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67

화무소화분 (feat.금강경&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침대 근처에 법륜스님이 쓰신 금강경 강의와 반야심경을 놓고 새벽에 일어나 조금씩 읽기로 했다. 금강경이나 반야심경을 보면 불교가 과학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에 백번 공감하다. 부처님의 말씀은 참으로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부처님의 주옥같은 말씀은 삶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고 일상을 좀 더 지혜롭게 사는 안내서라고 여겨진다. 비록 종교 활동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고 있지만 부처님의 말씀은 진리이다. 많은 자기 계발서는 부처님의 말씀으로부터 나왔고 이것을 바탕으로 문학도 쓰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성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성경에 관해 불경 보다 더 모르지만 성경의 말씀 또한 삶의 기본 지침이고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 철학이며 근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철학이라는..

독서 기록 2023.05.25

난생 처음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feat. 진보)

과학기술의 진보가 미숙한 과거를 대체하고 정신과 물질의 풍요로움을 대체하고 있는가? 진보는 그 안에 성장을 내포하고 있다. 알지 못했던 것을 깨우치고, 이전보다 나아져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그 무엇. 그런데 새로운 변화의 시작은 상응하는 과거의 것에 대한 몰락을 내포하기도 하다. 진보의 의미는 미개한 과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인간 승리의 느낌을 준다. 과연 인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고 있는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은 아닐까? 도대체 지난 3500년 동안 인류가 이루어낸 진보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고민하게 돼요 -난생 처음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중에서- 인..

독서 기록 2023.05.23

야만인을 기다리며

제국은 역사 속에 존재하고,역사에 반해 음모를 꾸미도록 운명지어져 있다. 제국의 속마음에는 오직 한가지 생각만 있을뿐이다. 어떻게 하면 끝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어떻게 하면 제국의 시대를 연장할수 있는가 하는 생각. -J. M.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 중에서- 약한 민족과 국가를 지배하기 위한 제국주의는 예나 지금이나 방식을 달리할 뿐, 아직도 존재하며, 이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이 구조가 이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물 간의 약육강식 형태처럼, 인간 사회도 그런 힘의 질서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받아들여야만 하고 그것이 제국주의라면, 지성인과 야만인은 무엇으로 구별할 수 있을까? 어쩌면 국가와 민족의 차원을 넘어 기득권의 힘의 유지를 위해 희생당하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에..

독서 기록 2023.05.22

돈키호테 1

돈키호테는 기사 소설을 읽으며 그 내용에 빠져 50이 넘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데, 그는 꿈과 이상을 추구함에 굽힘 없는 인물의 전형으로 회자된다. 1부에서 모험을 떠나는 돈키호테는 사물을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 다른 게 본다. 이 확고한 돈키호테의 의지에 산초는 말려들고 헷갈려한다. 돈키호테와 산초의 관계는 주인과 몸종의 관계를 넘어 스승과 제자로 상호 보완하며 2부에서의 산초는 그 스승을 닮아가고 성장한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 이 작품을 2부까지 읽으면서 스친 생각은 세르반테스가 ‘삶의 본질’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돈키호테의 스토리를 두고 본질 얘기를 하고 있으면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서 기록 2023.05.17

죽음에 대한 통찰 (feat. 토마스 만)

토마스 만의 도 그렇지만 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을 토마스 만이 보다 젊었었을 때 써서 그런지 모르지만 죽음에 대해서 더 진지한 묘사로 접근한다. 반면에 작가가 나이 들어 쓴 에서는 죽음에 관해 객관적인 관찰자의 입장에서 기술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현세의 삶에는 잠시 적응하는 듯해 보였지만 폐렴과는... 오랫동안 끈질기게 투쟁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이겼는지 졌는지는 제대로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지금은 엄숙하고 평화로운 표정으로 관대 위에 누워 있었다... 할아버지가 이제 임시로 적응하던 현세에서 엄숙하게 벗어나 자신에 걸맞은 본연의 모습으로 최종적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할아버지로서가 아니라 죽음이 실제의 몸 대신에 끼워 놓은 실물 크기의 밀랍 인형으로 생각된..

