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24살에 쓴 소설이다. 39살의 이혼녀 폴은 연인 관계인 로제가 있지만 그는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폴은 로제와의 이런 관계에 권태감을 느끼지만 결별하지는 않는다. 어느 날 그녀는 25살의 잘생긴 변호사 시몽을 처음 만나고 시몽은 폴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런 그에게 폴은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결국 폴은 시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로제와의 관계를 지속하는 쪽을 선택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가지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모호한 감정들을 작가는 주인공 폴의 심리를 통해서 섬세하게 묘사해 준다. 사랑의 감각은 오래되면 익숙해지고 무뎌진다. 그로 인해 밀려오는 내면의 고독은 깊어지고, 뭔가 다른 자극을 갈구하게 된다. 그러나 변화는 두렵다.
요즈음 그녀는 책 한 권을 읽는데 엿새가 걸렸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해당 페이지를 잊곤 했으며, 음악과는 아예 담을 쌓고 지냈다...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 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 없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그의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소설에서 언급되는 독일 음악가 브람스는, 선배 음악가 슈만의 아내 클라라 슈만을 평생 짝사랑했다. 그녀는 브람스 보다 14살 연상이다. 슈만이 죽은 후에도 브람스는 선을 넘지 않고 클라라가 임종할 때까지 그녀 곁에 있었다. 이 세명의 관계는 소설 속 시몽,폴, 로제의 관계와 닮아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이 제목은 단순히 브람스의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어볼 수도 있고, 브람스와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 얘기를 좋아하냐고 물어볼 수도 있고, 클라라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지속한 브람스를 좋아하지 않냐고 물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가 브람스의 클라라에 대한 사랑이 알려진 그대로가 맞다면 브람스는 특별한 남자로 보인다.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그런데 폴은 상실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반면에 로제는 현재에 머무르기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욕망하고 갈망한다. 폴은 로제와의 관계에 벗어나지도 못하고 젊은 시몽의 사랑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에도 두려움이 크다. 로제는 폴을 버리지도 못하고 다른 여자를 찾으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 어쩌면 시몽이 이 둘과 다른 건강한 사랑을 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단지 사랑의 변이(變移)가 일어나기 전 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시작되는 초심과는 달리 관계가 지속되면 사랑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이것으로 집착도 커진다. 이 세 사람 모두 쓸쓸하고 고독하고 불완전하다. 프랑수아즈 사강도 이런 관점에서 사랑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처음에 사랑을 나누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변화가 필요적으로 일어나지만 그 변화가 두려워, 과거에 집착하면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또 다른 누구는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고,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찾는 욕망으로 현재 관계의 신뢰를 저버리고 살아요. 그러니 집착과 욕망 없이 클라라 슈만을 사랑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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