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돈키호테 1

Christi-Moon 2023. 5. 17. 20:39

돈키호테는 기사 소설을 읽으며 그 내용에 빠져 50이 넘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데, 그는 꿈과 이상을 추구함에 굽힘 없는 인물의 전형으로 회자된다. 1부에서 모험을 떠나는 돈키호테는 사물을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 다른 게 본다. 이 확고한 돈키호테의 의지에 산초는 말려들고 헷갈려한다. 돈키호테와 산초의 관계는 주인과 몸종의 관계를 넘어 스승과 제자로 상호 보완하며 2부에서의 산초는 그 스승을 닮아가고 성장한다.

*세르반테스, Toledo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 이 작품을 2부까지 읽으면서 스친 생각은 세르반테스가 ‘삶의 본질’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돈키호테의 스토리를 두고 본질 얘기를 하고 있으면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돈키호테 이야기 도입 전 “ ’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우르 간다 가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는 책에게‘ 바치는 시“가 나온다.

책이여, 그대가 신중한 태도로 훌륭한 사람들 곁에 다가간다면 세상 물정 모르면서 우쭐대는 사람은 그대의 생각을 알지 못해 감히 건네지 못할 것이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의 손에 넘어가 매우 조급하게 다루어진다면 비록 그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짐짓 꾸밀지라도 그대는 이내 알게 될 것이오. 그가 정곡을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돈키호테>의 메시지를 조급하게 다루어 꿈과 이상을 추구하는 저돌적 인물의 대표 격인 것처럼 돈키호테를 이해하고 심지어 제정신이 아닌 인물로 치부하면서 코믹한 설정을 지닌 스토리로 논의되는 부분이 있기에 조금은 아쉽다. 내 생각으로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통해 믿고 보고 들리고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보통 사람인 우리가 잘 읽을 수 없는 세상을 드러내어 삶의 본질을 통찰할 수 있는 지혜를, 돈키호테의 여정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전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죽기 1년 전 완성한, 돈키호테 2부는 1부처럼 다시 여정을 떠나지만 결국 돈키호테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끝난다. 2부까지 읽은 것을 짧게 정리해 보자면, 세르반테스는 궁극적으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한 편의 연극이 막을 내리면, 한 밤에 꾼 꿈에서 깨어나면, 한 바탕 소동은 한순간 사라진다. 찰나의 명예, 찰나의 부, 찰나의 사랑, 찰나의 행복, 영원할 거 같지만, 지속될 거 같지만, 우리는 찰나의 삶을 살 뿐이다라는.

돈키호테는 세상이 뜻대로 자신을 흘러가게 내버려 두지 않고 즐거움과 쾌락을 멀리하면서 거의 고행하는 수행자의 자세로 여정에 임한다. 그리고 엄청난 식견과 놀라운 통찰력은 2부에서 산초가 섬을 통치하러 가기 전 그에게 주는 충고에서 진가가 발휘된다. 가슴 깊이 전해지는 큰 울림과 깨알 재미는 돈키호테를 사랑스러운 영혼 그 자체로 느끼게 해 주는데 충분하다. 1부 2부를 읽고 돈키호테 영어 번역본을 매일 한 페이지씩 읽고 있지만 오늘 글을 쓰려고 다시 처음을 펴보니 뭔가 새롭다. 독서량이 많지만 빨리 더 많이 읽고 싶은 충동에 기록을 좀 꼼꼼히 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후회가 된다. 부끄럽지만 읽은 책인 줄 모르고 다시 사려고 검색한 적도 있다. 속상하다. 그래서 이제부터 기록을 잘 남겨야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했다. 아무튼 이 티스토리에 돈키호테 관련 기록을 간간이 남겨 보고자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마무리해야겠다.

*Toledo 기념품 가게 앞


1616년 4월 23일, 세르반테스가 잠든 이날 셰익스피어도 동시에 잠들었다 한다. 그날은 우주의 기운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날이었나 보다.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은 뭐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고 인정하겠지만, 나에게는 세르반테스가 더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 세르반테스는 뇌색남이며 유머가 풍부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