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파우스트 박사2 (feat. 생각의 탄생)

Christi-Moon 2023. 6. 4. 19:41

어제에 이어 이 소설의 주인공 아드리안의 아버지 요나탄 레버퀸에 대한 이야기 다음 장은, 아드리안의 어머니 엘스베트 레버퀸과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버지와는 또 다른 면에서  어머니 엘스베트와 닮아있었다.
 

나는 평생 엘스베트 레버퀸보다 더 매력적인 여인은 보지 못했다고 단언한다... 아들의 천재성이 어머니의 생명력이 넘치는 건강한 성품에 크게 힘입었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작가 토마스 만의 어머니는 브라질계 사람으로  까만 머리에 낭만적이고 예술적 기질이 있는 여성이었다고 한다.  <브덴부르크가의 사람들>에서도 주인공 토마스가 사랑했던 꽃집여인도 이와 비슷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는데 아드리안의 어머니 또한 그러하다.
 

아폴다 지방태생인 그녀는 독일에서 간혹 볼 수 있는 브루넷 계통이었지만 족보로 따져봤을 때 남쪽 나라의 혈통이 섞였다고 추정할 만한 근거는 없다... 이탈리아 여인으로 착각될 소지가 다분했다... 그녀가 지닌 가장 아름다운 점은 듣기 좋은 메조소프라노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의 매력은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어떤 음악성에서 나온 것인데... 그렇지만 그녀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아주 훌륭한 음악적 소양을 갖추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아드리안 아버지는 자연 과학이나 생물학 그리고 화학 물리학 연구까지 할 정도로 과학적인 탐구심이 강한 반면에 어머니는 건강한 성품과 사람을 끄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매력적인 여자였다. 아드리안은 어머니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자신의 예민한 음감을 가질 수 있었고 아버지로부터는 지적 호기심과 과학적 사고를 물렸받았을 것이다. 양친에게 받은 각기 다른 영향에 대한 표상을 작가는 아드리안의 눈빛으로 묘사했다. 
 
 

양친의 눈이 서로 대조를 이루면서도 그 빛깔이 그의 눈 속에 들어와 하나로 혼합되어 있음으로 해서 그의 미적 판단이 이리저리 흔들렸으며, 생애 내내 그는 갈색 눈과 파란색 눈 중 어느 쪽  눈을 더 좋아해야 할지를 결정하지는 못했다. 그를 매혹했던 것은 양극단의 색깔 즉 속눈썹 사이에서 반짝거리는 새까만 타르빛 아니면 연한 파랑이었다.

 

나도 어렸을 때를 회상해 보면 우리 부모님은 나 스스로 택한 전공(연극학)을 소위 '딴따라'라고 칭하며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이셨다. 두 분은 이 딴따라의 성향을 전혀 가지지 않으셨다. 그런데 이 소설의 화자처럼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아버지는 이과적인 능력이 강하셨다. 그래서 뭐든 잘 고치시고 우리 딸 어렸을 때는 그네와 시소까지 직접 만드실  만큼 손재주가 좋으시다. 그런데 어머니처럼 예민하고 세심하시지 않다. 내가 아드리안처럼 천재 예술가는 아니지만 생활 기록부에 담임들이 적은 내용에 늘 감수성 예민한 편이라고 적혀 있었던 게 기억이 난다.  대학 전공은 연극학이었지만  수학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  이과였다. 나의 친오빠 두 명은 이과적 능력이 좋은 편이다. 아직도 그쪽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내면서 스스로 이런 기질에 혼동을 느낄 때가 있었다.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하고 일을 하며 돈을 벌면서 스스로 이런 성향을 반씩 지니고 있구나를 느끼곤 했다. 뭔가 내면에 어울리지 않는 기질과 성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루트 번스타인이 쓴 <생각의 탄생>을 읽고 이런 성향의 혼선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소위 창조적인 작업을 할 때 과학자나 수학자, 예술가들은 우리가 생각을 위한 도구라고 부르는 공통된 연장을 사용한다. 이 도구들 속에는 정서적 느낌, 시각적 이미지, 몸의 감각, 재현 가능한 패턴 유추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상상을 동원하는 모든 사람은 이 생각 도구를 가지고 얻어낸 주관적인 통찰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공식적인 언어로 변환하는 방법을 배운다.

 
<생각의 탄생>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참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혔다. 이과 문과로 나뉘어 각각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한국의 학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시켜 보는 이유는,  대학 전공을 잘 선택하는데 그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면 아이가 과학적 재능을 보인다면 예술활동을 시키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입시를 위해서 음악 미술 수업은 거의 등한시하는 게 현실이다. 지금 까지 거의 40년 전에 받았던 교육의 틀에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이 그때보다 더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아이폰을 봐라. 그 과학적 기능 뿐만 아니라 사과 디자인에 우리가 얼마나 열광하는가?  아이폰에 애플 로고를 빼면 굳이 아이폰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아이폰은 이성과 감성이 합쳐진 하나의 대표적인 예이다. 19세기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 '안톤 체호프' 또한 직업이 의사였다.  체홉과 동시대의 또 다른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와는 작품의 느낌이 다르다. 사람이 달라서 다른 것과는 별개로  차원이 다르다는 느낌을 가진다. 개인적으로 톨스토이 보다 안톤 체호프를 좋아한다.  아무튼 토마스 만이 자신의 작품들에서 대부분  언급하는 시민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오는 작가의 고민이 이해가 잘됐다.  토마스 만이 뮌헨 공과 대학을 다녔고 나중에 세계적인 작가가 된 것처럼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 아드리안은 작가의 분신일 것이다. 이 소설의 작가인 토마스 만 처럼,주인공 아드리안도 양친의 이 두 상반된 성향을 아주 극단적으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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