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록

일상의 기록 (feat 햇살좋은 날)

Christi-Moon 2023. 5. 16. 17:22

일주일 동안 감기로 골골 되다가, 오늘 드디어 몸이 개운해졌다. 아픔만큼 성숙해진다고, 모닝루틴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타이트하게 채찍질하던 나를 좀 내버려 두기로 했다. 영 루틴을 제대로 못해내니 한구석 찝찝한 마음 있지만 다시 루틴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지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며 집 앞 숲 공원에서 햇살 가득한 벤치에 앉아 글 쓰면서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우리동네서 제일 마음에 드는 곳


이곳으로 이사 온 지 햇수로 4년이 흘렀다. 이 4년 동안 숲에 나무들이 그 전해 보다 봄이 되면 잎사귀가 무성해지고 눈에 띄게 일 년 전 보다 더 자라  있다는 것을 느낀다. 새들이 여기저기서 지저귀고 초록 냄새가 내 머리를 시원하게 해 주니 이보다 더 행복하고 좋은 것은 없다. 자연이 주는 햇빛과 비와 눈으로 잘 살아가는 숲 속 생물들이 기특하고 신비롭다. 젊었을 때는 왜 이런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해서 별 생각과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까. 유독 내가 철이 없어서 그랬을 거다. 사는데 바빠서 이런 쉼에 대한 생각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이런 쉼이 얼마나 축복이며  감사한가. 가끔 유튜브에서 ‘나는 자연인이다’ 나,귀촌한 분들의 다큐 영상을 보면서, 그들이 자연과 융화돼서 사는 삶에 부러움과 위로를 받는다. 가끔은 아무도 살지 않는 숲에서 여자 혼자 살아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면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나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꽤 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어린 시절 인간은 모두 죽는다고 하는데 그건 실감이 안나지만 갑자기 엄마 아빠가 없어지는 상상을 하다가, 무섭고 두려워 잠을 설친 날들이 있었다. 친구들 중에 죽음이 별로 두렵지 않다는 친구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다. 지금도 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고 죽음의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죽기 직전 기뻐하며 맞이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한 축복은 없을 거 같다.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는 죽기 전 포도주를 마시고 곧 죽을 거라고 부인과 주치의에게 건배 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또  미국 경제학자로서 자본주의에 물든 삶을 경계하며 평생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산 “스콧 니어링” 은 100세가 되었을 때 스스로 곡기를 끊고 죽어갔다고 한다. 참으로 멋진 사람들이다. 요즘 주위에 큰 부와 명예를 지닌 삶을 살다가 말년에 병마와 싸우면서 삶을 마감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죽음이 다가올 때 기꺼이 맞이하는 용기를  지니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서 살아왔는가? 결국 죽음은 올것이다. 어쩌면 현실은 정신을 유지하는 물질이 죽어 ‘나’라는 의식도  망각하고, 늙어가는 몸만을 유지한 채 동물보다 못한 삶을 살다가 사라질 수도 있다. 정신이 번쩍 난다. 가끔 아프지 않다면 건강한 것에 대한 자만심을 가지기 쉽기 때문에 아프기도 해야 할 것이다. 작년 3월 코로나 걸렸을 때도 이틀 아주 아팠지만 그 후 몸이 개운했다. 거의 일 년 후 감기몸살이 걸린 거 보니 이 시기가 내 몸을 특별히 관리해야 되는 계절인가 보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인 것이다. 내년 이 맘 때는 몸의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고 스스스로를 관찰해 봐야겠다. 건강은 늘 챙겨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건강하더라도 죽음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이 화두는 일단 지금은 신에게 맡기기로 하자. 다만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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