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화요일 40년 만에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아파트가 없었던 어린 시절 아파트에 살았던 친구가, 한 겨울에 반팔을 입고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는 게 그 패턴을 달리하여 생활해야 한다는 것은 약간의 도전이고 모험이 아닐까 싶다.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아파트에서 단독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다. 물론 뭔가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말이다. 지난주 이사하면서 느낀 점은 새 아파트를 거의 8년 정도 살았을 때는 내부 구조가 스마트하게 설계되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니 움직이는 동선을 신중하게 생각해서 설계된 구조였음을 알았다. 아니면 거기에 익숙해져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곳으로 이사한 바로 이틀 정도는 정신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불편한 단독주택에서 살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아마 독서를 하지 않았으면 이 두려움이 오래갔을 것이다.
불편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익숙해지고 이사 직후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불안감은 곧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려고 했다. 신기하게도 일주일이 지난 지금 정리가 조금씩 되어가고 일상에 했던 루틴들을 다시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니 불과 일주일 전에 올라왔던 마음이 나 스스로 만들어낸 망상이었음을 깨달았다. 아직 정리가 다 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되새기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익숙했던 패턴을 깰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여러 지인과 가족, 주어진 상황들, 편안한 집이 되도록 일해준 인부님들 건축사님 모두 감사한 분들이다. 내가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태야 가능하다는 것은 참으로 경의롭다. 왜 겸손하게 살아야 하는지 나 혼자 잘나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고 개개인의 능력을 보태고 도움을 받아서 살아갈 수 있는 구조다. 협업할 수밖에 없는게 인간사다. 그래야 세상은 유지된다.
아파트에서는 쉽게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수 있었다. 이 또한 익숙함에 문제였지만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는 불편하다. 구청에서 준 그물망에 재활용을 버리고 함께 집앞에 일반 쓰레기봉투를 버리는 시스템이다. 집 앞에 버리는 것이 지금도 낯설고 저항감이 있었지만 어제 집 앞 골목 쓰레기 치우는 분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쓰레기들을 정리하는 것을 보고 부끄러웠다. 쓰레기 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일일이 수 작업으로 미리 한 곳으로 모아 정리 하신다고 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쓰레기를 치우는 그분에게 진심으로 존경심이 일었다. 이 직업을 선택해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 분이신가 말이다. 의사나 판검사가 되어서 다른 사람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것이 로망인 세상에, 동네를 깨끗하게 해주는 일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쉽사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모두 다 의사 하겠다고 달려든다면 병원에 쓰레기는 누가 치울 것인가.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말이 머리로만 이해되었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조금씩 받아들여진다. 다행이다. 이제야 철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제 집 앞 쓰레기 치우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분 나름의 쓰레기 치우는 달인의 느낌을 받았다. 진정한 보석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평생 변호사와 판검사는 만나지 않고 사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쓰레기는 꼭 버리고 살아야 한다. 쓰레기 치우는 근로자들이 파업을 한다면 지하철 파업 저리 가라로 혼란이 생길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세상을 예전 방식과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경각심이 독서를 하면서 생겼다. 늘 익숙했던 행동과 생각의 패턴을 멀리하고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인도 영성가 삿구루와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의 말을 떠올리며 다짐해 본다. 단독주택에서의 생활은 그 힘을 기르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많은 것이 감사하다. 월요일에는 늘 업데이트했던 블로그 글을 화요일인 지금 쓰게 되었지만 이 또한 새로운 환경 적응하기 위한 진통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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