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6일간의 런던 여행 중 좋았던 점은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전시된 반 센트 반 고흐 전시가 있다는 것을 우연히 내셔널 갤러리 방문 후 알게 된 것이다. 고흐의 후기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다가 기존 컬렉션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미술관과 개인 컬렉션까지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는 행운 그 자체였다.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가 죽기 2년 전인 1888년 프랑스 남부 아를과 생레미드프로방스에서 자신의 온 열정을 다 바쳐 그린 흔적이 느껴지는 전시였다. 작품 속 내뿜어지는 에너지 측면에서 고흐를 따라갈 화가는 없어 보인다. 그의 후기 작품에는 살아있는 역동성과 원초적인 생명력이 전해져 그림 속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밀리엣 중위의 초상화> 작품 속 달과 별은, 인물 뒷 배경이 아니라 밀리엣 중위 제복 위에 있어야 될 배지로 보여 인상적이다. 화가의 재치가 느껴지고 이쁘다. 고흐의 인물화들은 단순함 속에서도, 인물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좋다. 인간의 순수함을 그리고 싶어 하는 고흐의 따스함이 자화상뿐만 아니라 인물화에서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작품은 반 고흐가 생 레미 정신병원에 도착한 직후그린 첫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반 고흐는 처음 몇 주 동안 병원 정원을 벗어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지만, 무성하게 뒤덮인 초록 정원의 디테일한 자연 형태를 보고 기쁨을 느꼈다고 한다. 예전 고흐에게 매료되어 그의 작품들을 직접 보고 싶어, 네덜란드 여행을 다녀온 적 있다. 그때 문득 들었던 생각이 고흐가 진짜 미쳐서 정신병원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창조적 영감을 얻기 위해 정신병원에 미친 척하고 들어간 게 아닐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The Stevedores>는 개인 소장 작품이기에 고흐 관련 미술 서적 안에서 흔히 보지 못할 작품으로 보인다.
저는 오늘 저녁에 웅장하고 매우 묘하게 낯선 느낌을 받았습니다. 론 강에 석탄을 실은 매우 큰 배가 부두에 정박해 있었고... 배 위에서 작은 일꾼들이 오가며 화물을 해안으로 실었습니다. 그것은 순수한 호쿠사이(Hokusai)였습니다.
-Van Gogh poet&Lovers
전시회 설명을 위한 가이드 북에서-
작품 뒤 일몰을 묘사하기 위한 화가의 색 선택은 관객의
눈을 황홀케 한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는 이 작품 말고도 다른 버전의
해바라기 전시되어 있었다. 병에 꽂혀 있는 각각의 해바라기는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인간들의 모습으로도 보인다. 그 인간들이 하나의 꽃병 속 세상에서 다른 존재감으로 삶을 살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존재의 순수함을 간직하고픈 화가의 마음이 전해져 뭉클했고, 내면의 정화가 일어나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침실 안 의자, 침대, 테이블, 그림들 모두 살아 숨 쉬고 있다. 오른쪽 벽에 걸린 작품들은 삶의 여정을 준비하고 있는 고흐(침대)에 용기를 주고 수호해 주는 천사들로 보인다. 의자와 의자 사이 물건이 놓여있지 않은 앞 여백은 각기 다른 사연이 있게 느껴지는 물건들의 불안정감을 해소시켜 주는 여백 공간으로 안정감을 자아낸다. 고흐 작품 속에 색채의 힘은 위로를 준다. 마음이 힘들었다가도 그 색에서 전해지는 기운이 나의 아픈 영혼을 감싸준다. 고흐는 미술 치료가 아닌 미술 치유사인듯하다.
반 고흐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그가 죽기 전 2년 동안,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끌어다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렬하지만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 속 색들은 다양하고 말로 설명 안되는 복잡한 감정이 가득하게 실려있고 살아서 꿈틀거린다. 런던 여행 중 60편의 그의 후기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신의 선물과 같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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