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평론가 고미숙 선생님께서 가정 먼저 읽어야 할 책 중에 <주역>을 꼽으셨다. 그래서 한자에 약한 나는 일단 영어로 된 주역과 비교해서 읽기 시작했다. 한자와 함께 글을 읽어내야 64괘의 의미를 더 깊이 알 수 있겠지만 일단 전체적인 이해가 영어로 읽는 게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번역서를 읽을 때 영어로 쓰인 내용이 이해가 빨리 되는 부분이 있다. 영어 번역서를 미국 아마존에서 구입했는데 Alfred Huang과 John Minford의 < I CHING(역경)>을 하루에 조금씩 읽고 있다. 공자가 이 <주역>을 가지고 해설서를 만든 것이 <십익>이다. 이 공자의 주역 해석들이 위 두 책 <역경>에 실려 있는데 그 글들이 주옥같다. 폐부를 찌르는 내용들은 정신을 번쩍 나게 만든다. 1등 자기 계발서이다. 정치, 문학, 예술, 생활에 요구되는 지혜를 총 집합한 철학서이다. 모든 자기 계발서가 이곳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Alfred Huang의 <I CHING> 18괘의 공자 해석글이 마음에 와닿았다.
"It indicate a new beginning follow every ending... Favorable to cross great rivers. It is time to go forward and do something. Before starting, three days. After startting, three days.
어떤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면 신중해야 하는데 특히 큰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시작 전에 3일 고민하고 시작한 후에 3일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내용이다. 처음 시작하기 전에 시작할지 말지 신중함이 길어도 안되고 짧아도 안된다. 신중함이 길어져 우유부단해서도 안되고 단호함이 성급함으로부터 나와서도 안된다. 새로운 일을 할 때 신중해야 하는 것은 강조하지 않아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놓치기 쉬운 것은 타이밍이다. 시기적절한지를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을 시작하기에 좋은지 적절한 타이밍과 흐름을 잘 읽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지혜로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모든 일에 때가 있다는 말, 그때가 되기까지 기다림이 필요하다.
15괘에서 기다림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He waits in Emptiness, and everything happens of itself.
마음을 비우고 기다려라.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때가 있으니까, 쓸데없는 집착과 갈망으로 감정 낭비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해야 될 일을 하라고 한다. 이런 구절은 자주 보고 마음에 되새기면 좋을 것 같다.
25괘에 나오는 글귀이다.
As a human being, one does the best one can. As for good fortune or bad fortune, blessing or calamity, event had to take their own course. One should not live in anticipation.
원하는 것을 갈망한다고, 꼭 이루고 싶어 기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4계절처럼 삶도 그와 같은 흐림이 있다는 말이다. 늘 좋을 수도 없고 늘 나쁠 수도 없는 게 자연의 섭리고 우주의 이치이기에 이 흐름의 변화가 있음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화에 대한 깊은 깨달음이 있을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와 혜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자신이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16괘에 그 지혜가 나온다.
He stood firm as a rock, not merely for a whole day but and upright from beginning to end."
일정한 기간을 정해놓고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인위적인 정함 없이 꾸준하게 하는 것, 그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역경>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단어는 ‘steadfast (지속성)’이다. 꾸준한 ‘자기 성장의 지속성’이 이루어질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한 적절한 타이밍을 알게 되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열심히만 하면 다 되는 줄 알고, 노력하다가 제풀에 지쳐 포기한 적 있는데,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이 책을 읽기 전과 후과 달라졌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그전과 다른 마음의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역경>은 자기 계발서들의 가장 원천이 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런 조상을 가진 중국이, 강대국 미국한테 맞짱 뜨려고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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