한 성찰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서 병원을 처방을 받기보다는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의보감에도 병을 얻었을 때 자기 자신이 의사가 되어야 그 병을 나을 수 있다고 했다. 평상시 건강에 대해 늘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장 우선으로 두어야 할 것이 올바르게 호흡하는 것이다. 그다음 바람직한 식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호흡과 음식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우리는 바쁘게 살아간다. 문제는 이런 문제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무감각이 더 심각한 것이 아닐까 싶다. 과거 돌이켜 보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스스로의 성찰 없이 바삐 살아왔던 것 같다. 입이 원하는 대로 먹고 마시고 몸에 뭔가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음식이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호흡에 대해 공부하고 나쁜 호흡 습관을 조금씩 고치기 시작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생겼다. 명상과 요가를 하고 채식 위주의 삶을 살아가는 지금의 일상이 좋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여기까지 왔지만 고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좋다. 최근에 알게 된 디팩 초프라는 내 삶에 방향성을 더욱더 견고하게 해 주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메타 휴먼>에서 초프라가 강조하는 것은 인간은 태어나 자신이 속한 집단에 적합한 규율과 틀에 박힌 관습, 집단이 정해놓은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살아가는 것을 경계해야 된다고 촉구한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라 ‘가상현실‘이고 마법에 걸려 환영에 사로잡힌 꿈과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진짜 현실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을 찾기 위해 초프라는 의식을 밑바탕부터 재구성해야 된다고 했다. 초프라는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가상현실'로 가득 찬 환영이기에 이것을 벗어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힘을 믿어 의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제대로 된 실재를 의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 ‘가상현실’의 프레임을 깨뜨리기 위한 지름길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순간에 집중하면 몸과 분리되어 일어나는 에고가 무의미해지고 사라지게 된다. 결국 에고는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되었고 결국 이 욕망은 끊임없이 지금 이 순간에 머물 수 있는 의식을 방해한다. 과거를 상기시켜 되새김질하며, 현재를 판단하고 그것을 근거로 미래를 설계하려는 직선적 사고에 젖어있다. 또 미래를 향한 계획은 결국 자신의 욕망이 실현되지 않을까 봐 두려움과 공포심을 가진채 살아가게 만든다. 초프라가 말하는 에고를 제거하기 위한 지름길은 우리 자신의 몸이 있는 자리에, 자신을 가져다 놓을 수 있을 때 그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떻게 나를 몸이 있는 자리로 가져다 놓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를 관찰해 보면 늘 생각에 떠다니고 몸은 따로 노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할 때나 목욕할 때 우리는 온전히 지금 하고 있는 행동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몸과 생각의 분리 현상이 일어난다. 행동과 상관없는 생각의 쓰나미에 자신과 몸을 분리되는 것에 대한 문제성에 대해 들어본 적 조차 없다. 몸과 분리된 에고에서 나온 생각은 과거 기억의 소환 아니면 미래에 할 일들을 끊임없이 생각에 생각으로 연결시킨다. 이 문제를 타파하기 위한 지름길 중에 하나가 초프라는 호흡을 통한 명상을 꾸준히 해보는 것을 제시한다. 명상을 할 때 세상과 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체성"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명상을 해보면 '전체성'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빠르게 다가온다. 명상하고 있는 동안 내 의식이 몸과 주위에 모든 것들과 녹아들어 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다른 생각의 틈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 물론 그 고요한 순간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 아직도 나는 쉽지 않다. 고요함 속에 과거의 기억들을 나도 모르게 소환해 망상에 망상을 반복한다. 그 망상이 불편한 마음의 감정을 일으켜, 번뇌를 불러오기도 한다. 고질적인 패턴의 반복이 일어난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이 얼마나 산란하고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 소비가 심한지 깨우치게 된다. 의식하지 못한 채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생각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구별조차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모종의 의식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것이 '전체성(wholeness)의 이해에서 출발해야 된다고 초프라는 강조한다. 몸과 생각을 분리시키지 않고 자신의 의식을 몸에 안착하여 집중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이마 전체(whole)인 이유는 우리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은 나눌 수 없는 하나(whole)이기 때문이다... 현대 물리학은 각각의 아원자 입자가 우주적 구조에 분리가 불가능한 형태로 녹아들어 가는 식으로 우주가 온전한 하나로서 움직이고 있다 여긴다. 하지만 과학적 방법론 자체가 자연을 점점 더 잘게 나누어 접근하는 방식이기에 탐구는 존재의 점점 더 미세한 수준까지 가 닿았으며 이곳에서 전체성은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시스템 속 분리 현상에 완전히 익숙해져 그 심각성을 인식하기 어렵다. 초프라의 <메타 휴먼>을 읽으면서 '전체성‘의 중요성을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 좋았다. 이 ‘전체성’을 체감하고 익숙해진 분리 감각을 제거하기 위해, 명상을 해보라고 초프리는 권유한다. 명상은 단 기간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항생제 같은 것은 아니다. 양치질하는 것에 가깝다. 평생 명상을 한다면 마음이 병드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보니까 그렇다.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효과가 있음을 아니 한 번 시작하면 그만두기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명상을 하는 날과 안 하는 날의 마음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직 갈길은 멀지만, 가려는 길의 삶의 방향성을 잘 잡아가고 있는 중이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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