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여정을기록하다 106

로나의 침묵 (feat. 침묵 속 사랑)

벨기에 출신 쟝 피에르 다르덴, 뤽다르덴 형제가 감독한 은 2008년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작품으로 이제껏 본 영화 중 가장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였다. 마약을 끊기 위해 고통을 호소하는 마약 중독자 클로디가, 자신과 위장 결혼한 로나의 도움을 받기 위해 그녀를 애타게 부르던 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와 에 출연했던 제레미 레니에는 마약 중독자 역할을 위해 15kg 이상을 감량했다고 한다. 말이 쉽지 비만한 몸이 아닌 상태에서 10kg 이상 뺐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클로디를 연기한 제레미는 모성 본능을 자극하고 순수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 그가 연기한 마약 중독자 역할과 어린양 같은 이미지가 맞물려 극 속 로나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해 보였다. 마약 중독자 클로디와 위장 ..

영화 기록 2024.08.11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는(Milan Kundera 1929~2023)는 체코의 소설가이다. 은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자유화 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체코 국민들은 '프라하의 봄'이라 하고 공산주의 체제로부터 탈출하기를 갈망했다. 공산체제의 강대국이었던 소련은 이 운동이 다른 동유럽 공산 국가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불법으로 무력 침공 하였다. 이 사태를 배경으로 한 은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 이 네 인물의 사랑과 관계 속에서,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그들이 느끼는 각자의 시선을 통해, 삶의 무게를 이분법적 관점으로 구속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의식을 고양시켜 주는 철학적 깊이가 있는 작품이다. 2020년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난해했던 내용들이 지..

독서 기록 2024.08.03

자전거를 탄 소년 (feat. 다르덴 )

지난주 에 관한 글을 올리며 다르덴 형제들이 감독하고 각본을 쓴 영화를 모두 보고 글로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르덴 감독들의 영화 대부분은 길지 않고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는다. 영화에 지속적으로 그들이 일관되게 추구하는 특징이 있는데, 주인공은 영화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그 위기의 해소가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절망적인 결론은 아니다. 아주 가느다란 희망의 빛을 품고 있다. 그 희망의 빛이 강렬하지 않지만 삶을 지탱해 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며, 절망의 늪을 앞으로 잘 헤쳐나갈 것이라는 신뢰를 관객에게 심어준다. 주인공들은 건널목 표시가 없는 차도를 늘 건너 다니는데 세상이, 혹은 신이 지켜주지 못하는 곳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삶이 그러하듯, 아슬..

영화 기록 2024.07.28

다르덴 형제 (feat. 더 차일드)

요즘 칸 황금 종려상을 두 번 이상 받은 감독들 작품 위주로 골라 보고 있다. 는 벨기에 출신 장 피에르 다르덴(Jean-Pierre Dardenne), 뤽 다르덴(Luc Dardenne) 형제가 감독한 영화이다. 2006년 황금 종려상을 받은 이 작품은 본인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까지 하였다. 미카엘 하네케, 루벤 외스틀룬드, 켄 로치, 토마스 빈텐베르그, 고레에다 히로까즈, 같은 감독들은 직접 시나리오를 직접 쓰기에, 작가로서 세상을 바로 보는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 그리고 이것을 시각화시켜 살아있는 인물로 탄생시키는 창조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의 작품은 믿고 봐도 좋을 것이다. 시나리오 속 장면은 아니지만 동일한 쟁점을 지닌 장면들로 그렇게 연기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누가 소니..

영화 기록 2024.07.21

뒤바뀐 몸과 머리 (feat.욕망을 인식하는 힘)

토마스 만의 이 중세의 서사시 원제 그대로 제목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마스만이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메시지들 중 한 가지가, 하나의 현상을 이분법으로 분리시키는 사고에 대해 긴장감을 가져야 됨을 자신의 작품 속에서 늘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메시지 또한 그러하다. 머리와 몸을 분리시켜 생각했던 세 사람의 욕망이 궁극적으로 파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번역자가 원제목을 고려하지 않고, 임의대로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친절은 베풀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독서를 하면서 중요한 소득 중 한 가지가 '욕망'이란 것을 스스로 인식할 줄 아는 힘이 생겼다는 점이다. 뭔가 집착하는 생각들이 올라오면 이것이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단점은 다른 사람의 욕망..

