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 하네케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감독중에 한명이다. 독일 뮌헨 출신으로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철학과 심리학 전공을 한 세계적인 거장이다. 그의 전공이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의 영화 대부분은 철학적 사유가 요구되고 내면 심리에 흐르는 무의식을 과감하게 드러내서 잔인한게 묘사되기도 한다. 그의 작품 <피아나스트>와 <하얀 리본>의 주제는 어렸을때 받은 인간의 억압과 폭력은 어떤식으로든지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으며, 그것이 인간에게 발현되어 어떤 행동으로 나타나는지 그 실체를 낫낫이 드러내서 보여준다.
영화 <아무르>의 두 주인공인 노부부 안느와 조르주는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이 사랑하는 부부사이다. 그런데 과거 피아니스트였던 안나는 신체 마비증상이 오고 더 이상 누구의 도움없이는 몸을 가누기 어렵게 된다. 결국 남편 조르주는 안느를 베개에 눌려 질식시켜 죽인다. 이 작품은 제65회 칸 영화제에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에서도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나이 들어 죽어가는 아내와 그녀 곁을 지키는 남편의 이야기는 그 어떤 범죄 스릴러 영화보다 무섭고 공포스러웠고 두려움이 엄습해 왔을 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연기를 소름 끼치게 실감 나게 잘하니 영화가 아니라 다큐 보는 느낌이었다. 나이 들어 병이 생겨 죽어가는 한 노부부의 잔인한 삶이 생생하게 전해져서 영화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은 이 영화를 다 본 후 어둠 속 비쳐오는 한줄기 빛과 같은 위로가 오히려 있었다.
‘그래 어쩌겠어... 잘살아야지... 의식이 있는 한'
세계는 단순하지 않다. 복잡성으로 가득 차 있다. ... 이 복잡성 안에서 충돌하는 대립되는 요소들, 즉 모순들이 공존한다것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충돌하는 요소들을 단순화 시켜 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되면 완전한 작품이 될 수 없다. 서로 대립되는 요소들이 공존한다는 것을 인식하라. 그럴때만이 섬세한 묘사가 가능해진다.
-미술을 배우기 위한 101가지 공부 중에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자신이 처해있는 냉혹한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마주할 수 있어야 된다고 우리에게 강하게 얘기하고 싶어 한다. 즉 그런 상황을 피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대면할 수 있어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위에 인용된 책의 내용처럼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세상의 복잡성에 내재된 '모순'을 통찰하고 그것을 영화에 투영한 것 같다. 나이 들면서 어쩔 수 얻는 현실과 그에 따른 고통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모순되는 해결책으로 보이지만 나이 들어 받을 수 있는 고통을 대면할 때 만이 바로 그 고통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고통을 외면하면 모순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그 고통에 질질 계속 끌려 다닐 수 있을 거 같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보고 난 뒤에는, 죽음에 대해 좀 더 차분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식의 치유를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원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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