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보면, 두 여주인공 아델과 엠마를, 오스트리아 대표 화가 ’ 에곤 쉴레’와 ’ 구스타프 클림트’로 비교하는 장면이 나온다. 원초적이고 본능적이며 순수한 느낌을 주는 아델은 ’ 에곤 쉴레’ 이성적이고 성공 지향적인 엠마는 ‘구스타프 클림트‘
프랑스 파리의 많은 여행객들이,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를 보러 가는 것처럼, 비엔나 여행자 대부분은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를 관람할 것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키스>는 아름답고 멋지다.
반면에 쉴레의 작품은 클림트처럼 화려한 장식미는 없지만 따뜻함이 느껴지고, 짙은 무거움에도 미소 짓게 만드는 유연함이 있다. 영화에서도 아델이 엠마보다 더 매력적이게 다가왔던 것처럼, 인간적인 순수함이 느껴지는 쉴레가 나는 더 좋다.
비엔나 레오폴드 미술관에 쉴레의 작품들이 많다.
무엇보다 미술관에서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그의 자화상들이다. 반항심이 가득하고 도발적인 퇴폐미 너머에 아이 같은 순수함이 묻어있다. 자유로운 영혼 그 자체이다.
위 자화상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사슴 같은 눈빛을 가진아이의 순수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 순수한 눈빛이면에 반항하고픈 욕구가 숨겨져 있다.
신부의 다리가 수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합체된 두 인물의 순간의 표정 묘사가 디테일하다. 자비심이 아닌 경계심이 충만하다. 자신들의 깊은 욕망이 들키지 않게 도와 달라고 기도하려고 하는 듯하다. 에곤 쉴레는 말한다.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종교에 헌신하는 이들 조차에게도 있다고.
풍경을 그린 후기 작품들도 매력 있다. 바다에 갇혀 있음을 항의하는 듯, 집들 마다 표정이 느껴진다. 우울모드, 냉정한 척, 멍 때리기, 곤란하구먼, 겁이 나네, 에잇 몰라... 귀엽다. 순수하고 다양한 표정에 유머가 담겨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화가 어머니의 고향 Cesky Krumlov/Kruma 집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고 한다. 각기 다 다른 스토리를 가진 집들이 살아 숨 쉰다.
에곤 쉴레의 실제 사진을 보고 있으면 예사롭지 않은 눈빛임을 알 수 있다. 눈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자신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27살 천재 화가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피하지 못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남긴 작품들은 강렬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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