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새로운 독서 여정 <요셉과 그 형제들1>

Christi-Moon 2023. 8. 19. 16:56

토마스만의 새로운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요셉과 그 형제들>은 토마스 만의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여겨지고 있으며 <야콥 이야기>, <청년 요셉>, <이집트에서의 요셉>, <부양자 요셉> 총 4부작으로 16년에 걸쳐 쓴 토마스 만의 대작이다. 말이 16년이지 쓰다가 앞에 쓴 내용을 연결해서 쓰고 긴 스토리를 맥락을 가지고 써 내려가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살림 출판사 기준으로 총 6권의 소설로 이루어졌는 <요셉과 그 형제들>을 읽으면서 올 한 해는 다 지날듯하다.  이 장편 소설을 인내심을 가지고 완독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조급하게 빨리 읽어내려고 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뭔가 이 작품을 읽으면 인간사를 좀 더 통찰할 수 있는 힘을 기르지 않을까 기대하며 번역자의 글을 읽고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번역자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거의 3년을 감옥 속에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번역에 집중했다고 한다. 창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번역한다는 것은 영어도 아니고 특히 독어를 번역하는 것은, 거의 창작하는 고통 못지않은 힘듦이  있지 않았을까 연민의 감정이 생긴다.  번역자는 원작자의 생각과 작가가 지닌 철학을 꿰뚫어 불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되는 것뿐만 아니라, 작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번역이라는 도전을 감행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6권의 분량을 흐름을 가지고 작가가 지닌 생각들을 고스란히 다른 언어로 완역한다는 것은 엄청난 집중력과 섬세함과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훌륭한 양서를 타인에게 공유하고 싶은 이타심이 없다면 번역이라는 작업 자체도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독문학자인 번역자 본인은 독어로 충분히 그것을 읽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이런 성가신 일을 할 필요가 없었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사람은 때때로 자신의 능력보다 더 큰 일을 저질러보고 싶다는 무엇에 씌일 때가 있는 모양이다. 내가 그랬다. 언제 끝나게 되는 이 번역 작업을 내 힘으로 이루어 보고 싶었다. 언제 끝나게 되는 이 번역 작업을 내 힘으로 이루어 보고 싶었다. 나는 그 욕망의 감옥 속으로 걸어 들어가 3년 3개월을 살다 나왔다. 어떤 학기에는 아예 강의를 포기했고, 2년이 지났을 무렵에는 3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 병상에서 나는 무모함이라는 죄 때문에 치러야 하는 각별한 형벌, 죽음의 체험을 하기도 했다. 의식이 가물거리면서도 '요셉'을 불렀던 일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위의  옮긴이의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했고 <파우스트 박사>의 주인공 아드리안과 겹쳐지면서 열정을 지닌 장지연 번역자님께 감사의 마음이 우러나온다. 만나서 내 마음의 진심을 직접 전할 수 없지만 이런 존경심에 대한기운과 에너지가 그분에게 전달되어 번역자의 노고가 오래도록 빛나길 소망해 본다. 



 
요셉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서곡이 나온다. 늘 그렇듯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 특히 문학을 읽을 때는 집중과 이해도가 떨어진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도, 이야기 시작 부분은 여러 번 읽어야 이해가 제대로 되었기에,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몇 번을 반복해서 읽곤 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서곡 부분을 다 읽었지만 흡수가 잘 안 된 상태이다. 그래서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우선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성경을 제대로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우선 창세기의 야곱이야기와 요셉 이야기 부분까지 읽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서곡을 읽다 보니 창세기를 처음부터 읽어야 될 필요성을 느껴서, 창세기 처음부터 영어 성경과 한글 성경을 번갈아 읽기 시작했다. 펭귄 클래식 <돈키호테> 영문본을 거의 3년 반 넘게, 매일 한 페이지씩 읽어서, 지난주 마치게 되었다. 그래서 아침 영어 책 읽기를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로 새롭게 시작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성경의 창세기 부분만이라도 먼저 읽어야 될 듯하다. <요셉과 그 형제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이다. 그리고 성경과 함께 신화에 대한 본질이 무엇인지 이제껏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 신화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신화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할 수 있는 원형으로, 세상의 지혜를 통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여태껏 아는 게 뭐가 있었나 싶다. 모르는 게 참으로 많고 읽어야 할 책, 읽고 싶은 책도 많다. 조급한 마음은 경계해야 한다. 지적 호기심도 과하면 욕망이니 말이다. 앞으로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토마스 만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으니 기대되고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