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록

스톡홀름 여행기록(feat.Moderna Museet)

Christi-Moon 2023. 5. 1. 06:12


1년 전 여행한 스톡홀름에서 사랑하게 된  곳 중 하나가 현대 미술관(Moderna Museet)이다. 20세기 현대 미술이 전시되어 있는 이곳은 번잡한 시내 중심가와 약간 벗어난 언더위 고즈넉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Moderna Museet,Stockholm

소박하고 따스한 느낌이 나는 이 미술관 내 레스토랑이 참 좋았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었고, 그날마다 약간씩 메뉴가 달라지는 했다. 여행 기간동안 두번 다녀왔는데 처음 방문할때 먹은 베지테리언 메뉴와 다른 종류의 베지테리언 음식이 있었다. 스톡홀름 식당은 모두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단이 항상 메뉴에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곳 식당이 좋았던 것은 음식을 주문하면 김치와 샐러드 그리고 빵을 마음껏 먹을수 있다. 바다가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주문한 가지 덮밥과 김치를 먹으니 여행의 만족도가 배가 되었다.


이 미술관에서 눈에 들어온 작품 중 하나를 꼽으라면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그림이다. 역시 그의 창의력과 뛰어난 감각은 관람자의 시선을 오래 고정시키는 마력이 있다.

* The Enigma of Williams Tell, Salvador Dali


달리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달리가 사물과 어떤 현상을 볼 때 늘 남다른 시각과 독특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또 번득이는 상상력과 유머가 묻어나 작품이 무겁진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바라볼 수만은 없는 깊이가 있다. 작품 설명을 읽어보니, 작품 속 남자는 히틀러와 나치를 상징하거나 혹은 연인인 Gala와의 관계를 반대한 달리의 아버지이기도 하며 남자가 쓴 모자는 레닌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독재와 권력을 앞세운 폭력성을 지닌 본인들은 스스로 정의롭다는 신념을 가지고 행동했겠지만 분명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독재자였음을 경고하는 작품이다. 그림 속 남자의 엄숙한 표정과 멋진 자세는  박수라도 받아야 할 듯하다. 그러나 세 개의 다리 중 굶고 힘이 쎄 보이는 다리의 발은 잘려나가 힘을 못써 나무 지지대에 의지해야 하고, 또 다른 다리 하나는 뭔가 썩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아마도 검정 양말을 신고 무릎을 꿇고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런 그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한편으로 안쓰럽기까지 한데, 작품 속 주인공은 남 시선 아랑곳 하지 않는 폼생 폼사!

* The Castle of Roche Guyon, Georges Braque


그 다음 오래동안 생각에 잠기게 한 작품이 있었다. 브라크의 “The Castle of Roche Guyon” 이다. 이 작품을 보고 있자니 성과 숲이 분리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본질은 결국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초록 숲이 성인지 성이 숲인지, 각기 달리 보이는 것들도, 결국 본질을 꿰뚫어 보면 경계 없는 성이면서 숲이라는 것을 차츰 느끼게 된다. 굳이 경계를 그어 분리시켜 다르다고 판단하지 말라고 말한다. 성과 숲은 하나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개별적이고 독립되어 존재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결국 관계와 관계 속에서의 ‘나’가 있는 것이지, 유일한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착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Moderna Museet, Shop

스톡홀름 뒤 다녀온 마드리드 프라도는 관광객이 많은 미술관이어서 그렇겠지만 미술관 내 카페도 식당도 정이 느껴지는 곳은 아니다. 뭐 그것을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싸지도 않았고 게다가 친절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스톡홀름 미술관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뭔가 정감 있게 맞아주고,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그래서 자꾸 오고 싶는 그런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