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feat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우리가 생각하는 죄에 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가 말하는 죄의 기준은 무엇인가? 물리적으로 저지른 죄를 가지고 벌을 하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가지고  죄가 있다 없다를 판단한다. 그렇다면 마음으로 저지르는 죄는 죄가 아닌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죄가 아니란 말인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작품에서 그 또한 죄라고 말하고 있다. 어쩌며 마음으로 짓는 죄는 죄가 아닌 것처럼 무의식으로  잠재되어,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언제 가는 무의식으로  발현되어 죄의 형상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판단하고, 자신이 보는 기준에 잣대를 맞춰서 좋고 나쁨으로 끊임없이  분별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Spain, Toledo

라스콜니코프 어머니는, 아들이 사랑한 옛 연인의 죽음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죄받을 소리지만 어떻든, 나는 그때 그 아가씨가 죽은 것이 기뻤어요."

 
자기 자식한테 해가 되는 사람은 죽어도 기쁜 것이다. 죽어서 기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아가씨가 살아있을 때, 내 아들을 위해서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것이 말로 나온 것이고 , 실제로 그 아가씨가 죽어서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기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으로 살인을 한  그 여인의 아들 라스콜니코프는  살인을 행동을 옮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라스콜니코프의 살인 행위 보다 그의 어머니가 지나가며 무심코 한 이 말이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결국 라스콜니코프 어머니는 아들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 고통스러워하며 괴로워하다 죽어간다. 

또 라스콜니코프가 나폴레옹에 대해 생각한 것처럼 대의명분 속에 저지른 살인은 살인이 아닌가? 역사 속 영웅들은 대부분 살인자들 아닌가 말이다. 강대국은 약소국가들을 침략하여 약탈하고 침략한 땅을 소유화 시키기 위해서 원주민을 말살했다. 이것은 살인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란 핵물리학자를 드론으로 죽인 미국.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이들의 죄는 정당한 행위라고 말하며 또 그런 행동들을  당연한 것으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개인의 탐욕은 나쁜 것이고 국가의 탐욕은 개인의 탐욕과 달리 정의로운 것인가? 라스콜니코프의 죄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인가?  대의명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죄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이런  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도스토예프스키는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죄를 짓고 살아가고 있다. 나폴레옹을 영웅시하는 사람들은 그가 행한 살인도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식 조차 하지 못하고 방관하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그들 모두 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체 죄가 없다고 결백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대의명분하에 저지른 살인도 살인이다.

주인공 라스콜니코프가 살인을 하기까지에는 여러 사람의 기운과 상황이 모이고 쌓여서 발현되었다. 그 죄가 단순히 라스콜니코프가 지은 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의 죄에 대한 책임은 우리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죄를 벌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죄인들을 벌하고 그들을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신'만이 할 수 있다고. '신' 만이 벌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Toledo

소냐, 라주미힌, 스비드가로프, 포르피리... 그들의 순수한 사랑과 믿음은 라스콜니코프가 구원의 길을 가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사랑의 실천만이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뜻이요, 신의 의지라는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것은 타인을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는 자비의 힘이지, 타인의 죄에 대해  벌을 줄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지 않았다. 그리고 지은 죄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는 ‘자만’을  지녀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그럴 권한이 없다. 세상에서 주는 벌과 신이 주는 벌의 기준은 다르다. 세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한 사람의 죄는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우리 모두 죄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