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7

런던 여행 3 (feat. 고흐의 영혼을 마주하다)

2024년 10월 16일간의 런던 여행 중 좋았던 점은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전시된 반 센트 반 고흐 전시가 있다는 것을 우연히 내셔널 갤러리 방문 후 알게 된 것이다. 고흐의 후기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다가 기존 컬렉션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미술관과 개인 컬렉션까지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는 행운 그 자체였다.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가 죽기 2년 전인 1888년 프랑스 남부 아를과 생레미드프로방스에서 자신의 온 열정을 다 바쳐 그린 흔적이 느껴지는 전시였다. 작품 속 내뿜어지는 에너지 측면에서 고흐를 따라갈 화가는 없어 보인다. 그의 후기 작품에는 살아있는 역동성과 원초적인 생명력이 전해져 그림 속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작품 속 달과 별은, 인물 뒷 배경이..

여행 기록 2024.12.09

런던 여정을 마치며

이번 여행이 나에게 준 의미는 여행에 대한 앞으로의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을 거라는 점에서 보람 있다 하겠다. 더 이상 앞으로 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나에게 여행을 가지 못해서 오는 번뇌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과연 나는 괴롭지 않고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이번 런던 이후 또 다른 여행을 하는 기회가 감사하게 주어진다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고 한편으로 여행에 대한 갈망을 내려놓을 수 있겠다는 여유도 가지게 되었다.우선 오랫동안 비슷한 패턴으로 경험한 여행에(물론 조금씩은 변화가 있긴 있었지만)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여행하는 몇 년간 미술관 가는 것에 흥미가 생겨 그림 관련 책을 읽게 되고 우리나..

여행 기록 2024.10.26

런던여행2 (feat.공연 &전시)

오늘 런던 여행을 끝으로 내일 서울로 출국한다. 이틀 전 감기가 심하게 와 어제는 거의 못 움직이는 상태였다. 여행지에서 이렇게 심하게 아픈 적은 처음이라 속상했다. 늘 살아가면서 예기치 않은 상황에 맞닿았을 때 마음의 평정 상태와 그 상황에 벗어나려는 저항감에 나를 갉아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감기 걸린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여행에서 이렇게 지하철을 많이 탄 적은 처음이었다. 시내 쪽 숙소가 비싸 중심가와 떨어진 곳을 찾다 보니 지하철을 자주 탔다. 런던 지하철 내부가 좁아 서울과 달리 낯설기도 했지만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 좁은 지하철 안에 다양한 민족이 모여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신기했고 그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삶 속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

여행 기록 2024.10.21

가을 여행 (feat. 런던에서)

런던으로의 여행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2016년에는 학생들과 연극 작업 때문에 런던 국립극장에서 하는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일정을 잡고 왔었고, 2017년에는 런던 일정을 빡빡하게 잡고 벨기에 겐트에 다녀왔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 관람했던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나 테이트 모던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기록을 잘 남기지 않아서 더 그랬을 것이다. 이번 여행에 아쉬운 점은 런던의 공연표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물론 좋지 않은 자리로 예매하면 별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비싸졌다. 슈퍼의 장바구니 가격은 우리나라 보다 비싸지는 않은 듯하다. 특히 과일 가격과 야채 가격은 우리나라 보다 오히려 싸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는 확실히 이곳이 서울보다 춥다. 재미있는 것은 롱패딩을..

여행 기록 2024.10.14

여행지에서 얻는 기쁨(feat.Damien Hirst)

여행하면서 좋았던 점은 계획하지 않은 곳을 현지에 가서 알게 되고,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을 때였다. 또 현지 미술관을 둘러보다, 예상하지 않은 작가의 유명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을 때 여행의 기쁨은 배가 되었다. 암스테르담에 있던 모코 뮤지움(Moco Museum)이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이곳에도, “Moco Museum”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반가웠다. 암스테르담에서는 뱅크시(Banksy) 작품이 주로 많았고 바르셀로나에서는 뱅크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명 현대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Joan Miro) 보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에 가서 알게 된 스페인 화가 안토니 타피에스(Antoni..