독서 기록 2024.07.14

기만 (feat. 자연이 들려주는 이중주 )

토마스만의 중장편 소설 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앞서 읽은 이 미완성으로 끝나, 이 이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완결시킨 작품이기 때문이다. 토마스 만의 인간에 대한 통찰은 이전 글들도 그랬지만 은 더 날카롭고 함축적으로 파고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목부터가 그러하다. "기만"은 남을 속여 넘기는 의미를 뜻하지만 이 작품에서 "기만"은 타인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속이는 기만', '자연을 기만하는 인간'에 대한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1920년 라인강 변의 아름다운 녹지가 많은 뒤셀도르프, 십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한 로잘리 폰 튀믈러 부인은 그녀의 딸 안나, 아들 에두아르트가 살고 있었다. 십 년 전 죽은 로잘리의 남편 폰 튀믈러 중령은 바람을 피우고 다녔고, 남편의..

독서 기록 2024.07.06

영화 <더 스퀘어> (feat. 관계의 미학)

스웨덴 출신 루벤 외스틀룬드는 2017년 , 2022년 으로 황금 종려상을 두 번 수상한 세계적인 영화감독이다. 이 두 작품 모두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한 영화로, 를 보고 난 뒤, 흥미가 생겨 도 챙겨 보았다. 일단 두 영화의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 다큐보다 더 다큐 같은 느낌을 받았다. 거지역할을 맡은 단역부터,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는 작품의 몰입도를 상승시켰다. 이렇게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녹아, 조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는 전적으로 감독의 뛰어난 역량으로 보인다. 영화 초반부 주인공 크리스티안이 작품 "더 스퀘어' 전시 오픈 관련 연설 중에, 니콜라 부리오의 저서 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전시라고, 미술관에 모인 청중들에게 이야기한다. 니콜라 ..

영화 기록 2024.06.30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 (feat. 자아)

은 토마스 만의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마지막 작품이다. 다 읽고 난 후 토마스 만이 이 뒤를 어떻게 마무리했을까,라는 호기심과 아쉬움이 남긴 했다. 읽고 난 뒤 미완성이 토마스 만의 의도이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 시절 펠릭스 크롤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고 어른들을 속이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집안 파산으로 대부 쉼멜프레스터의 도움을 받아 펠릭스는 이런 어린 시절을 보내고, 파리의 한 호텔에서 일하기 위해 파리로 가는 도중, 자신도 모르게 어느 우플레 부인의 보석이 든 상자가 그의 트렁크에 우연히 섞여 들어온다. 엘리베이터로 일하던 호텔에서 펠릭스는 부인과 다시 만나 관계를 맺고 우플레 부인은 그에게 나머지 보석도 선물로 주고 이것으로 펠릭스는 많을 돈을 가지게 된다. 이후 펠릭스..

독서 기록 2024.06.23

영화 더 헌트 (feat. 사슴 사냥이 주는 의미)

영화 는 2020년 작 에서 마르틴 역을 맡았던 덴마크 배우 매즈 미켈슨에게 2012 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 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 두 작품 모두 가 각본을 쓰고 감독 한 작품으로 두 작품 모두 매즈 미켈슨과 토마스 빈텐베르크의 대표 작품이 아닐까 싶다. 5년 전쯤에 관람했던 작품이지만, 지금 보니 무심코 지나쳤던 내용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빈틈없는 극 구성으로 스토리가 세밀하게 잘 짜여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이혼남 루카스는 자신이 사는 동네 유치원 보조 교사로 일 하고 있다. 유치원 아이들은 유독 루카스를 좋아하고 어린 시절 친한 친구 딸인 클라라도 그 유치원을 다닌다. 클라라는 따듯하고 친절한 루카스와 그의 개 패니를 잘 따르지만, 루카스는 어린 소녀 클라라의 적극적인 감정 표..

영화 기록 2024.06.16

영화 어나더 라운드 (feat.죽음, 삶의 의지)

덴마크 출신 토마스 빈터베르크 감독과 배우 매즈 미켈슨이 주연한 영화 는 그들의 전 작인 못지않게 감동을 주는 명작이다. 무엇보다 배우가 되기 전 무용을 했던 마르틴역, 매즈 미켈슨의 춤 실력은 이 영화 엔딩씬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어 영화의 깊이를 더해준다. 오래전에 를 감명 깊게 보고 매즈 미켈슨에게 반했었는데 그의 매력은 나이 들수록 더 짙어지는 듯하다. 토마스 빈터베르크 감독이 매즈 미켈슨의 매력 포인트를 잘 알고 끌어준 이유도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 마르틴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무료(無聊)하고 우울하다. 야간 근무를 하던 아내와도 권태로운 관계를 이어가고 아이들에게도 의욕적으로 대하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동료 니콜라이..

영화 기록 2024.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