독서 기록 2023.05.12

독서기록 (feat. 금강경 &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

토마스만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까? 이 책을 두 번째 읽고 읽는 중이다. 확실히 두 번 읽으니, 처음에 모르고 지나쳤던 앞에 상황들이 뒷부분과 연결되면서 고개가 끄덕이지는 부분이 많다. 토마스 만이 이 소설에서 이 집안의 몰락에 대한 불행을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전부였을까? 그것만은 아니다. 극의 구조는 한 집안의 몰락 얘기를 다루고 있다. 몰락의 징조들이 이 책의 첫 장면, 새집으로 이사 온 부덴브로크 가족들의, 손님 초대 만찬과, 장남 고트홀트와, 차남인 영사와의 재산상의 갈등부터 뭔가 몰락의 징조들이 시작된다. 호화스러운 집과 왁자지껄한 초대 손님들과 만찬의 화려함, 이 이면에는 뭔가 이 집안에 짙은 어둠이 천천히 드리워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 부르주아 가정의 쇠퇴가 우리에게 주는 ..

독서 기록 2023.05.11

독서 기록 (feat. 역경)

고전 평론가 고미숙 선생님께서 가정 먼저 읽어야 할 책 중에 을 꼽으셨다. 그래서 한자에 약한 나는 일단 영어로 된 주역과 비교해서 읽기 시작했다. 한자와 함께 글을 읽어내야 64괘의 의미를 더 깊이 알 수 있겠지만 일단 전체적인 이해가 영어로 읽는 게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번역서를 읽을 때 영어로 쓰인 내용이 이해가 빨리 되는 부분이 있다. 영어 번역서를 미국 아마존에서 구입했는데 Alfred Huang과 John Minford의 을 하루에 조금씩 읽고 있다. 공자가 이 을 가지고 해설서를 만든 것이 이다. 이 공자의 주역 해석들이 위 두 책 에 실려 있는데 그 글들이 주옥같다. 폐부를 찌르는 내용들은 정신을 번쩍 나게 만든다. 1등..

독서 기록 2023.05.10

독서 기록 (feat.이탈리아 구두)

여행 가기 전 여행하는 나라의 문학을 찾아서 읽어 보는 편이다. 왠지 그러면 여행하는 나라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그 책을 가지고가 기내나 숙소에서 틈틈이 읽는 것도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 스톡홀름 여행 때는 헤닝 망겔의 를 읽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다. 젊었을 때는 두려움이 크다. 살아온 시절을 돌이켜 보면 걱정부터 하고, 결과가 좋지 않을까 봐 지레 짐작해서 하고 싶은 어떤 일들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나이가 들어서 그 당시 일들을 돌이켜 보면 두려움들로 감정 낭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하면 될 일을 쓸데없이 걱정하느라 에너지를 다 소진시켰다. 그런데 이것을 신의 섭리라고 해야 하나 우주의 섭리라고 해야 하나 그 두려워하던 일을 피했다 싶으면, 생각지도 못..

독서 기록 2023.05.08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의 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유명하다. 사실 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무슨 의미인지 나는 잘 모른다. 오늘 여기서는 단지 내가 읽고 느낀 대로만 정리해 보고자 한다. 오이디푸스 왕은 신탁의 예언대로, 친부를 죽이고, 자신을 낳아준 친모와 모르고 결혼하지만, 그 사실을 안 뒤 오이디푸스 왕은 자신의 눈을 찌르고 자신의 나라 테바이를 떠난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틱한 사건과 스스로 자신의 눈을 찌르는 행동들이 그가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른 결말이라는 스토리 구성은 이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쉽다. 실제로 대학시절 연극사 시간에 오이디푸스 번역본을 읽고 깊은 뜻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뭔가 수박 겉핧기로 이해하고 시험을 치른 기억이 난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작년 암트테르담 시..

독서 기록 2023.04.30

독서기록 (feat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의 은 우리가 생각하는 죄에 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가 말하는 죄의 기준은 무엇인가? 물리적으로 저지른 죄를 가지고 벌을 하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가지고 죄가 있다 없다를 판단한다. 그렇다면 마음으로 저지르는 죄는 죄가 아닌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죄가 아니란 말인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작품에서 그 또한 죄라고 말하고 있다. 어쩌며 마음으로 짓는 죄는 죄가 아닌 것처럼 무의식으로 잠재되어,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언제 가는 무의식으로 발현되어 죄의 형상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판단하고, 자신이 보는 기준에 잣대를 맞춰서 좋고 나쁨으로 끊임없이 분별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라스콜니코프 어머니는, 아들이 사랑한 ..

독서 기록 2023.04.25