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록

뮌헨 출발전 (feat. 토마스 만 & 미카엘 하네케)

Christi-Moon 2023. 10. 8. 06:30

<요셉과 그 형제들> 1권을 2번 읽고 내일 뮌헨에 약 20일가량 방문할 예정이다. 그곳에 가서 읽기 위해 2권을 가방에 챙겨 두었다. 두 번째 방문인 뮌헨은 처음 때 보다 오래 머무를 여유가 생겨 감사할 뿐이다. 내가 빠져있는 소설가 토마스 만이  뮌헨 공과 대학을 다녔고, 시나리오 작가이며 영화 연출자인 존경하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뮌헨 출신이다. 뮌헨은  옥토버페스트 맥주 축제와 축구 그리고  BMW 자동차 박물관으로 유명한 것 이외에도 크고 작은 박물관이 있기로 유명한 도시이다. 특히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미술관들이 여러 곳이 있기에 파리나 런던 베를린 못지않게 매력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풍요로운 도시가 "멋진 뇌"를 만들어 내는 특별한 기운을 내뿜어 토마스 만이나 미카엘 하네케 같은 천재를 배출하지 않았나 쉽다. 유럽을 다니면 늘 그들의 자산이 부럽다.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미술관, 멋진 공연, 잘 보존된 건물들  뿐만 아니라 전쟁을 통해 얻은 문화유산들도 많다.
 
우리가 학교 때 교육받은 것들은 다 서양식 교육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 억울하기도 하고 울분도 나지만 그래봤자 신세한탄이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방향성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대한민국이 낳은 조성진 피아니스트, 슈트가르트 발레단에서 활동했던 강수진 발레리나, 그리고 작년에 작고하신 재독 화가인 노은님 화가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2018년 이탈리아 여행 때 밀라노 스칼라좌에서 관람한 오페라 <피델리오> 지휘자가 한국의 정명훈이라는 것을, 티켓팅하고 알았을 때 자랑스럽고 벅찬 감정이 올라왔던 기억이 난다. 예술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그들의 왕성한 활동에 존경과 무한 사랑을 보내며, 유럽 예술이 세상 전부 다 인 것으로 교육받는 예술 불모지인 이 나라에서 예술 본토 사람들과 경쟁하고 그들 앞에 우뚝 설 수 있는 인재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그러려면 폐쇄적이기보다는 열려있는 마음이 중요할 것이다. 부러움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가진 것을  제대로 알고, 그들의 풍요로움을 함께 공유하며 성장하려는 의지가 발현돼야 할 것이다. 여행 일정에 맛집 투어나 이국의 풍경을 사진에 담아두는 것도 좋지만 미술관 방문이나 공연 관람을 스케줄에 넣어 보는 것도 적지 않게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질 좋은 공연을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예매해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물론 내한 공연이나 얼마 전 서울에서 전시되었던 빈 미술사 박물관이나 영국 내셔널 갤러리에서 소장하고 있는 몇몇 작품을 한국에서 관람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그곳에 직접 가 체험해 본 사람은 한국에서 보는 것과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것을 직접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런 예술의 경험을 해외에서 하고 싶다면 먼저 런던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신사 나라인 영국은 자신들의 식민지에서 약탈해 온 유산들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어 돈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리고 질 좋은 셰익스피어 공연과 오페라는 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저렴하게 득템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한 정보와 저렴한 표를 얻기 위해 줄을 서는 수고로움을 감내한다면 얼마든지 착한 가격으로 예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Thomas Mann


뮌헨에서의 일정은 처음 토마스 만과 미카엘 하네케와는 무관했다. 그런데 우연히 그 여정을 확정하고 난 직후 그때 난 토마스 만의 소설에 열중해 있었고 그가 뮌헨 공과대학을 나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뮌헨 비행기표를 사고 약 한 달쯤 지나서 미카엘 하네케 영화 중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보기 위해 검색할 때 그가 뮌헨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뭔가 맞아떨어지는 느낌에 뮌헨 여정에 대한 선택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는 즐거움과 사고가 확장되는 그 무엇을 기대하며 일정을 소화하고 싶다. 


*Michael Haneke


두 작가의 작품은 예술 본토 나라에서도 쉽게 받아들여지는 작가는 아니라고 여겨진다. 그러니 우리만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 둘의 작품이 유난히 쉽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아직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여러 작품을 접하다 보니 그들이 지닌 삶의 태도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이해되기 시작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저명한 문예이론가인 게오르크 루카치는 가장 위대한 작가 한 사람을 들라는 질문에 토마스 만을 꼽았고 대학에 영화 전공자들은 미카엘 하네케 작품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충분히 그들의 작품을 접하고 알아가는 과정은 삶의 살아가는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긍정적인 것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어느 정도 일관되어 있기에 그들의 사고가 작품마다 재현되고 반복되며 그 안에서 확장된다. 그래서 하나를 제대로 안다면 다음 작품을 접할 때 좀 더 쉽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처음 그 두 사람의 작품을 접한다면 토마스 만의 노벨 문학 수상작인,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이나 그의 단편들을 먼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며, 미카엘 하네케 영화는 칸 수상작인 <히든>을 우선 관람하면 좋을 것이다.
 
 
토마스 만의 책을 가방에 챙기면서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도 아이패드에 저장해 놨다. 비행기 안에서나 일정 중 아침 시간을 이용해 읽고 보면서 만의 소설과 하네케의 영화에 대한 글도 마저 정리해 볼 계획이다. 뮌헨에서 그 두 사람의 흔적을 찾고 싶은 내 소망이 실현되기를 바라며 경건한 마음가짐과 소박하고 검소한 방식으로 일정을 소화해내려고 한다. 이 일정에 도움을 준 지인과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다음 글을 업로드할 때는 뮌헨의 아침 어느 즈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