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음악가 아드리안의 유전적 영향을 준 부모님을 이야기를 이전 티스토리에 정리해 보았다. 이번에는 아드리안이 자라난 환경적 요인의 영향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한디. 아드리안'이라는 천재 예술가가 만들어지기까지 주위의 크고 작은 영향력이 우리 주인공에게 미쳤다. 아직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이지만 아드리안의 주위로부터 받는 영향력은 부모님에게서 받은 영향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아마 그래서 지혜로 은 맹자 어머니는 아들의 성장을 위해 3번이나 이사를 갔나 보다.
마부 토마스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그는 애꾸눈으로 유난히 마르고 키가 컸지만 등에 커다란 혹이 달린 곱사등이었다. 그는 곱사등위에 꼬마 아드리안을 자주 태우곤 했다. 나중에는 우리 대가가 내게 자주 단언했던 바로는 그 곱사등은 아주 실용적이고 편안한 좌석이었다고 한다.
나는 이 마부 이름이 이 소설의 작가의 이름과 같다는 사실이 , 작가 토마스만 와 이 마부와 동일시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자주 아드리안이 화자에게 이 마부를 언급한 것으로 보아 이 마부가 어린 시절 정서적으로 천재 음악가에게 따뜻한 사랑을 준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경험이 후에 아드리안의 예술 작품에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누구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일 수 있는 신체적 불편함이 누구를 도울 수도 있다는 시각을 가지게 되고, 마부의 특이한 몸은 아드리안의 예술가로서 성장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했을 것이다.
외양간을 돌보던 하네라는 이름의 하녀가 생각난다... 하니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고 우리 어린애들과 함께 짧은 노래를 연습하곤 했기 때문에 꼬마 아드리안은 그녀와 친한 사이였다... 온갖 민요나 군가 혹은 유행가들을 우리에게 불러 주었는데 대부분 감정이 잔뜩 실리고 무시무시한 특징이 있는 노래여서 우리는 그 가사와 멜로디를 금방 익힐 수 있었다... 갑자기 제멋대로 5도와 6도까지 목소리를 낮추면서 우리한테는 고음부를 맡긴 채 자신은 저음부를 고집했는데 그 목소리가 튀어서 귀에 거슬렸다.
이쯤 되면 하녀 하네는 어린 아드리안의 처음 음악 선생이라고 해도 무방한 것 같다. 그리고 하네에게 먹을 것을 주면 그 집의 '주조'라는 개와 똑같이 얼굴을 환하게 웃음 짓는다는 언급으로 봐서 순수하고 역동적이고 동물적 감각을 아드리안에게 선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미친 영향력은 상당히 특별하다.
나의 친구 아드리안은 여러 사람이 한 소리로 같이 부르는 단순한 합창보다는 다소나마 더 인위적인 진행 체계를 갖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돌림노래에는 동일한 노래를 일정한 소절의 사이를 두고 선창자를 뒤따라 부르는 시간적 간격이 있다. 하니는 노래가 이미 진행되어 선창자가 노래를 끝까지 부른 것은 아니고 일정한 소절만 끝낸 상태에서 다시 말해 다음 사람이 뒤따라 들어가야 할 순간에 우리의 옆구리를 찌르면 빨리 그렇게 하라고 재촉하곤 했다.
가축을 돌보는 하녀지만 그녀의 음악은 음악이론에서도 말하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영역을 아드리안에서 알려준 것이다. 이 책의 8장까지 읽으면서 한 사람이 만들어지기 까지 다른 사람이 미치는 힘은 오히려 부모보다 더 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농장을 지키는 개는 희한하게도 '주조'라는 이름으로... 먹을 것을 가져다주면 얼굴에 온통 웃음기가 번지긴 했으나... 낮에는 여느 개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다가 조용한 밤이 되면 겨우 사슬에서 풀려나 농장 주위를 배회하곤 했다.
아드리안은 극과 극의 기질을 가졌을 거 같은 느낌을 개 '주조'로부터 받는다. 원초적이고 동물적이고 온순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떤 상황에서 돌변하는 아드리안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돼지와 닭등도 예외는 아니다.
돼지들의 언어인 저음으로 꿀꿀 거리는 소리를 억지로 흉내 내 보기도 했고, 어미 돼지의 젖꼭지에 물려든 발그스름한 새끼 돼지들을 자세히 관찰하기도 했다... 닭들이 철망 뒤에서 적당히 알맞은 소리를 내면서 간혹 신경질적인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느긋하게 노닥거리는 모양을 보고 재미있어했다. 그리고 집 뒤에 있는 꿀벌 통들을 조심스럽게 찾아가기도 했다... 아드리안과 함께 채소밭에서 잘 익은 구스베리 열매를 핥아먹거나 들판의 승아 열매를 맛보았던 기억도 떠오른다... 숲 속에 드러누워 도토리를 깨물어 보거나 길가 덤불에서 햇볕에 익은 자줏빛 딸기를 따서 그 짜랏 한 즙으로 어린 날의 갈증을 달래기도 했다.
돼지와 닭의 울음소리, 윙윙거리며 나는 벌들의 소리가 아드리안의 음악에 어떤 효과를 미쳤을지 짐작이 간다. 한 사람의 삶에 미치는 범위가 생각보다 크다는 인식을 토마스 만의 이 소설을 읽으면서 깊게 하게 되었다. 이제껏 이렇게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쩌면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라는 말이 이런 의미가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 '나'라는 것은 없다.라고 하는 불교의 '무아(無我)‘의 의미를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는 시시각각으로 주위에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기에, 한 인간의 변화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고정된 '나'라는 것은 존재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맞다. 다만 우리 인식이 '나'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 이 아드리안에게 미친 크고 작은 영향을 비쳐보니 수긍이 되었다.
내가 연극을 하고 싶었던 이유의 시발점은 초등학교 2학년쯤인가... 확실한 시기의 기억은 안 나지만 상당히 저학년이었을 것이다. 나보다 4살 많은 오빠가 나를 자신의 친구 연극 발표하는 극장으로 데려간 적이 있었다. 그 장면은 꿈처럼 기억되기도 하는데 그때 거기서 나도 저런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였다. 그것이 지금 까지 이어졌다. 그것과 관련된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아직까지 발을 담그고 있다. 그 사실을 생각해 보면 아드리안의 어린 시절, 여러 환경이 그에게 미친 기운들은 인간 형성의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다음번 이야기는 아드리안의 음악 스승 벤델 크레추마어에 대한 내용이다. 가르치는 일을 하는 선생인 나로서 상당히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8장에서 보여주는 벤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참으로 흥미롭다. 이것에 대한 내용과 생각 들을 다음에 정리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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