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록

스페인 화가 Goya

Christi-Moon 2023. 4. 29. 16:33

스페인 화가 고야(Francisco De Goya 1746-1828)는 18세기 신고전주의와  로코코 그리고 19세기 인상주의 낭만주의 화풍에  영향을 미친  위대한 화가이다. 고야 전기 작가 일본인 홋타 요시에는 그 당시 화가의 위치가 왕족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궁정 그림쟁이에 불과했지만, 고야는 그 위치를 궁정 화가로 끌어올리고 나아가서 화가라는 독립된 예술가의 존재로 자리매김한 선두주자라고 말한다. 고야는 82세까지 장수한 화가였으며, 40살이 채 안되었을 때 베토벤처럼 귀머거리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지속한 대단히 폭발적인 에너지와 집념을 가진 화가이다. 만년에 자신의 아들 하비에르에게 쓴 편지에 '예술가는 죽을 때까지 스스로를 새롭게 바꾸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다.  말년에  '귀머거리의 집'이라 불리는 자신의 집 벽에 남긴 광기 가득한 작품들은 그의 확고한 예술관을 입증하고 남는다.  80살이 다 된 노 화가가 벽화 작업을 한다는 것은 남 다른 기운을 가지지 않고서야 지금 시대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Satruno, Museo Nacional del Prado


고야가 작업한  다양한 동판화들을  보면  자신의 생각이 담긴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시도한 모더니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스파냐 자신의 나라에 벌어진 전쟁의 비극적 상황을  넘어 그런 전쟁이 인간 자체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고민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심각하고 진지한 상황을  다소 우스꽝스럽게, 또 심플 명료하지만 그 예리한 통찰력과 감각이 모든 작품에 흘러넘친다. 

*Zaragoza Museum


고야가 82세에 자신을 그린 <지금도 나는 배운다 Aún aprendo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순수하고 인간적이며 사랑스런 작품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고야의 작품이다. 지팡이를 의지한 노 화가의 양손에서 거장의 기운이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발을 내 딛으며 그 어떤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기민함과 내재된 뜨거운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다. 이 작품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고야의
눈빛이다. 이 배운다의 의미가 지속적인 배움의 중요성을 의미하기도 하겠지만, 작품속 노 화가의 눈은  ‘몰랐던 것이 또 있구나... 나이 80살에도 깨닫다니!  하며 통찰하는 찰나의 순간을 보여준다.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노화가의 자화상에 대한 내 생각은 <야만의 시대를 그린 화가 고야>를 쓴 박홍규 작가와 일치한다.

나이 40살이면 대가 행세를 하고,아예 군림하고자 하며, 과거만을 뜯어먹고 사는 조로 권위 현상이 아직도 대세인 한국에서 나는 이 나이에 이르러서야 고야에게 겨우 배우기 시작한다는 점을 자랑으로 삼는다. 사실 고야의 그림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것은 죽기 직전 82세에 그린 "지금도 나는 배운다"라는 작은 소묘이다. 여든에 페르시아어를 새롭게 배우는 괴테처럼 여든에도 새로운 배움을 찾는 고야는 감동적이다......

 

*Aún aprendo,Museo Nacional del Prado

작품에서 고야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껏 잘못알고 있었어!'
'아...그걸 내가 이제서야 알다니!'
'바로 이거구나!'
'지금 깨우치다니!'
'아뿔싸 맞아 바로 그거야!'
'그게 그런거구나!'
'80살이 되서야 비로소 깨닫다니!‘
’아직 배울것이 너무 많구나!'
80살의 대가도 모르는게 많다고 하는데, 지금 나는 아는 게 뭐가 있는지, 뭐를 모르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고야의 이 작품은 내 성장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되어 줄것이다.

*La Condensa de Cinchon,Museo Nacional del Prado

고야가 돈 여자 자신의 직위에 대한 욕망이 작지 않았다는 것을 홋타 요시에의 전기를 보면 알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세상을 향해 무조건 고개를 조아리고 타협만을 하지 않는 그 였다. 베짱이 두둑한 뚝심으로 자신의 예술관을 관철해 나가는 힘은 타의 추종을 불허 한다. 그런 마초 성향에 그의 사랑과 순수한 영혼을 담은 초상화들을 보면 얼마나 따뜻한 인간미가 넘쳐 흐르는지 눈 시울 마저 적시게 한다. 게다가 유머까지...지금까지 현존했던 화가들 중 죽을때까지 성장한 화가를 한명 꼽으라면 나는 스페인 화가 고야 라고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