여행 기록 2024.02.18

뮌헨 5 (feat.여행을 마치며)

처음 여행을 혼자 갔을 때는 지금 여행하는 것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그 당시 출국하기 1주일 전 남겨두고 그냥 가지 말까 하고 갈등하기도 했다. 낯선 공간에 혼자 있다는 상상을 하니 두렵고 공포심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여행지 숙소에 도착하고 나니 그런 감정은 온 데 간데없고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졌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두려움과 무서움이 작지 않았었고 혼자 남겨진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낯선 곳에 홀로 남겨진 것이 처음이었던 그 순간, 어떤 희열과 해방감 같은 것이 올라왔다. 자유로웠다. 몇 번의 여행을 혼자 한 지금도 가기 직전 약간의 두려움은 늘 올라온다. 도착하면 그것이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였다는 것을 어김없이 알게 되지만 말이다. 지금은 그런 두려움의 크기와 강도가 줄어..

여행 기록 2023.11.12

뮌헨3 (feat.렌바흐하우스-시립 미술관)

뮌헨의 시립 미술관은 이번 여행의 미술 여정에서 좋았던 미술관이다. 이곳 렌바흐 시립 미술관은 건축가 가브리엘 폰 자이들(Gabriel von Seidle)이 화가 프란츠 폰 렌바흐를 위해 설계된 아틀리에였다고 한다. 렌바흐 사후 정부가 매입했고 바실리 칸딘스키의 연인이었던 화가 가브리엘 뮌터(Gabriele Munter)가 청기사파(Der Blaue Reiter)의 작품, 칸딘스키의 작품등을 상설 전시하면서 미술관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실내 장식은 화려하면서 심플하지만 모던하면서 분위기가 무엇보다 차분하다. 물론 평일 비 내리는 오전에 방문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청기사파는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를 중심으로 1909년 결성된 뮌헨 신미술관협회(Neue ..

여행 기록 2023.10.28

뮌헨 2 (feat. 영국식 정원)

토마스 만이 말한 대로 시간의 개념은 느끼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반대로 짧게 느껴지기도 하다. 그의 생각이 참으로 정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뮌헨여정의 삼분의 이가 끝나고 있다. 뮌헨에 도착한 지가 어느덧 2주가 흘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 온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느낌이다. 딱히 너무 재미있다거나 흥분된다거나 가슴 설레었던 여정이었다기보다는 좀 안정적인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 유럽에 여러 곳을 그간 다녀 본 결과,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짜여 있고, 구글맵이 상당히 디테일하기에 교통편을 검색만 할 수 있다면 거의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다. 타국에서 긴장감을 가지고 움직이지만 한국에서도 길을 잃기도 하니까 말이다. 여행을 하면 조바심이 생기곤 한다..

여행 기록 2023.10.22

뮌헨 1 (feat. Alte Pinakothek)

뮌헨의 여정 역시 미술관 투어는 뺄 수 없는 중요한 일정 중 하나이다. 2016년 지인과 함께 겨울 바르셀로나 여행 일정 중 며칠을 이곳 뮌헨에서 보낸 적이 있다. 그때는 휴가를 이용해 다녀왔기에 일정이 빡빡했고 미술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왔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던 도시 중에 하나였다. 이곳에 도착한 순간 같은 독일 내에 있는 도시라고 해도 베를린이나 프랑크프루트 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우선 도시가 상당히 깨끗한 편이다. 독일에서도 뮌헨이 잘 사는 도시이기도 하지만 나라가 넓으니 한 국가 안에서도 지역별 사람들의 특성이 더 뚜렷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뮌헨 일정을 짜면서 아쉬웠던 점은 노이에 피니코테크가 리모델링 중이라는 점이다. 다행히 노이에에 전시되어 있던 고흐(Vinc..

여행 기록 2023.10.14

경주여행(230627-0629)

10년 만에 2박 3일로 다시 가본 경주. 역시 경주는 신라 천 년의 수도답게 고즈넉하고 기품 있는 도시다. 조선시대에는 계림부, 1955년 경주시로 명칭이 바뀌었고 다고 한다. 경주는 조선시대에도 경상도에서 좋은 도시의 역할을 유지했다고 하는데 이 도시에서 조선시대 12대 동안 만석꾼을 배출한 경주 최부자댁은 유명하다. 교촌 마을은 경주에서 신라의 중심이었는데 조선시대 이곳이 최부자집이 있다. 아쉽게도 1970년 화재가 나 안채와 곳간 일부가 남아 있다. 이 최부자집에는 여섯 가지의 가훈과 스스로 교훈 지켜야 할 교훈인 6연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뭔가 귀감이 되는 내용이다. 1. 몸가짐을 초연하게 하라 (자처초연:自處超然) 2. 다른 사람에게 온화하게 대하라 (대인애연:對人靄然) 3. 일이 없을 때는..

여행 기록 2023.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